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트럼프 2.0’에 빗장 푸는 中, 韓에 손 내민 속내는

[빗장 푸는 中]①
中, 한국 비자 면제 조치 시행
가까워지는 韓·中...배경은 美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중국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 최근 중국은 한국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를 시행했다. 기간은 내년 12월 31일까지다. 페루 리마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이뤄졌다. 이번 양국간 정상회담은 2년 만이다. 사실상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일종의 신호탄인데, 그 배경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미국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취임식 날짜는 오는 2025년 1월 20일이다. 이번 미국 대선을 끝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4년 만에 백악관에 귀환했다. 그렇게 그는 ‘트럼프 시대 2.0’의 시작을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사진 AFP/연합뉴스]
‘충성파’로 이뤄진 트럼프 내각, ‘中 압박’ 퍼즐 윤곽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달갑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 강화 외쳐온 이유도 있지만, 그 중심에는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이 있다.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에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의 이른바 ‘트럼프 충성파’들로 채워지고 있다. 중국이 한국에 손을 내민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먼저 지난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트럼프 집권 2기’의 국방 장관으로 피트 헤그세스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중국을 겨냥한 강한 경제 제재를 주문해 온 인물로, 중국의 군사 및 경제적 위협에 대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트럼프도 헤그세스 지명자에 대해 ‘미국 우선주의’의 신봉자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그가 트럼프 충성파로 평가받는 이유다.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는 차기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됐다. 왈츠도 대(對)중국 강경파다. 그는 2021년 한 행사에서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냉전 중이다”라고 말하고, 베이징에서 열린 2022년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 미국 대학과 학계를 중국의 간첩 활동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안까지 발의한 인물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국무장관으로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지명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공식 지명하며 “마코는 매우 강력한 자유의 목소리”라고 평가한 뒤 “난 미국과 세계를 다시 안전하고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마코 루비오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의원은 지난 2020년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공동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그는 화웨이가 인텔 인공지능(AI)칩이 포함된 새로운 노트북을 출시하자, 화웨이에 대한 모든 판매 차단을 바이든 정부에 요구하는 등 중국 겨냥 압박 조치를 주도하며 ‘대중 매파’라는 평판을 얻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중국 강경파 인사들이 대거 포진되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우리로선 조심스럽게 큰 관심과 노력을 가지고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들을) 추진할 것”이라며 “우리의 기본 (대중)원칙은 상호 호혜로, 그 원칙 하에 중국과 소통을 강화해왔다. 미국 새 정부도 우리의 큰 원칙과 큰 차이가 없지 않겠나 한다”고 말했다.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 전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서히 다가오는 트럼프, 다급해진 중국의 움직임

트럼프 행정부의 윤곽이 하나둘 잡히면서 중국도 움직인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우호 관계 쌓기다. 지난 1일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비자 면제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는 주중한국대사관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국인 비자 면제는 1992년 정식 수교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파격적인 조치다.

주한 중국대사의 ‘급’ 도 높아졌다. 중국 정부는 최근 다이빙(戴兵) 주(駐)유엔 중국 대표부 부대표를 신임 주한 중국대사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7월 전임 싱하이밍(邢海明) 대사 이임 후 4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그간 중국은 미국과 일본, 북한에는 차관급 대사를 보냈다. 한국은 그 보다 낮은 국장급 대사를 보내왔다. 주유옌 부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사장(국장)을 지냈다. 이후 2020년 유임에 부임했다. 주유옌 부대표가 ‘차보관급’ 및 ‘국장급’인 만큼 전례를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다자외교의 정점인 유엔에서 활약하다 한국으로 온 만큼, 이전 대사들과는 다른 무게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방중 각각 제안도 나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15일(현지시간)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을 먼저 초청했고, 윤 대통령도 시 주석의 방한을 제안했다”며 “내년 가을쯤에 우리가 APEC 경주 회의를 주최하기 때문에 시 주석께 자연스럽게 방한해 달라고 했다”며 “두 정상 모두 ‘초청에 감사하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는 중국의 행보에 담긴 잠재적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중국의 행보가 또 다른 외교적 긴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박한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 교수는 “중국의 움직임에 고려해야 할 잠재적 리스크는 존재한다”며 “중국은 비자 면제 조치와 함께 강화된 반간첩법도 시행하고 있어, 한국인들이 중국을 방문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많고, 둘째 중국이 때가 되면 상호 비자 면제를 요구해 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대해 비자 면제를 먼저 시행한 만큼, 향후 한국 정부가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을 수 있다”며 “이는 외교적 긴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안보 문제와 불법 체류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한 정책을 사전에 마련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에 정진완 부행장

2"어린이용 버블 클렌저에 분사제로 LPG 사용?"…화재·폭발 주의

3엔지니어 중심의 인사 삼성벤처투자에도 이어져

4누구나홀딱반한닭, 2024 한국브랜드 소비자 평가 대상 수상 "쌈닭으로 메뉴 차별화"

5‘환승 저축’ 우리은행, 청약 예·부금→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시 5만원

6중기부, 소상공인 경영지원 플랫폼 '소상공인 365' 시범 운영

7사전 교감 없었던 ‘비자 면제’...中의 숨겨진 ‘세 가지’ 의도

8멕시코 대통령 "美와 관세 전쟁 없다"…中 전기차 투자도 미정

9 경제 삼중고...10월 생산 0.3%↓·소비 0.4%↓…투자까지 감소

실시간 뉴스

1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에 정진완 부행장

2"어린이용 버블 클렌저에 분사제로 LPG 사용?"…화재·폭발 주의

3엔지니어 중심의 인사 삼성벤처투자에도 이어져

4누구나홀딱반한닭, 2024 한국브랜드 소비자 평가 대상 수상 "쌈닭으로 메뉴 차별화"

5‘환승 저축’ 우리은행, 청약 예·부금→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시 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