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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Barclays Lost Its Head 바클레이스의 몰락

How Barclays Lost Its Head 바클레이스의 몰락

트레이더 B: 금리 좀 낮춰서 보고해 주면 좋겠는데 누구한테 부탁하면 될까? 금리 보고 담당자: 그런 부탁이라면 X나 Y가 맡아줄 거야. 트레이더 C: 지난 몇 주 동안 도와줘서 고맙네. 금리 보고 담당자: 자네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기꺼이... 트레이더 C: 나중에 은퇴해서 이 일에 관한 책을 쓰게 되면 자네 이름을 금박으로 넣어주겠네. 금리 보고 담당자: 우리 일은 어떤 책에도 언급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앞의 내용은 2005~2006년 영국의 유서깊은 은행 바클레이스 직원들이 주고받은 e-메일 대화다. 금융위기 직전 런던 금융가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바클레이스의 트레이더(은행 자금으로 채권·주식·선물·옵션 등을 매매하는 전문가)들이 동료 직원들에게 리보(LIBOR, 런던 은행간 금리)의 조작(rig)을 요청하는 내용이 반복해서 나온다.

이 e-메일에서는 당사자들 자신이 법을 어기고 있음(transgressing)을 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미국과 유럽의 규제기관들이 바클레이스에 총 4억53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다.

리보 스캔들이 개별적인 사건이었다면 바클레이스의 CEO 밥 다이아몬드는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골드먼삭스의 CEO 로이드 블랭크페인은 2010년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상당 액수의 벌금을 부과 받긴 했지만 사임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줄줄이 폭로된 영국금융기관의 사기와 부실경영 사건 중 가장 최근 사례인 ‘리보게이트(Liborgate)’는 다이아몬드뿐 아니라 바클레이스의 회장과 최고운영책임자(COO)까지 자리에서 내몰았다.

‘리보’라는 말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용어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다양한 기간과 통화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은행간 대출의 금리는 1980년대 중반부터 런던에서 영국은행협회(BBA) 주관으로 설정돼 왔다. 날마다 주요 은행의 대표들이 모여 자행이 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려고 할 때 예상되는 금리를 제시한다. 제시되는 16개의 금리 중 가장 높은 쪽 4개와 낮은 쪽 4개는 무시하고

중간 8개의 평균을 낸다. 이 평균치가 바로 리보 금리다.

각 은행의 대표들은 자행이 자금을 빌리려고 할 때 예상되는 금리를 솔직하게 제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앞에 소개한 e-메일 대화 내용 같은 자료가 없다면 그들이 동료 트레이더의 청(behest)을 받고 예상 금리를 높이거나 낮춰서 제시하지 않는지 판단할 방법이 있겠는가? 거짓말 탐지기라도 동원한다면 또 몰라도 말이다.

또 중간 수치보다 상당히 높거나 낮은 수치는 평균을 낼 때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리보 금리 산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그러나 리보 금리에 작은 변동만 있어도 그 여파는 상당하다. 어마어마한 건수의 금융 및 파생상품 거래가 이 금리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선물계약과 금리스왑, 변동금리 모기지 등이 여기 포함된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리보를 기준(reference point)으로 삼는 파생상품의 규모는 360조 달러를 웃돈다. 부채 의존도가 높은 금융계

에서는 금리에 1%의 100분의1만 변동이 있어도 수천만 달러가 왔다 갔다 한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문제는 바클레이스 은행이 지난주 시사한 대로 폴 터커 영국 중앙은행(BOE) 부총재가 금리 조작을 종용했을까 하는 점이다. 아니다. 2008년 10월 터커와 다이아몬드의 대화에서 터커는 바클레이스가 다른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을 보였다.

그로서는 매우 적절한 관심이었다. 금융위기를 맞은 중대한 시점에 리보는 은행 간 신뢰의 척도로 자리잡고 있었다. 터커는 중앙

은행의 재정적 안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바클레이스의 리보 금리 제시 수준에 관심을 가질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마지막으로 고려해 볼 문제는 밥 다이아몬드의 몰락이 한 건방진 미국인(an uppity Yank)에 대한 영국 보수세력의 복수일까 하는 점이다.

그 역시 아니다. 영국 금융업계에서는 다른 국적의 다른 은행 간부들도 곧 표적이 되리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BOE는 금융정책 기관으로서뿐 아니라 금융 규제기관으로서도 제 역할을 다할 것을 재천명하고 나섰다.

‘세계 금융의 중심’이라는 런던의 명성을 떠올리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런던에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유럽 최고의 고층건물 ‘샤드(Shard, 유리나 금속의 조각이라는 뜻)’가 문을 연 건 매우 적절해 보인다.

현재 런던의 명성이 산산조각 났으니(is in shards) 말이다. 터커가 BOE의 차기 총재가 된다면 그의 첫째 임무는 조각난 그 명성을 다시 이어 붙이는 일이 될 듯하다. 국제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홍콩으로 발길을 돌리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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