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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2주는 떠나라

열심히 일한 당신 2주는 떠나라



#1. 신한은행 재무기획부 장봉기(47) 부부장부부는 8월 1일부터 일주일간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두 자녀와 함께 베트남에 다녀왔다. 휴가를 맞아 간호사인 아내가 활동하고 있는 의료봉사 단체 40여명의 회원들과 베트남 빈민 주거지역인 빈롱시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장 부부장은 “하루400여명의 환자 접수를 받고 안내, 차트 정리 등 진료를 도왔다”고 말했다. 장 부부장가족의 의료봉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4박5일간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이번 의료봉사는 신한은행의 장기 의무휴가제인 ‘웰프로(Well-pro)’ 덕에 가능했다. 신한은행이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웰프로’는 모든 직원이 의무적으로 열흘을 쉬어야 하는 제도다. 그는 “간호사인 아내가 그동안 의료봉사를 함께 가자는 제안을 했지만 짧은 휴가로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아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2. 에스오일에 근무하는 구기청(40) 과장은 7월 말부터 2주간 여름휴가를 다녀왔다.구 과장은 2주간의 휴가 중 일주일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강원도로 떠났다. 구과장은 “혼자만의 여행을 해보고 싶었지만 짧은 휴가로 기회가 없었다”며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강원도 천문대에 가서 별 구경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 3박4일은 제주도 오토캠핑장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겼다.

구 과장이 여유롭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것은 에스오일의 리프레시 제도 덕분이다. 에스오일은 직원이 원하는 시기에 의무적으로 2주간 휴가를 보내고 있다. 구 과장은 “집중 휴가제도가 있기 전까지는 가족을 먼저 챙겨야 했기 때문에 가족 위주로 휴가 계획을 짰지만 이번 휴가는 나와 가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 연월차 사용 권장

휴가와 연차 등을 묶어 2주 이상 쉴 수 있도록 하는 장기 휴가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장기 휴가제도는 2000년 중반 선진국처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에서 국내 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 직장인은 1년에 평균 15~25일의 연차 유급휴가를 받지만 연차휴가를 모두 쓴 직장인은 6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연차휴가 의무사용 캠페인을 벌여왔지만 업무 부담과 상사의 눈치를 보는 조직문화가 남아 있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연차수당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최소 15일 이상의 연차 유급휴가가 발생한다. 유급휴가이기 때문에 휴가를 쓰지 않으면 남은 일수만큼 돈으로 보상해 줘야 한다. 신한은행은 2010년 유급휴가 사용을 통해 약 100억원의 비용을 절약했다. 또 직장에 매이기보다는 자신의 시간을 원하는 인식이 퍼지면서 장기 휴가를 쓰는 직원도 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2010년 기준)가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기 휴가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129곳(43%)인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별로는 500인 이상 대기업이 47%, 300인이상 500인 미만의 중견기업이 64%, 300인미만 중소기업이 18% 등이었다. 신한은행관계자는 “‘열심히 일하자’ 못지 않게 ‘똑똑하게 일하자’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장기 휴가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물론 아직 제대로 이런 제도를 쓰지 못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486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휴가제도 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평균 연차휴가 일수는 4~6일이 46.3%로 가장 많았다.

그 이유는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라는 대답이 31.7%로 가장 많았고 업무를 꼽는 직장인도 23%로 나타났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A대리는 “회사에서는 휴가를 장려하지만 우선 일이 많고 아직까지 상사가 휴가 쓴 기간보다 많이 놀기엔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그래서 최고경영자(CEO)가 적극 나서는 기업이 많다. 두산의 박용만 회장과 에쓰오일 나세르 알 마하셔 사장은 월별·분기별로 휴가 실적을 직접 챙긴다.

대우조선해양의 고재호 사장은 최근 800여명의 직원에게“멋진 휴가 행복충전 안전귀가 기원합니다.수고 많았습니다”라는 휴가격려 문자도 보냈다. CEO가 직접 챙기고 있지만 부서 책임자급은 오래 쉬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에쓰오일은 대행체제를 도입했다. 어느 임원이나 팀장이 장기휴가를 떠나면 다른 부서 책임자가 대리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에스오일 관계자는 “휴가를 떠나는 사람은 업무 부담을 덜 수 있고, 대행을 맡게 된 사람은 다른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직원과의 유대관계를 넓힐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두 달짜리 ‘아이디어 휴가’ 시행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촉진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2008년부터 직원들에게 최대 두 달의 휴가를 쓸 수 있는 아이디어 휴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개인에게 할당된 연차휴가를 이어 붙여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광고회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만큼 아이디어를 개발하라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지난해 한달 남짓 일정으로 다녀온 그리스에서 찍은 사진을 미니책자로 만들었다. 그는“소장용으로 만든 사진첩이지만 앞으로 광고 컨셉트에 맞는 촬영지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게임업체 넥슨은 자기계발을 위해 3년차와 6년차, 9년차직원에게 연차휴가 외에 10~20일씩의 특별휴가를 주고 있다. SK텔레콤도 10년차와 15년차, 20년차 직원들에게 최대 45일간의 휴가를 준다.

장기 휴가는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만 15세 이상 국민이 1년에 이틀씩만 휴가를 더 가면 3조원의 돈이 풀리고 7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분석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성태 연구원은 “휴가와 휴일을 늘리는 것이 정부가 예산을 푸는 것보다 경기 부양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장기휴가 독려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7일 이상 장기 휴가 여행코스를 도보와자동차, 자전거, 오토캠핑 등 4가지로 분류해놓은 ‘리프레시 여행’ 책자를 발간했다. 또 매년 6월에는 휴가문화우수기업도 선정하고 있다. 올해에는 포스코가 선정됐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포스코는 연차휴가는 물론 안식월 휴가, 익년도 이월제도 운영 등 다양한 휴가정책을 펴서 직원들이 질 높은 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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