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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 nukes] 냉랭한 평화냐 전면 대치냐

[North korea nukes] 냉랭한 평화냐 전면 대치냐

미국과 북한은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두고 다시 한번 협상 쪽으로 서서히 접근하는 듯했다. 바로 그때 늘 그렇듯 북한이 ‘수류탄’을 던져 전운을 불러들이고 있다(set all parties onto yet another warpath). 북한은 이번 주 예정된 인공위성 발사를 실시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유엔 결의를 위반하고 최근 미국과 합의한 내용을 손상시킬 수 있는 처사다(threatening to violate U.N. resolutions and undercut a recent understanding with Washington). 최근의 이 ‘수류탄’ 폭발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반응은 다른 굵직한 사건과 행사에 대부분 가려졌다(This latest eruption and President Obama’s tough response were largely shrouded by other events).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시리아 유혈사태, 백인 자경단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이 던진 충격, 미국 건강보험개혁법(Obamacare)의 대법원 위헌 심리 등. 그러나 소리가 크게 나지 않은 이 폭발은 곧 국제적인 파동을 만들어 낼 게 분명하다(the muffled eruptions will make international waves soon enough).

사안을 더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북한은 ‘수류탄’만 던지지 않았다는 점이다(To complicate and confound matters further, North Korea has done more than simply throw grenades). 최근 몇 주 동안 북한 관리들은 미국 측에 비공식적이지만 솔직하고 명확하게 양측이 어떻게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how the two sides can resolve the nuclear and missile issues) 이야기해 왔다. 이 메시지는 미국에 향후 몇 달간 아주 어려운 선택을 강요한다(These messages will present Washington with some incredibly hard choices in the months ahead). 특히 한동안 북핵을 안고 ‘냉랭한 평화’를 지속시키느냐, 아니면 북핵 제거를 밀어붙여 전면 대치의 위험을 쓰느냐(between continuing to live with North Korean nukes for some time in a Cold Peace or pushing for their elimination and risking confrontation)?

사람들 눈앞에 이런 사실들이 드러나게 한 추진체는 말 그대로 로켓이다. 지난 2월 29일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식량원조를 받고 향후 대화를 계속하는 조건으로(in return for U.S. food aid and the prospect of further talks) 주요 핵시설의 우라늄 농축과 장거리 미사일, 핵실험을 중단하기로 약속했다(promised to suspend uranium enrichment at its main nuclear facility along with any long-range missile testing and nuclear tests). 그러나 바로 2주 뒤 북한은 4월 중순 김일성 주석의 100회 탄생일을 맞아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공위성을 발사할 로켓은 미사일이 분명하다. 그러나 미사일 발사는 국제적 금기(international no-no)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런 실험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중국과 러시아도 동의했다)의 위반이다.

오바마는 경제제재 강화와 외교적 봉쇄로 맞서겠다고 북한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제제재 강화보다 더 북한 지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음에 틀림없는 자신의 수사학적 로켓을 덧붙였다(he added a rhetorical rocket of his own). 오바마는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이라고 말했다(He said North and South Korea were “one people”). 외부인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지만(to outsiders, that sounded like nothing) 북한에게는 최고의 위협이다(to North Koreans, it was the ultimate threat). 그들에게 이 말은 마치 미국이 북한을 격파하고 한반도를 남한과 미국의 지배 아래에 통일시키겠다는 엄포로 들릴 만하다(To them, it had to sound like a U.S. commitment to destroy North Korea and reunify the peninsula under South Korean and American rule).

사실 북한은 미국 측에 로켓 발사 의사를 사전에 귀띔했고, 2월 29일 회담에서 미국은 그에 경고했지만 이미 합의된 협상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백악관은 북한이 물러서리라는 잘못된 기대를 품었고(Like its predecessors, this White House must have hoped—mistakenly—that the North would back down), 북한 또한 자신들이 미사일도 발사하고 식량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잘못 기대했을 가능성이 크다(the North hoped, also mistakenly, that it could have its launch and eat its food aid, too).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는다면(With neither side backing down) 상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될지 모른다. 4월 중순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로켓이 자국의 영공을 지나가면 요격하겠다고 선언했다(If it goes over Japan or South Korea, those governments have promised to shoot it down). 만약 로켓이 바다 어딘가에 떨어지더라도 미국은 가까운 장래에 6자회담을 재개하는 계획을 취소하고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이다. 특히 마카오 같은 곳의 은행계좌가 모두 막히게 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5년에 마카오 은행의 거래를 차단했을 때 북한은 2006년 7월의 미사일 실험과 10월의 핵실험으로 보복했다. 이후 부시가 마카오 제재를 풀고 북한과 대화를 재개했다. 오바마는 민주당 소속인데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런 양보를 하는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다.

아니면 이번에는 북한이 핵실험은 하지 않고 어쩌면 2010년처럼 한국 해군의 함정을 한 대 격침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힘에는 힘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Seoul has promised it will meet force with force). 미국 역시 한국의 대응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의 굴복을 기대하긴 어렵다(cannot count on the North’s saying “Uncle”).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 역시 자신이 약한 모습으로 비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런 식으로 양측은 좋든 싫든 서로 대치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는 다시 한번 중국이 개입해서 북한이 로켓 발사를 철회하도록 설득하라고 압박한다.

사실 한동안 북한 관리들은 미국과 잘 지내고 싶다는 뜻을 넌지시 전했다(For some time, North Korean officials have been hinting at how they would like to settle matters with the U.S.). 최근 대화에서는 공식적이든 사석이든 이런 식으로 말했다. “우리는 미국의 위협에서 안전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핵무기를 보유할 생각이다(we intend to keep our nuclear weapons for some time to come, until we feel secure from your American threats). 우리는 이 대화를 10년 내지 20년 정도 걸리는 ‘과정’으로 파악한다(We see these talks as “a process” that might take one or two decades). 그동안 우리는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폐기하되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은 유지할지도 모른다(In that time, we might give up our plutonium reprocessing plant but retain our newer uranium enrichment facilities). 우리의 정확한 핵 능력을 보여줄 수도 있으며, 어쩌면 그 능력을 약간 줄일지도 모른다(We might even identify our nuclear capabilities, and perhaps reduce them somewhat). 물론 미국으로부터 모종의 보상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Of course, all this would be in return for unspecified U.S. goodies).”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레이건 정부 때부터 수십 년을 북한의 핵 능력·핵무기와 함께 살아왔다(Washington has been living with North Korea’s nuclear capability and nuclear weapons for decades already, since the days of President Reagan). 북한의 핵 능력을 제거하려고 애썼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To be sure, Washington has been trying to defang this capability, but it has been living with it). 오바마든 공화당의 후임자든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마찬가지이리라(In all probability, Mr. Obama or a Republican successor will live with a nuclear North Korea as well—but won’t admit it).

[필자는 미 외교협회(CFR) 명예회장이다.

번역 이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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