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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한의사가 건강 생각해 알아서 해주는 중식 요리

[FOOD] 한의사가 건강 생각해 알아서 해주는 중식 요리



“알아서 해주세요.” 서울 이태원동 대한각을 찾는 단골손님들은 주문 아닌 주문을 한다. 요리를 고르는 수고는 주인 당광위(64·唐廣裕)씨 몫이다. 주인은 두말 않고 ‘알아서’ 요리를 척척 내놓는다. 가령 10명이 가서 5만원씩 회비를 내면 50만원 선에서 모임 성격에 맞는 메뉴가 올라온다.

짜장면, 탕수육도 수준급이지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빙탕위안티(氷糖元蹄), 즉족발요리다. 돼지 앞다리 허벅지 부분을 여러 향료에 담가 삶아낸 요리인데 반들반들윤이 난다. 족발을 한 덩어리 덜어 접시에 놓고 청경채를 곁들이면 고량주 한잔이 절로 넘어간다. 깐쇼새우에도 눈이 간다.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생토마토로 만든 붉은색 소스가 식욕을 돋운다. 새우가 커 한입에 넣기 어렵다.

중식당을 열기 전 당광위씨는 종로 원남동에서 한의원을 경영했다. 왜 잘나가는 한의사를 접고 식당 주인이 됐을까. “사람들이 병이 생긴 후에야 한의원을 찾더라고요. 음식만 잘 먹어도 병이 덜 날 텐데, 안타까웠어요. 병을 고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드는 게 진짜 의사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그 길로 중식당을 계약했다. 화교 학교 영어 교사였던 부인 공번아(孔繁娥)씨도 가세했다.

“결혼할 나이가 되자 친정 어머니가 ‘다른 사람은 다 괜찮아도 중국집 하는 사람은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때는 이 양반이 한의사였으니 문제될 게 없었지요. 그런데 결혼하고 얼마 되지않아 ‘나 오늘 중국집 계약했다’ 그러는 거예요. 듣는 순간 기가 막혔지만 어떡하겠어요. 이미 끝난 일인걸.” 그녀 역시 학교를 그만두고 식당 경영을 도왔다. 부부는 영업이 끝나면 경기도 이천 농장으로 퇴근한다. 다음날 상에 낼 채소를 따기 위해서다. 대한각에서는 토마토, 껍질콩, 가지, 부추 등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를 사용한다. 신선한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싶어 이태원에 자리 잡기 전 강남터미널에 중식당을 열었지만 재료를 사서 쓰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부터 이천 모가면에 5289m²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지어 채소를 길렀다. 농사일은 수월치 않았다. “연료비가 너무 많이 들더군요.”궁리 끝에 비닐하우스 한 쪽에 벽을 세우고 벽에 열을 축적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지금은 일 년 내내 연료비가 필요 없다고. 문제는 또 있었다. 신선한 채소를 얻을 수 있었지만 밭에서 나오는 농작물 쓰레기가 처치 곤란이었다. 당광위 사장은 농장에 메탄 탱크를 설치했다. 농작물 쓰레기와 주변의 가축 분뇨가 발효돼 나온 메탄 가스는 취사용 연료로 쓰인다.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대한각은 골수팬이 많다. 대를 이어 단골이 된 손님도 있다. 필자가 식당을 찾은 날도 한 무리의 단골손님이 어김없이 주인장을 불렀다. “알아서 해주세요~.”

추천메뉴 족발요리 3만8000원, 깐쇼새우 2만5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명절휴무)

전화번호 02-798-9990, 0266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34-151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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