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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창업 늘지만 ‘카피캣’ 서비스만 넘쳐

SNS 창업 늘지만 ‘카피캣’ 서비스만 넘쳐



스타트업 미디어인 beSUCCESS가 주최한 IT·기술 분야 스타트업행사 ‘beLAUNCH’가 지난 6월 13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150여개 회사가 참여해 각자의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5월 초 페이스북의 기업 공개로 들뜬 업계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 자리에서도 ‘소셜(Social)’이라는 화두가 돋보였다.

각자의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경쟁하는 ‘스타트업 배틀’ 행사에 참가한 업체 20개 중 절반 가량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표방하거나 강력한 SNS 기능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행사 관계자는 “서로 비슷한 SNS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나온 창업자도 적지 않을 정도로 소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투자금 넘치고 예비창업자 줄 섰지만…SNS 분야에 뛰어드는 벤처 창업자의 행렬이 마치 골드러시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위치를 표시하고 지역 정보를 공유하는위치기반 SNS로 가입자 1500만 명을 모은 ‘포스퀘어(Foursquare)’,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페이스북·트위터의 뒤를 이어 방문자수 3위를 기록한 사진 공유 SNS ‘핀터레스트(Pinterest)’ 등 해외에서 다양한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정보를 추천하거나 일기장을 공유하는 등 기존에 없는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은 곳도 있지만 미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국내에 들여오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올 들어 핀터레스트와 비슷한 사진 공유 SNS를 내놓은 국내 스타트업만 10여개에 이른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개한 1분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 투자가 5년만에 30%대로 올라섰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SNS 업체가 늘어난 것도

수치 변화에 한몫 했다”고 밝혔다.창업자들이 SNS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비교적 창업하기 쉬운 서비스라는 점도 한몫 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의 박지웅 팀장은 “커머스 사업을 한다면 구매, 영업, 유통까지 스타트업에서 모두 준비해야 하는 반면 SNS는 프로그램을 코딩해서 서비스를 내놓으면 되기 때문에 소수의 인원이 비교적 품을 덜 들이고 창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 경험이 전무한 20대 창업자의 경우 자신들이 친숙한 SNS 분야에 착안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사업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심리적 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사업 환경도 좋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들은 “어느 때보다 창업하기에 좋은 여건”이라고 말한다. 시중에 돈이 넘치고 창업과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다. 지난해 신규 벤처 투자액은 1조 2600억 원을 넘어서 벤처 열풍이 정점을 찍었던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대학생 창업가들이 투자금 준다는 곳이 많아 비교하는 중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예전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 중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다소 회의적이다. 인기를 끈 해외 서비스를 베껴 국내에 선보이는 ‘카피캣’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우리나라 SNS 이용자의 특성과 웹 환경 등을 100%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구글로 대변되는 검색 위주의 웹 환경을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다음 등 디렉토리로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 위주로 돌아간다.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는 “국내 이용자들은 이미 대형 포털사이트를 거쳐 필터링 된 정보를 받고 있기 때문에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미국 사용자들만큼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SNS 상에서 낯선 사람과도 쉽게 친구를 맺는 서구권에 비해 국내 이용자들은 지인들 위주의 네트워크를 꾸리기 원하는 등 다소 폐쇄적인 성향이 있다. 연인을 위한 SNS ‘비트윈(between)’을 운영하는 박재웅 VCNC 대표는 “중국·일본 등 유교권 아시아 국가 이용자들은 모두에게 공개된 웹상에 사진이나 동영상 올리는 것을 꺼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성공한 SNS가 개방형 미디어로서의 성격을 가지는데 국내 이용자들은 지인 네트워크 구축에 더 무게를 싣는 것이다. 해외에서의 성공을 근거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 것이라 보장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산 SNS는 한국어 지원을 비롯해 국내 이용자 환경에 맞게 제공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20~30대 주요 SNS 이용계층은 핀터레스트, 포스퀘어 등 외국산 서비스에도 특별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발빠른 얼리유저(Early User)들은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을 때부터 미국의 인기 SNS를 사용해본다.

국산SNS는 한발 앞서 등장해 세계적으로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해외 서비스에 밀릴 수 밖에 없다.국내 시장이 작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최근 동영상이나 사진, 음악, 동영상 등 특정 분야를 공유하는 ‘버티컬(Vertical)’ SNS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런 트렌드를 좇아 분야별로 세분화된 SNS를 내놓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기업은 드물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미국은 서비스 이용자층이 넓기 때문에 오래 꾸준히 팔 수 있는 롱테일 마켓(Long tail market)이 존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시장 자체가 작아 버티컬 SNS가 일정 규모 이상의 이용자 수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 대표가 최근 투자를 발표한 ‘빙글(Vingle)’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SNS인데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 서비스로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 틈새시장을 노리기에는 이용자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은 시장, 한정된 사용자 수가 한계‘SNS 회의론’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들려온다. 페이스북의 상장 이후주가가 계속 내리막을 걷는 걸 보며 실리콘밸리 관계자들도 ‘SNS 버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SNS 업계에 돈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유사한 서비스들이 한꺼번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데다 이들이 뚜렷한 수익원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산업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버블 현상을 지금의 SNS 과열 현상에 빗대기도 한다.페이스북과 같이 강력한 소셜 플랫폼, 혹은 싸이월드의 전성기 때만큼의 인기를 누릴 국산 SNS가 나올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현재 쏟아지는 SNS 스타트업 중 살아남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다.

박지웅 팀장은 “소셜 플랫폼은 1위 기업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독식하게 되는데 그 정도로 성장하기까지 시간도, 투자금도 많이 든다”며 리스크를 지적했다. 오히려 기존의 강력한 소셜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가능성이 있다. 페이스북 등 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소셜게임업체 징가는 지난 해 11억4000억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 중 90% 이상이 페이스북 앱에서 발생했다.

이처럼 기존 SNS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비스가 승산이 높다는 것이다.이용자들이 시간을 투자하고 싶을 정도로 강력한 동기를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다. 박 팀장은 “이 분야 스타트업을 만나보면 사소한문제를 해결해주는, 시장 자체가 작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주 강력한 니즈(needs)가 있는 SNS가 아니라면 사용자들은 절대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트윈 앱으로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박재웅 대표는 “특정 타깃층을 대상으로 잡고 그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한 것이 맞아떨어졌다”고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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