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원, 그 이상의 가치 지닌 토요타 ‘우븐 시티’
토요타, 우븐 시티 1단계 준공 소식 알려
14조원 투입된 우븐 시티, ‘테스트 베드 활용'
전문가들, 미래 청사진 제시 측면에서 호평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산 기슭에 ‘첨단 도시’가 움트고 있다. 이 도시의 이름은 ‘우븐 시티’(Woven City)다. 우븐 시티는 토요타가 일본에 짓고 있는 스마트 도시인데, 토요타의 야심작으로 통한다. 베일에 쌓여있던 우븐 시티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에서 처음 속살을 보였다.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은 6일(현지시간)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직접 찾아 ‘우븐 시티’의 1단계 준공을 소식을 알렸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이날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우븐 시티의 1단계 준공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우븐 시티는 모든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를 발명하고 개발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토요타가 짜 내려가는 ‘우븐 시티’
‘우븐 시티’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시점은 약 5년 전으로 시계를 돌린 2020년이다. 지난 2020년 열린 ‘CES 2020’에서 도요타는 자동차가 아닌, 다른 그림을 들고 왔다. 바로 ‘우븐 시티’다. 당시 도요타는 일본 후지산 인근에 70만8000㎡(축구장 약 100개 면적) 규모의 스마트 시티를 착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 1단계 구역 건설을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5년이다. 우븐 시티를 발표했던 지난 ‘CES 2020’ 이후 5년 만에 ‘CES 2025’에 복귀한 토요타는 우븐 시티의 1단계 공사가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 도시 전체는 수쇼 연료 및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만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5년전 바로 이곳, 이 무대에서 같은 넥타이를 매고 실증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그것이 바로 우븐 시티”라며 “올해부터 (우븐시티에) 주민이 거주하기 시작하며, 점차 현실적인 실증 장소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븐 시티는 세 가지 전용 도로가 거미줄처럼 짜여 있다. ▲첫째 자동차 ▲둘째 보행자 ▲셋째 공유 이동 수단이다. 우븐 시티의 자동차 전용 도로는 자율주행차와 친환경 차량만 다니는 도로다. 보행자 전용 도로는, 말 그대로 보행자만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공유 이동 수단 도로는 자전거나 스쿠터 등의 공유 이동 수단만 이동이 가능하다. 각 도로는 독립적인 기능을 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우븐 시티는 ‘직조 도시’라는 별명을 갖는다. 우븐(woven)은 위브(weave)의 과거 분사다. 위브는 옷감·카펫·바구니 등을 짜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우븐 시티를 단순 직역하면 ‘짜여진 도시’다. 우븐 시티의 도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띄어 직물 직조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이 때문에 우븐 시티는 직조 도시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토요타의 전통에서도 ‘직조 도시’를 엿볼 수 있다. 토요타는 직물기계 제조업체로 시작한 회사다. ‘직조’라는 이름은 토요타의 전통을 현대 기술과 연결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도시가 바로 직조 도시인 ‘우븐 시티’인 셈이다.
14조원 투입 ‘우븐 시티’, 가치는
토요타의 우븐 시티 프로젝트에는 100억 달러(약 14조원)이 투입됐다. 막대한 규모 만큼 기술고도화 수준도 높다. 토요타는 우븐 시티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실증 장소로 구축해나갈 방침이다.
우븐 시티는 4가지 영역의 연구와 혁신에 집중한다. 사람·사물·정보·에너지 모빌리티 등이다. 토요타는 우븐 시티를 ‘모빌리티의 테스트 코스’로 삼아 직면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할 방침이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퍼스널 모빌리티부터, 안전 귀가를 도와주는 드론, 노인을 보살피는 반려동물 로봇 등 다양한 모빌리티를 개발 중”이라며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우븐 시티에서 도쿄까지 빠르게 이동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돈이다. 우븐 시티를 유지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우븐 시티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만한 수익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수익성이 아닌 미래를 위해 우븐 시티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우븐 시티가 도요타에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으로서 도요타가 쌓아온 지식과 기술을 공유할 책임이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우븐 시티를 만든 이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우븐 시티는 수익성에 방점을 맞춘 비즈니스가 아닌,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고 언급했다. 눈 앞의 수익이 아닌,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확장을 위한 테스트 베드가 우븐 시티라는 것이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븐 시티는 직접 수익을 노리기보다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하는 일환”이라며 “도시 유지에 필요한 자금 조달은 정부차원의 투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고, 우븐 시티는 단편적인 사업이라기 보다, 새로운 도시 개념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도요타의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빈 서강대학교 정보통신대학 특임 교수도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안에는 수많은 데이터와 서비스가 있는데, 우븐 시티는 방대한 도시의 데이터와 AI가 융합되면서 더 많은 혁신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데이터 관련 보안 문제는 늘 제기되기 때문에 혁신과 보안의 밸런스를 잘 맞춰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단순히 수익성에만 초점을 잡으면 의문점이 남겠지만, 미래 청사진 제시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며 “또, 우븐 시티가 하나의 랜드마크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고, 토요타 브랜드 가치 상승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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