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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석우·송봉규 SWBK 대표

[CEO] 이석우·송봉규 SWBK 대표

3월 13일 서울 합정동 엔트러 사이트. 과거 신발 공장을 커피숍으로 바꾼 곳이다. 겉으로 보기엔 허름한 컨테이너 박스다. 안으로 들어서자 세련된 인테리어에 원목 가구들이 멋스럽다. 그때 두 남자가 들어왔다. 검정 가죽 자켓에 콧수염을 기른 이석우(34) 대표와 깔끔한 회색 니트 차림의 송봉규(33) 대표. 산업 디자이너인 둘은 디자인그룹 SWBK의 공동 대표다.

SWBK는 두 대표 이름의 영문 이니셜에서 따왔다. 커피숍엔 지난해 초 SWBK가 론칭한 가구 브랜드 ‘Matter&Matter’가 전시돼 있다. 고객이 직접 써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한 것. 원목 의자와 탁자를 자세히 보니 상처가 가득하다. 못 자국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낡은 페인트 자국도 눈에 띈다. 수십 년 된 인도네시아 선박에서 나온 폐목재로 가구를 만든 것. 배뿐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집과 트럭 짐칸에 쓰인 나무 바닥이 바다를 건너와 가구로 바뀌었다. 요즘 주목 받는 업사이클(Upcycle) 가구다. 업사이클은 폐품을 재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가미해 명품으로 바꾸는 작업을 뜻한다.

이 대표는 가구 재료를 찾던 중 우연히 인도네시아 폐목재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첫눈에 반했어요. 세월의 때가 묻은 나무의 색상은 깊이가 있어요. 수 십 년 전엔 집이나 배로 사용했던 역사를 고스란히 가구에 담을 수 있다는 점도 멋진 것 같습니다. 시간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게 빈티지 가구의 매력이지요.”

송 대표는 재질도 뛰어나다고 덧붙인다. “선박에 쓰인 나무들은 묵직하지만 튼튼해요. 오랜 세월 나무 자체에 오일이 형성돼 은은하게 윤이 납니다. 이런 나무는 뒤틀리거나 변형될 가능성도 적지요.”

둘은 최대한 세월이 만든 나무의 멋을 그대로 살려 가구로 만들었다. 일부 재료에는 열대 지방 특유의 알록달록한 페인트가 남아 있다. 그들은 페인트 자국도 디자인으로 삼았다. 100%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값이 싼 편은 아니다. 사이즈나 디자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가장 잘 팔리는 ‘레그 체어’는 30만원 대. 가구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 호응이 좋았다. 특히 마영범 디자이너가 잔뜩 사갔다. 그가 인테리어 총괄을 맡은 CJ푸드월드의 비비고 직영 매장 3곳을 Matter&Matter 브랜드로 꾸몄다.



‘즐거움’ 찾아 대기업 그만두다


두 대표는 업계에서 주목 받는 디자이너다. 나이에 비해 경력이 화려하다. 대학 시절 이 대표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미국 IDEA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았다. 송 대표는 독일 IF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 둘은 삼성전자 인턴을 하면서 만나 인연을 쌓았다. 이후 이 대표는 미국 유명 디자인 전문 회사 티그에 들어갔다. 2008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모토로라 한국 법인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모토로라 최초의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디자인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한국의 젊은 파워리더’에도 선정됐다.

그 사이 송 대표는 삼성전자 제품 디자이너가 됐다. 상당수 플래그십 모델의 디자인을 그가 했다.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을 집약한 대표 모델을 디자인 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작업한 게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이다. 둘 다 최첨단 제품의 디자이너였던 것.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흥미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휴대전화의 디자인은 더욱 단순해졌다.

송 대표는 “디자이너는 여러 가지 아이템을 디자인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회사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2008년 둘은 의기투합해 디자인 회사를 차렸다. 작업은 항상 공동으로 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의자를 만들면 다른 한 사람은 디테일을 손보는 식이다. 이 대표는 성격이 다른 점도 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자랑한다. “제가 일을 벌리는 스타일이죠. 반대로 송 대표는 차분하게 일을 마무리할 줄 알죠. 서로가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저는 사무실에서 막내 아들로, 송 대표는 엄마로 불립니다(웃음).”

SWBK의 주요 업무는 기업의 디자인 컨설팅이다. 어찌 보면 가구 제작은 부업이다. 둘은 그들만의 감성이 담긴 브랜드를 갖고 싶었다고 입을 모은다. 컨설팅 하다 스트레스 받거나 쉴 때 가구를 만든다. 일이 아니라 놀이인 셈이다. 기업 컨설팅 성공 사례로는 대림건설의 ‘e편한세상’을 꼽았다. 두 대표는 편한 세상의 경영 철학인 ‘진심이 짓는다’를 아파트 디자인에 담는 데 주력했다.

진심이 담긴 디자인이란 뭘까. 이 대표는 고객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디자인을 바꿔 나갔다고 말한다. “아파트 주차 차단기가 올라가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거주자의 모든 동선을 분석했습니다. 그 여정 속에 만난 게이트 차단기, 조명, 손잡이, 스위치 등 수 많은 소품의 모양새는 제각각이었죠. 만드는 곳이 다르니 당연합니다. 혼재되어있던 디자인을 하나로 통일한 게 첫 번째 작업이었어요.”

단순히 비슷한 컨셉트로 디자인한 게 아니다. 그 동안 대림건설이 쌓은 경험적인 노하우를 디자인에 담았다. 스위치와 온도 조절기는 기존의 직사각형 형태에서 벗어나 정사각형 모양으로 깔끔하게 디자인했다. 여기엔 세심한 배려가 숨겨져 있다. 스위치를 눌렀을 때 터치감이 좋도록 손가락 곡선에 맞춰 디자인한 것. 라이트 리모컨은 획기적으로 바꿨다. 기존 리모컨은 크기가 작아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아예 항상 서 있는 오뚝이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한 눈에 보이기 때문에 거실이나 테이블 사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디자인들은 2009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SWBK의 컨설팅 분야도 다양하다. 제품 디자인을 벗어나 서비스까지 디자인 한다. 실제로 지난해 웅진코웨이의 서비스를 컨설팅 했다. 송 대표는 서비스 디자인은 제품과 서비스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웅진코웨이 제품은 성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뛰어납니다. 만들었다고 끝난 게 아니죠. 고객이 이 제품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해줘야 합니다. 고객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제품 설치, 관리 등 모든 과정을 세분화해서 디자인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처음 정수기를 설치 할 때는 별도의 물병을 드리는 겁니다. 집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물을 드실 수 있도록 신경 쓰는 거지요. 제품 관리 카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제안했어요. 특히 고객이 서명하는 칸을 돋보이게 했지요. 웅진코웨이가 언제나 고객을 첫 번째로 생각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드리는 겁니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변화가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시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는 프랜차이즈 프로젝트를 맡았다. 과거 맥콜로 유명했던 음료업체 일화가 올해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 SWBK가 커피전문점 컨셉트부터 브랜드 전략, 숍 인테리어 등을 컨설팅 한다. 새로운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두 대표는 일화가 하와이에 커피 농장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른 커피 전문점과 확연히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컨셉트는 직접 심어 가꾼 커피를 맛 볼 수 있는 커피숍이다. 매장도 마치 커피 농장에 온 듯한 분위기로 꾸밀 예정이다. 5월께 삼청동에 첫 직영점을 낸다.

둘은 올해 사업 규모를 보다 키울 생각이다. 우선 편집숍으로 운영했던 Matter&Matter의 직영점을 준비 중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컨설팅에도 적극 나설 참이다. 최근 미국 델컴퓨터, 이탈리아 생활용품 브랜드 셀리티 등에서 컨설팅 제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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