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하는 욕망의 본질
시대를 초월하는 욕망의 본질
극장가에 ‘욕망’이 넘실거린다. 하긴 모든 영화(혹은 문학)는 항상 인간의 욕망에서 자양분을 얻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최근 화제작은 욕망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형국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 인간의 욕망을 노골적인 제목으로 드러낸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개봉하자마자 이번엔 김대승 감독의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은 욕망의 ‘알몸’을 드러낸다.
‘번지점프를 하다’(2000)와 ‘가을로’(2006) 등 애절한 멜로 영화를 만든 김대승 감독은 ‘혈의 누’(2006)을 통해 폐쇄된 섬마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핏빛 욕망을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로 완성한 바 있다. 이런 전작과 연관 짓는다면 ‘후궁: 제왕의 첩’은 김대승 감독의 장기(멜로와 욕망의 스릴러)를 하나의 용광로에 넣고 펄펄 끓여낸 영화로 볼 수 있다. ‘후궁’은 크게 두 축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한 축은 가질 수 없는 이를 향한 멜로의 욕망이고 다른 한 축은 왕권 즉 피로 인정받는 권력을 얻고자 하는 힘의 욕망이다.
멜로의 욕망과 힘의 욕망전작들을 통해 멜로의 욕망과 힘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했던 김대승 감독은 ‘후궁’에서 두 종류의 욕망을 자연스럽게 얽어 놓는다. 우선 멜로의 욕망은 한 여성을 가운데 둔 두 남자의 이야기. 양가집 규수 화연(조여정)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자란 권유(김민준)와 사랑하는 사이지만 아버지의 권력욕에 의해 왕의 후궁으로 궁에 들어간다. 문제는 왕의 동생 성원대군(김동욱)도 화연을 사랑한다는 것.
왕이 죽자 이복동생 성원대군이 왕위를 계승 받고,화연을 사랑한 권유는 자신의 육체적 남성성을 포기하고 그녀의 옆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권유가 내시로 궁에 입궐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세남녀는 서로 맺어질 확률이 0에 가깝다. 화연은 이미 선왕의 아들을 낳았고, 성원대군에게는 선왕의 후궁이 되었으며 권유 역시 화연을 탐하는 순간 목숨을 부지할 수 없는 내시가 되었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 장애물은 강력한 촉매제가 된다.
성원대군은 자신의 왕위를 걸고서라도 화연을 가지려 하고, 권유 역시 화연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않다. 궁에 들어와 지극히 현실적인 계산을 하게 된 화연 역시 인간인 이상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다. 뻔히 그 끝이 파국인줄 알면서도 사랑에 뛰어드는,부나비 같은 인물들의 욕망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다른 한 축인 힘의 욕망은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이야기다. 멜로의 욕망이 한 여자를 탐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인 반면 힘의 욕망은 한 남자를 지배하려는 두 여자의 이야기라는 점은 꽤 흥미롭다. 사랑을 쟁취하려는 인물은 남성, 힘을 쟁취하려는 인물은 여성임을 드러낸 구성이기 때문이다. 병세가 깊은 선왕을 독살하고 유약한 아들 성원대군을 왕으로 세운 대비(박지영)는 아들을 허수아비 세워 정사를 장악한다.
한편 선왕의 후궁으로서 아들을 낳은 화연은 자신을 제거하려는 대비 세력의 음모를 성원대군을 방패막이로 피하려 든다. 성원대군의 고민은 기 센 어머니와 사랑하는 아내 사이에서 휘둘리는, 고부갈등에 골머리를 썩는 남편의 고민과 거의 흡사하다. 끝내 성원대군은 어머니 대신 아내를 택하지만 그 결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영화를 보고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이복형의 후궁을 사랑한 조선의 왕앞서 잠시 언급한 ‘돈의 맛’과 ‘후궁’은 권력과 성(사랑 혹은 섹스)을 욕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다만 ‘돈의 맛’의 시대가 현대, ‘후궁’의 시대가 과거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김대승 감독은 ‘후궁’을 만들면서 “욕망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을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상수 감독이 ‘돈의 맛’을 만든 이유와 흡사하다. ‘욕망의 대한민국’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두 작품 중 과연 어느 영화가 더 의도를 충실하게 표현했는가? 이 질문엔 ‘후궁’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사실 ‘후궁’에 대한 초기 관객의 관심은 배우 조여정에게 쏠려 있었다. 전작 ‘방자전’(2010)을 통해 과감한 노출 연기를 선보였던 그녀가 ‘후궁’에서는 더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보여준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물론 ‘후궁’의 노출 수위는 꽤 높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소개하면서‘조여정의 노출’을 화두로 삼는 것은 배우에 대한 실례일것 같다.
‘후궁’의 베드 신은 매우 강렬하고 에로틱하지만 단지 노출을 목적으로 삼기보다는 발가벗은 상태, 가장 본능적인 상태에 놓인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폭발시키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조여정은 그 욕망의 용광로를 펄펄 끓게 만드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그 아름다운 나신으로. 한 편 지금까지 귀여운 미소년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김동욱에게 ‘후궁’의 성원대군은 배우로서 새로운 장을 여는 첫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성인이지만 어머니에게 아이처럼 휘둘리던 성원대군이 화연을 통해 내면의 남성을 꺼내놓는 과정은 폭발적이다. 또한 욕망의 화신 대비를 연기한 박지영의 카리스마는 영화 전체를 장악하고도 남는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에서 영감을 받아 태어난 인물들은 조선 아니 한국의 현실에 발을 착 붙이고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6월 첫 주의 기대작 3프로메테우스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누미 라파스, 샤를리즈 테론, 마이클 패스벤더
개봉 6월 6일 | 청소년 관람 불가
과연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인가 아닌가. 리들리 스콧 감독이 ‘프로메테우스’를 만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쏟아진 질문이다. 감독은 끝내 ‘에이리언’의 프리퀄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프리퀄 맞다’는 소식이다. 30여년 만에 SF 영화로 복귀한 리들리 스콧 감독은 기대 이상의 환상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인류 기원의 비밀이 ‘에이리언’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 그 답이 담겨 있다.
마다가스카 3: 이번엔 서커스다!
감독 에릭 다넬, 톰 맥그라스, 콘래드 버논
목소리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 록
데이비드 쉼머, 제이다 핀켓 스미스
개봉 6월 6일 | 전체 관람가
벌써 세 번째 시리즈다. 뉴욕 동물원에서 최고의 스타였던 사자 알렉스와 기린 멜먼, 얼룩말 마티,하마 글로리아가 이번에는 유럽의 서커스단과 합류하면서 웃음 폭탄을 제조한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공연 ‘태양의 서커스’를 3D 버전 애니메이션으로 부활시킨 ‘마다가스카 3: 이번엔 서커스다!’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남녀노소, 연령대에 상관없이 한껏 웃고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슈퍼스타
감독 임진순 | 출연 김정태, 송삼동
개봉 6월 6일 | 15세 관람가
독립영화 감독의 실제 경험을 유쾌하게 담은 로드
무비. 4년 째 감독데뷔를 준비하던 진수는 단역배우 태욱과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으로 2박3일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감독 준비생과 무명 배우를 반기는 곳은 어디에도 없고, 황당한 소동만 그들을 따라다닌다. 실제로 임진순 감독의 절친한 친구 배우 김정태가 실명을 나서 과거의 비루한 추억을 유쾌한 소동으로 그려낸다. 에일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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