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Ⅱ] 한·중 미래 20년을 위한 제언
[Special ReportⅡ] 한·중 미래 20년을 위한 제언
한·중 우호주간 행사가 4000년 고도 시안(옛 장안)에서 4월 4일에서 7일까지 개최됐다. 시안은 산시성의 성도(省都)로 주(周), 한(漢), 당(唐) 등 중국 역대 왕조의 수도였다. 이번 행사에는 주중국대사관과 주시안총영사관 공관원 20여 명, 기업인 70여 명, 문화공연단 50여 명을 포함한 한국의 민관사절단 170여 명이 참가해, 산시성 관계·재계·학계 인사 250여 명과 함께 나흘 동안 한국과 산시성 간 관계 증진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했다. 또한, 한국과 산시성 문화공연팀이 함께 선보인 양국의 전통·현대 예술 공연은 양국민 간 우정과 이해를 심화시키는 좋은 계기였다.
당나라 시대에 신라와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던 시안에서 한·중 국교 회복 20주년인 올해 첫 우호주간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는 한·중 양국 간 오랜 우호관계의 역사를 새삼 되새겨 볼 수 있었다. 한·중 양국은 이처럼 몇천 년에 걸친 오랜 교류의 역사를 바탕으로 1992년 복교 이후 다방면에서 유례없이 급속한 관계 발전을 이룩했다.
우선 경제 교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국교 회복 당시 64억불에 불과하던 양국간 교역액은 지난해 2400억불을 돌파했다. 그간 약 2만 개의 한국기업이 중국에 약 500억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자 최대 투자대상국 중 하나가 됐고, 한국 역시 중국의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 대상국 가운데 하나가 됐다.
한·중 관계 포괄적 발전인적 교류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1990년대 초반 13만 명이었던 상호 방문 인원이 지난해에는 65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는 올해를 ‘한국 방문의 해’로 정했는데, 마침 여수 엑스포가 개최되기 때문에 양국 간 방문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주 두 나라를 오가는 항공 운항편수가 800여 편이 넘는다는 사실은 중국 내 외국인 중에 한국인이 가장 많고 한국에 있는 외국인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라는 현실을 실감하게 한다.
한·중 간 문화교류도 폭과 깊이를 더해 왔다. 특히, 한류(韓流)와 한풍(漢風)이라고 불리듯 양국 간 대중문화 교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소녀시대, 원빈, 현빈 등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판빙빙이나 탕웨이, 량차오웨이와 같은 중국 배우들도 오래전부터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양국 간 외교분야에 있어서 협력관계도 괄목할만하다. 1992년 9월 역사적인 한·중 정상회담이 최초 개최된 이래 그간 30여 차례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를 통해 양국 관계는 1998년 협력동반자 관계, 2003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 그리고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그간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10차례나 만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양자 및 다자차원의 협력 관계 발전을 이끌어 왔다. 군사·안보적 측면에서도 충분치는 않지만 8차례의 국방장관 상호방문을 포함,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온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와 같이 한·중 관계가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급속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지리적으로 양국이 매우 가까이 있기 때문에 상호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용이하다. 둘째, 두 나라가 오랜 교류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서로 친숙하고, 문화적 소통의 장벽이 낮은 이점이 있다. 특히, 양국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200여만 명의 재중국 동포(조선족)의 존재는 한·중 관계 발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또한 두 나라가 각기 이룩한 고도 경제성장은 서로를 더욱 필요로 하게 만들었다. 중국보다 앞서 산업근대화를 이룩한 한국의 발전 사례는 중국에 좋은 참고가 됐을 뿐만 아니라, 두 나라 사이에 보완적인 경제협력이 가능하게 하는 여건을 제공했다. 끝으로 그 과정이 늘 원만하고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한·중 양국은 북한으로부터 야기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의 계기를 갖게 됐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호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중 양국 관계가 포괄적으로 급속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앞에서 살펴본 네 가지 요소는 양국 관계 발전을 촉진·심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견과 문제를 유발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양국이 지난 20년간 이룩한 협력관계의 기반 위에서 향후 20년, 아니 그 이후까지 진정으로 좋은 동반자로서 함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서해 불법 조업 문제, 이어도를 포함한 해양경계획정 문제, 그리고 각종 영사문제 등은 양국이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막대한 인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발생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두 나라의 역사적 공간이 일정부분 겹친다는 점은 과거 역사에 대한 상이한 해석의 빌미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양국에 중요한 것은 여러 이견 속에서도 호혜공영의 터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나라와 국민이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더욱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더욱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호존중과 호혜공영의 정신하에서 양국관계를 더욱 발전시킴과 동시에 관련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관련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한 대화와 소통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교역과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 기업들의 애로사항과 분규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계속하고,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들을 이뤄가는 가운데 양국 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형태가 자연스레 모색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한·중 FTA 체결 필요성이 가중되고 있다. 한·중 FTA는 양국 간 경제협력이 보다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한국산 상품과 서비스가 점점 거대해지고 있는 13억5000만명의 중국 내수시장에 보다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국기업들의 한국 내 투자 확대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북한 문제 해결 위한 중국 역할 기대북한으로부터 야기되는 여러 외교·안보적 현안, 특히 북핵 문제와 탈북자, 여타 안보 관련 문제 등이 한·중간 이견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북한의 비이성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에 보다 엄중한 입장을 취하고 탈북자 문제에 있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보다 중시하는 태도를 취할 것을 바라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는 중국이 그동안 남북한 관계 개선과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해온 역할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있어 지속적으로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중 양국은 비핵화된 북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아닌 경제와 민생을 우선시하는 북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평화적으로 통일된 한반도라는 공통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더욱 긴밀히 협조하고, 그러한 대화와 소통의 과정이 한·중 관계를 더욱 격상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외교적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중 양국이 국교회복 20주년을 맞이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있는 이 시점에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이른바 ‘광명성’ 발사를 통해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앞으로 한·중 양국은 상호존중과 호혜공영의 정신하에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 북한이 야기하는 어려운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면서 양국 간 포괄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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