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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 한국 기업에 몰린다

글로벌 인재 한국 기업에 몰린다

130여만명.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다. 국내 기업에서 외국인을 만나더라도 낮설지가 않다. 해외 유명 MBA 출신으로 특별 채용됐다거나 사내·외에서 오직 영어로만 말하는 외국인만 있는 게 아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은 물론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 직장동료가 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내 기업도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 사정에 밝으면서 한국 정서를 이해하는 외국인 인재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공채로 외국인을 신입사원으로 뽑는 기업도 늘었다. 이들이 코리안드림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적지 않다. 언어·문화적 차이,취업 정보 부족은 이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한 베트남 출신 유학생 원시 투흐엉(28)씨는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 다됐다. 그는

서울대 석사과정을 마친 후 지난해 8월에 LG전자 외국인 유학생 공채에 합격했다. 투흐엉씨는 현재 LG전자 한국마케팅본부에서 마케

팅 실무를 배우고 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TV, 냉장고 등LG전자 제품을 사용해 친숙하게 느꼈다”면서 “훗날 고국의 LG전자

법인에 돌아가서 베트남 시장에서 LG가 선전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베트남·인도 출신자 수요 많아LG전자는 2011년부터 국내에 거주하는 우수한 외국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탤런트 트레이닝’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신흥국 출신 인재 30여 명을 선발했다. 투흐엉씨를 비롯한 30여 명의 새내기 사원들은 국내 주요 조직에서 1년간 교육을 받은 후 해당 국가 법인으로 파견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의 성과와 참가자들의 반응을 검토해 지역과 대상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인재 채용이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 채용정보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그룹, GS건설, 롯데그룹, 금호아시

아나그룹, 대림산업 등 대기업과 오뚜기, 노루페인트 등의 중견기업이 외국인 유학생 공채를 진행했다. 롯데는 3월, 9개 계열사에서 일

할 2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 공채를 마쳤고, 금호아시아나그룹도 4월 초 외국인 유학생 대상 그룹공채를 실시했다.

과거에는 대개 경력직을 스카우트하거나 수시채용을 통해 소규모로 외국인을 채용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점차 공개채용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대기업들은 계열사별로 해외시장 진출 계획에 따라 필요한 지역을 선택하고 현지 우수 인력을 공개 모집한다. 특히 시장잠재력이 큰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신흥시장 출신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다.

롯데 홍보 관계자는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면서도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고학력 전문인력 수요가 늘

었다”면서 외국인 유학생 공채를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유학생 출신 직원들이 본사와 현지 시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파견된 한국인 직원의 적응을 돕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에 따르면 기업체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자 특정활동(E-7) 비자를 받은 국내 외국인 수는 1만711명(2010년 기준)이다. 5년 전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치다. 출신국도 다양하다. 중국(3577명) 같은 신흥국뿐 아니라 미국(1008명)·캐나다(258명)·영국(163명)을 비롯한 선진국 출신도 많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 진출하거나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사업을 펼치면서 해외에서 스카우트한 인력도 있지만 오로지 한국 기업의 기술력에 매료되거나 한류에 빠져 스스로 한국 기업의 문을 두드린 외국인들도 적지않다.

국내 한 건설사에서 일하는 캐나다 출신 메브 허드슨(29)씨는 “해외 건축 사이트를 통해 한국 건축가의 훌륭한 작품을 접하면서 한국을 동경하게 됐다”면서 “건축 시장이 포화상태나 마찬가지인 유럽이나 미국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국 회사에 지원

했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데는 달라진 세계 경제상황도 한 몫을 했다. 유로존 위기와 글로벌 경제 침체의 우려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허드슨씨는 “실제로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대형 프로젝트가 거의 없어 울상”이라면서 “한국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프로젝트가 쏟아지니 한국 기업에 취업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이라고 덧붙였다.

허드슨씨의 경우처럼 자국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국내 기업으로 이직한 경우도 있지만 현재 외국인 공개 채용의 주요 대상은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들이다. 외국인 유학생 채용에 대한 수요 증가는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맞물려 외국인 유학생의 질적 수준이 높아진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2004년 1만6832명에서 지난해 8만9537명으로 증가했다.

단기 어학연수 등을 빼고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도 같은 기간 1만1121명에서 6만3653명으로 늘었다. 동국대 외국인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한국 기업에 취직하길 희망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적지 않다”면서 “취업을 위해 한국어능력시험·영어 등은 물론이고 봉사활동·공모전 등 각종 ‘스펙’을 쌓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상반기 공채에 외국인 700명 지원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유학생 간의 취업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외국인 유학생 대상 글

로벌 유학생 채용 박람회’에는 1600여 명이 취업신청을 했다. 이 중30여 명이 삼성엔지니어링·LG전자·SK C&C에 입사했다.삼성그룹의 올해 상반기 3급 신입사원 공채의 경우 700여 명의 외국인이 지원했다.

이는 2009년 지원자(130명)의 약 5.4배다. 지원자들의 출신국도 중국·미국·캐나다를 비롯해 예맨·네팔·나이지리아·수단·우간다·코스타리카·과테말라 등 47개국에 달해 ‘글로벌삼성’의 위상을 과시했다. 삼성 관계자는 “외국인 지원자 중 상당수는 국내 유학생 출신”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채 방식을 통해 선발하는 이유는 과거 외국인 엘리트에 대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용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과거 기업이 글로벌화를 지향하며 해외 MBA 출신 외국인을 많이 뽑았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 “한국 기업문화에 익숙지 않은 아이비리그 출신보다 우리 문화에 익숙하면서도 글로벌 수준의 교육을 받

은 유학생을 선호하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아시아에서 공부하고, 일하길 원하는 서구권 학생들이 늘고 있어 수는 물론 질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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