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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바보처럼 살아라

지혜로운 바보처럼 살아라



‘불행하게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나아 다시 술과 담배를 시작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흔히 한다. 자녀가 경제를 책임져주고 자신을 돌봐주는 환경에서 평화롭게 늙어가는 노년을 기대하는 이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녀의 교육과 결혼비용, 명품구입과 해외여행, 부동산가격 폭락 등 갖가지 이유로 재산은 없고 자녀와의 관계도 좋지 않은데다 고혈압·당뇨·암 등 병만 많은 노후는 오히려 공포다.

그럼에도 비교적 편안한 노년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우선 아낌없이 서로 사랑하는 대상이 첫 번째 조건이다. 그 대상 중에는 배우자가 가장 흔하다. 같이 사랑하며 늙어 가는 부부로 사는 것이다. 그 외에도 고아·장애인·애완동물을 돌보며 사랑을 주고 또 받는 노인들은 노년이 풍요롭다. 수백억 재산이 있어도 이혼소송으로 골머리를 앓는 부부보다는 다정하게 손 붙잡고 어디든 함께 다니는 가난한 부부가 훨씬 행복하다.



사랑할 대상 찾기가 첫째조건두 번째로는 욕심 부리지 않고 자족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노년이 되면 건강도, 지위도, 재산도 내리막길에 들어서는 것이 당연하다.이럴 때 ‘여봐란 듯 다시 성공해 보겠다’고 무리를 하면 어김없이 당하게 된다.

주식투자로, 엉뚱한 사업으로, 무리한 운동으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몸도 마음도 상하는 노인이 얼마나 많은가. 반대로 줄어든 월급, 옛날 같지 않은 건강, 아무 직위 없는 평범한 생활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노인들은 무리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평화롭게 산다.

셋째는 검소함·절제·자기관리의 기쁨을 아는 것이다. 검약하게 살면서 아주 적은 돈으로도 재미있게 사는 노인이 많다. 그러나 허랑방탕하면 수백억원도 단숨에 날릴 수가 있다. 이른바 자기에게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명품족의 노후가 걱정되는 까닭이다. 실제 만난 환자들 중에는 자녀 결혼식을 호화롭게 치른뒤 빚만 잔뜩 진 노인이 적지 않다.건강이 받쳐 주지 못하는 데도 지나친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게으름, 과음, 과식을 일삼는 노인도 많다. 물론 적당하게 운동하고 잘 섭생하면 치매도 예방되고 행복해진다.

네 번째로 조심해야 될 함정은 집착이다. 주로 배우자와 자녀들에 대한 병적인 애증이다. 노년이 되면 대부분 성생활도 옛날 같지 않고 자신감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배우자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또 며느리나 사위에게 내가 받아야 할 관심과 애정을 빼앗겼다고 생각해 사사건건 자식 부부의 삶에 끼어들거나 일부러 집안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노인도 많다.

이런 집착은 가족뿐 아니라 친구 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들어갔다 못 견뎌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서로 따돌리고, 소문내고, 질투하는 관계 때문이라고 한다. 또 과거 어떤 단체에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던 사람은 “자리를 젊은이들에게 내 주고 나니, 나를 무시하고 소외시키더라”며 섭섭해 하는데, 이 역시 엄밀히 따지자면 집착일 뿐이다.

다섯째,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는 노년은 행복할 뿐 아니라 뇌노화도 더디게 진행된다. 스마트폰, 인터넷, 외국어, 요리, 목공, 운동, 악기, 그림, 도자기 등등 노년에도 배울 것은 무궁무진하다. 배울때의 짜릿함과 성취감은 죽을 때까지 계속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년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요소는 자아초월에 대한 추구다. 자아초월은 꼭 천당에 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성경공부도 많이 했으니 천국에 내 자리가 마련돼 있다고 말한다면 아직 작은 자아(ego)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생태계 한 부분이기에 자신의 노화와 죽음도 생태계 속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기쁘게 받아들인다면 자아 초월의 개념에 근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고 거짓된 자아(ego)를 넘어선 보다 큰 참자기(Self)를 찾는 과정, 소인이 아닌 대인이 되고자 부지런히 공부하는 마음, 크고 지혜로운 바보가 되기 위해 무위를 실천하는 태도가 모두 자아초월을 추구하는 마음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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