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저비용항공사들 무한경쟁
[ISSUE] 저비용항공사들 무한경쟁
지난 2월 20일 애경그룹은 안용찬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을 계열사인 제주항공 경영총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겸임 발령했다. 안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딸 채은정씨의 남편. 2006년 제주항공 출범 때부터 항공사업에 관여해 왔지만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의 신성장동력이자 핵심 계열사로 이번 인사는 제주항공에 대한 오너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한편 항공사업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것 ”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대한항공은 조현민 상무를 계열사인 진에어의 마케팅 부서장(전무)으로 발령했다. 올해 들어 저비용항공사에 오너 일가들이 속속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동북아 항공시장은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하다”며 “오너 가족 투입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규모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경영으로 해외영토 확장
최근 저비용항공사(LCC)는 날개를 활짝 폈다. 제주항공·에어부산·진에어 등 5개사의 올 매출이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000억원 대비 7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2~3년간 국내 LCC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와 아시아 지역 항공수요 증가가 배경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LCC 의 국내선 수송 분담률은 2008년 9.7%에서 지난해 41.4%로 3년 만에 4배 이상 팽창했다. 국제선 분담율도 같은 시기 0.03%에서 4.3%로 늘었다.
가장 돋보이는 성과는 제주항공이 올렸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매출액은 2010년 1575억원 보다 63% 증가한 2577억원을 기록했다. LCC 중 최고 매출이다. 같은 기간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각각 47%, 46% 증가한 1776억원, 17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주항공의 성과는 안용찬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1983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MBA)을 마친 뒤 1987년 애경산업 마케팅부에 입사했다. 30대에 애경 사장을 맡아 부채 폭을 줄이는 등 경영 수완을 발휘한 그는 2006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계열사인 제주항공을 맡았다. 이후 제주항공의 부진한 실적과 재무구조를 개선해 흑자 궤도에 진입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애경그룹의 3대 핵심부문(유통부동산·화학·생활항공) 중 매출 20% 정도를 차지하는 생활항공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최근 LCC 의 가장 치열한 격전장은 동남아 항로다. 중국·일본·동남아 LCC 가 신규 노선에 취항하는 등 아시아 항공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세계 항공시장에서 25%에 달하는 LCC의 분담률이 동북아에서는 5%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인천~나고야, 인천~후쿠오카 등 2개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또 4월에는 국내 LCC 최초로 인천~호찌민 노선에 취항했고 5월엔 인천~칭다오 노선도 취항 예정이다. 5개국 8개 도시 취항은 동북아시아 LCC 중 최대 규모다. 제주항공은 또 최근 2대의 B737-800 항공기를 도입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2대를 더 들여와 모두 12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오너 일가의 전진배치와 함께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진에어 역시 모기업의 후광과 노하우를 이용해 지난 3월 인천~비엔티엔(라오스)을 연결하는 노선을 개척했다. 진에어의 9번째 국제선 취항이다. 대형항공사들조차 취항하지 않은 노선을 특유의 영업력으로 뚫었다는 평가다. 진에어도 4월 B737-800 항공기 1대를 신규 도입했고, 12월엔 9번째 항공기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진에어의 모든 마케팅은 조현민 마케팅 부서장이 책임지고 있다.
에어부산도 지난 3월 부산~칭다오 노선을 신규 취항했고, 8호기를 도입한 데 이어 오는 10월 항공기 추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도 4월말과 5월초 김포~송산(타이베이) 첫 운항에 나선다.
티웨이항공 인수 눈치작전 치열LCC들이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티웨이항공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성항공의 부활로 주목을 끌었던 티웨이항공은 취항 이후 만성적자에 허덕이다 최근 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3월 21일 본입찰을 진행했으나 유찰됐다.
티웨이항공의 지분 9.7%를 보유한 예림당과 김성남 전 상지대 이사장 아들이 대표로 있는 구택건설이 입찰에 참가했으나 가격이 맞지 않았다. 매각 계획 발표 당시 관심을 보였던 제주항공과 대명그룹은 중간에 손을 들었고, 이스타항공은 본입찰 직전에 발을 뺐다. 티웨이항공의 매각가격은 300억~4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의 재입찰 가격에 주시하고 있다. 호가가 떨어질 경우 그 동안 인수를 관망하던 기업들이 다시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제주항공과 대명엔터프라이즈의 움직임이 관심거리다. 특히 안 부회장의 제주항공 대표이사 취임이 인수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사다. 운항기종이 B737-800으로 동일한 데다 규모 확장을 통해 LCC 선두주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면 LCC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고, 대형항공사와의 승객 확보 경쟁도 해볼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명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지난 2월 22일 항공사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대명그룹 고위층의 사업 진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창업자의 외아들인 서준혁 대명엔터프라이즈·대명코퍼레이션 대표는 항공업이 기존의 리조트업과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명그룹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에어아시아 한국지사 업무를 맡고 있어 이와 연계해서 LCC에 진출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가 국제선 노선을 개설할 경우 현지 네트워크 구축 등 많은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기존 LCC를 인수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경제적”이라며 “특히 현재 LCC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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