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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영역 넓혀가는 DIY 제품들 - 스타벅스·네스카페서도 DIY

[Trend] 영역 넓혀가는 DIY 제품들 - 스타벅스·네스카페서도 DIY

서울 종각역 근처에 위치한 과일음료 전문점 비스켓(beesket)에선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 가게는 독특한 컨셉트로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매장 한 켠에는 과일·채소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동그란 블록 수십 개가 놓여져 있다. 3개의 구멍이 나 있는 벌집 모양의 통에다 블록을 골라 담아 계산대로 가져가면 나만의 음료가 탄생한다. 예를 들어 사과·배·인삼 그림의 블록을 조립해 가져가면 이 세가지 음식을 그 자리에서 갈아 넣어 음료로 만들어 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완성된 통만 가져가면 자동으로 칼로리를 계산해 주고 음료가 건강에 어떻게 좋은지를 설명해주는 정보가 계산대 옆 모니터에 나타난다.

블록을 담는 통에 따라 스무디·에이드·요거트의 종류를 구분한다. 거기다 30여가지 종류의 채소·과일 중 3가지를 선택해 자신만의 음료를 고를 수 있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총 8만1200여가지 맛의 음료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비스켓 유재호 대리는 “음료 사업이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획일화된 브랜드의 비슷한 메뉴만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비스켓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8만1200가지 음료 만들 수 있어비스켓 매장은 놀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맛을 개발해 내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종의 DIY(Do It Yourself) 음료인 셈이다. 비스켓이 추천하는 조합이 있음에도 개성을 살린 음료 만들기 그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

음료 한잔을 먹더라도 자신만의 색깔을 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카페·음식점·제과점·옷가게 등 소비의 상당부분이 프랜차이즈에서 발생한다. 편리하긴 하지만 매번 규격화된 상품을 소비하는 건 개성 강한 소비자들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다. 독특한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구매자의 선택 폭을 넓힌 DIY 스타일 마케팅이 활발하다.

DIY라는 용어가 제일 처음 탄생한 곳은 영국이다. 1차 세계대전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면서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의 부족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자신의 물건은 스스로 만들어 쓰자’는 운동이 일어난 게 DIY의 시초다. 이후 조립식 가구나 수공예 액세서리 등 DIY 상품이 등장하면서 마케팅 용어로 널리 쓰이게 됐다. DIY 마케팅이란 용어가 국내에서 활발하게 쓰인 것은 2000년대부터다. 인터넷쇼핑몰을 중심으로 십자수·수제 초콜릿·조립식 수납장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몇 년 전에는 공간의 배치를 소비자가 직접 할 수 있는 아파트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처음의 DIY 고가의 가구 대신 직접 조립해 저렴하게 쓰자는 인식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에 자신의 개성을 더한다는 의미가 더 강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DIY 마케팅에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가세했다. 가장 획일화되고 규격화되어 있는 프랜차이즈가 나서서 소비자의 개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DIY 상품이 등장했다. 일부 브랜드는 DIY 자체를 컨셉트로 하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식품업계다. 지난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나만의 프라푸치노’ 메뉴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반우유·저지방우유·두유 등으로 베이스를 선택한 다음 다양한 종류의 시럽과 첨가물을 추가해 자신만의 취향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스타벅스에서 이 메뉴를 출시하자 소비자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를 살린 음료 배합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크게 화제가 된 조합이 ‘악마의 음료’다. 맛은 좋지만 이 음료에 담긴 칼로리가 무려 900kcal나 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정식 메뉴엔 없는 제품이지만 일부 매장에선 ‘악마의 음료’를 주문하면 알아서 만들어 주는 점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소비자들 스스로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내고 놀이처럼 그것을 공유한 것이다.



소비자가 새로운 메뉴 개발하기도또 다른 커피전문점 카페네스카페도 올해부터 DIY 마케팅에 동참했다. 입맛에 따라 다크·밀크·화이트 초콜릿 베이스를 선택할 수 있는 ‘카카오쵸’를 출시했다. 아이스와 프라페 형태 중 선택해 즐길 수 있고, 생크림과 시럽을 활용해 다른 맛을 낼 수도 있다. 카페네스카페 유재홍 마케팅 팀장은 “고객들은 찍어낸 듯 똑 같은 상품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며 “특정한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개개인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뛰어넘어 메뉴에 고객 개개인의 개성까지 반영해 조합하는 것이 최근 외식업계의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일본식 카레 전문점 코코이찌방야는 DIY 자체를 콘셉트로 하는 프랜차이즈다. 밥량을 3단계, 카레의 매운맛 정도를 12단계로 나눠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버섯·새우·소고기 등 20여가지 종류의 토핑을 조합할 수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면요리 전문점 제일제면소도 DIY 제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동면·소면·쌀면·메밀면 등 4가지 종류의 면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여기에 또 4가지 종류의 육수를 곁들일 수 있어 ‘국수’ 메뉴 하나에도 총 16가지 조리법을 적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개성강한 ‘탈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맞춤 제품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클래식 자전거 판매업체 아나비가 출시한 커스텀자전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자전거 본체, 손잡이, 안장, 바퀴 크기와 휠, 기타 액세서리까지 선택해 자전거를 주문할 수 있다. 세상에 한 대 밖에 없는 자전거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모든 옵션을 선택해 주문을 하면 그 때부터 제작에 들어간다. 아나비 관계자는 “주문이 밀려 5~7일 정도 걸리던 제작기간이 7~14일까지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품종 대량생산 제품의 대명사인 자동차 업계에서도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4월 중순 국내 판매를 시작한 시트로앵 DS3는 루프·본체·백미러·스티어링 휠 등을 각각 다른 색상으로 꾸밀 수 있게 만들었다. BMW의 미니 시리즈도 루프·사이드미러에 다른 색상으로 포인트를 줄 수 있도록 했다. 시트로앵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는 “자동차가 그저 교통 수단이던 시대는 갔다”며 “자동차 자체가 또 하나의 나로 표현되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DIY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제품 특성상 주문 이후에 제작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 식품업계의 경우엔 주문을 빨리 소화하지 못하면 테이블 회전률에 영향을 준다. 결국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까다로운 소비자에게 최대한의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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