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항공업계가 웃는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비자 면제’가 있다. 최근 중국 외교부는 한국을 포함한 9개국 일반 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일방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중국은 비자 발급이 까다로운 국가 중 하나로 평가 받아왔다. 중국 방문 시 가장 높은 장벽은 ‘만리장성’이 아닌, ‘비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장벽을 중국이 직접 허물면서, 중국 노선을 늘려오던 항공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게 됐다.

18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일반 여권을 소지한 한국인은 오는 12월31일까지 중국에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게 됐다. 단, 비즈니스·여행·관광·방문 등의 목적일 경우만 해당된다. 체류 기간은 최대 30일까지다.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것은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만리장성 보다 높은 ‘中 비자’

중국의 비자 발급 절차는 악명높다. 비용과 함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에서다. 먼저 비용이다. 일회용(단수) 비자의 경우 6만원 대의 발급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반해 중국의 인근 국가인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은 모두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다. 별도의 비자 발급 비용이 들지 않는 셈이다. 

다음은 소요 시간이다. 중국의 관광 비자 발급 기간은 평균 일주일, 최장 3주 이상 소요됐다. 또 본인이 직접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에 방문해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중국비자신청서비스 센터는 서울·부산·광주 등 4곳에 위치해 있는데, 해당 지역에 거주하지않는 관광객들은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크고 작은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한국관광객은 중국 관광비자 신청시 열 손가락 모든 지문채취, 개인신상정보, 가족관계, 직장정보, 개인소득, 군복무 관련 정보까지 일일이 제출해야 했다. 

중국 관광을 고민해 왔다는 A씨는 “일본은 비자 발급 같은 품이 안 들어서 부담이 없었지만, 중국은 비자발급에 시간과 돈을 투입 해야하니 가까운 나라임에도 멀게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같이 복잡한 절차는 중국 여행을 기피하는 이유로 지목돼 왔다. 다만, 이번 중국의 비자 면제로 인해 비자 신청 문제가 해결되면서 중국 관광 수요 회복에 큰 역할을 할 것 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정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방중 수요가 방한 수요대비 적었기 때문에 비자 면제는 국적사의 중국노선 회복에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며 “중국 여행은 비용 부담보다 신청자가 남산 비자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하고, 심사도 까다로워 중국 방문이 기피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 사이 일본과 중국 노선의 비중이 역전된 결정적 차이는 무비자와 항공 자유화였다”며 “중국 정부가 번복없이 무비자 정책을 계속 연장해준다면 아예 새로운 중국 여행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中 비자 면제’, 항공업계엔 호재  

중국 하늘길을 넓히던 국내 항공업계에 중국의 비자 면제 소식은 반갑다. 그간 국내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을 확장해 오고 있었는데, 이번 중국의 결정으로 국내 중국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경우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노선은 여객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노선으로 평가받는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9월까지 국내에서 중국으로 오간 항공 여객 수는 1030만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372만명의 75.1% 수준에 그쳤다.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을 꾸준히 늘려 나갔다. 대한항공은 오는 12월 28일부터 인천발 중국 푸저우 노선에 주 3회 일정으로 신규 취항한다. 내달 1일부터는 부산~칭다오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4일부터 인천~베이징 노선을 주 14회에서 주 20회로 늘렸다. 제주항공도 4월부터 제주~베이징 다싱 노선, 무안~장자제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이 같은 결정은 국토교통부 운수권 배분 규칙에 따라 운수권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운수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항공사는 연간 10~20주 이상 비행기를 운항해야 한다. 문제는 수요다. 운항편을 늘려도, 이에 맞는 탑승률이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노선 유지를 위한 손실 규모를 감수해야만 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LCC(저비용항공사)는 중국 노선 포기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관광의 걸림돌이었던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 노선으로 인해 고심이 깊었던 항공업계는 이를 기회 삼아 중국발(發) 노선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은 짧은 비행거리에도 수요가 받쳐준다면 수익성이 좋은 노선 중 하나”라며 “물론 비자 면제 이후의 추이를 두고 봐야겠지만,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을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노선은 운수권을 가진 항공사만 운항할 수 있고, 노선별로 운수권을 가진 항공사가 다르다”며 “중국 노선은 더딘 수요 회복으로 항공사들의 운임 할인이 계속돼 왔는데, 이번 무비자로 인해 한국발 여행 수요 반등 가능이 점쳐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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