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 ‘노’라고 말하라!
노인들에게 ‘노’라고 말하라!
약 2년 전 10월의 어느 화창한 오후. 방향감각을 잃은 86세의 마거릿 레이저가 자신의 뷰익 센추리 스테이션 웨건 승용차를 몰고
필라델피아 교외를 달렸다. 95번 주간 고속도로의 출구로 진입해(pulled onto the exit ramp) 추월차선으로 약 20km를 역주행했다(drove in the wrong direction nearly a dozen miles in the passing lane). 다른 운전자의 신호를 묵살했다(waving off a driver who tried to catch her attention). 자동차들이 그녀의 차를 피해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Cars swerved out of her way). 넉 대의 차가 충돌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유튜브의 시대에 산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그 사고는 동영상 카메라에 포착됐다. 되풀이 발생하지만(recurs again and again) 흔히 사건이 일어난 뒤에야(only after the fact) 뉴스에서 접하는 사고를 드물게 실시간으로 시청하게 됐다. 레이저의 난폭운전 3개월 뒤인 2011년 1월 18일,91세의 남성이 메인주 95번 주간 고속도로를 12km 역주행했다. 3일 뒤 역시 메인주 주민인 87세의 여성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이번에도 운 좋게 중상자는 없었다. 하지만 마주 달리던 자동차 최소 한대가 충돌을 피하려고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 파손됐다(was damaged when it pulled off the highway to avoid collision).
앞으로 이런 사고를 더 많이 당할 각오를 하는 편이 좋다. 친척, 친구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over the course of time) 우리 자신도 그런 사고의 당사자가 될지 모른다. 2010~2050년 사이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두 배로 늘어 9000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85세가 넘는 초고령자의 증가율은 더 높아질 듯하다. 2010년 580만 명에서 2050년 1900만 명이 되리라 예상된다. 노화에 따라 우리의 운전 능력은 불가피하게 쇠퇴한다(As we age, our driving skills inevitably deteriorate). 자동차 사고의 가능성(The likelihood of a car crash)은 60세 이후부터 커지기 시작해서 70세 이후 급증한다. 80세 이상의 운전자는 10대 초보 운전자와 사고를 낼 가능성이 같다. 8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 가능성은 10대 초보 운전자의 두 배다.
다행히 고령 운전자의 다수는 운전을 자제할 만큼 책임감이 있다(are responsible enough to self-restrict). 그들은 자동차 운전을 줄이고 야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삼간다(refrain from driving at night or on high-speed roads). 이 같은 행동은 통계에서 드러난다. 지난 몇 년 간 고령 운전자가일으킨 사망사고가 다행스럽게 감소했다(a reassuring decline in the fatalities inflicted by older drivers).
2005년 이후 유가 급등이나 고령자들의 운전 자제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고령 운전자가 모두 책임 있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운(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의 운)을 시험하려 마음먹을 경우 막을 방도가 거의 없다. 십대 운전자는 시험 과정을 거쳐 보통 점진적으로 3단계에 걸쳐 운전 면허를 취득한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의 경우 대다수 주에서 시력검사주기만 더 단축할 뿐이다(are subject only to more frequent eye testing).
주 정부가 시험을 주저하는 한 가지 이유는 비용 문제다. 운전자를 직접 테스트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정치적인 우려도 비용만큼 중요하다. 젊은이들과 달리 고령자는 정치에 관심이 많다. 한 조사 결과 베이비붐 세대는 기본적인 시사문제 질문에 정답을 맞추는 확률이 젊은 세대보다 38% 더 높았다. 미국의 고령자는 투표에 참가하며 하나의 인구집단으로서 노골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투표한다(they unabashedly vote their interests as a demographic group). 따라서 고령화 사회의 비용을 다른 그룹에 전가하는 편이(to shift the costs of an aging society onto other groups), 그리고 주간고속도로 95번의 다른 운전자들이 길을 비껴가도록 하는 편이(to veer out of the way) 거의 언제나 더 쉽고 안전하다.
그 문제는 단순히 운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과연 우리가 언젠가 노인들에게 ‘노’라고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Whether we can ever learn to say no to the elderly)? 경제적 기회가 감소하고 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21세기를 맞아(as we face a 21st century of diminished economic opportunity and staggering government debt) 미국뿐 아니라 유럽의 모든 현대 사회가 당면한 커다란 정치적 난제다.
다음 세대로 떠넘기기공화당 부통령 후보 폴 라이언(하원의원, 위스컨신주)은 지난해 향후 20년에 걸쳐 미국 연방예산의 균형을 이루는 방안을 마련했
다.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그중 하나를 예산안으로 채택했다. 그 뒤 공화당 대선 후보 미트 롬니도 그 안을 조심스럽게 지지했다.그 방안은 예산 부담의 커다란 몫을 고령자에게서 청년층에게로 떠넘긴다는(A gigantic off-loading of budget pain from old to young) 요지였다. 현재 55세 이상인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령자 의료보장과 사회보장제도(Medicare and Social Security)는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받게 되는 고령자 의료보장 혜택은 점진적으로 줄어든다(will find Medicare progressively less generous). 그리고 가장 큰 부담이 가장 어린 세대에게 떨어진다.
과거 그런 떠넘기기 경제논리는 경제성장 덕분에 다음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더 부유해지리라는 전제 아래 정당화됐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혜택을 보는 미국인이 갈수록 줄어들면서(as the benefits of economic growth have been claimed by fewer and fewer Americans) 그런 가정이 붕괴됐다.1979년 이후 거의 모든 생산성 증가분이 상위 1% 소득자에게로 흘러갔다. 그 결과 오늘날의 20대 대다수가 훗날 부모 세대의 생활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may well fail to attain the living standards of their parents).
낙오하는 청년세대18~29세 연령층의 32%가 현재 직업이 없거나 상근직 일자리를 찾으며 시간제로 일한다(working part-time while searching for a full-time job). 언론인 돈 펙의 역작 ‘핀치드(Pinched)’는 대불황(the Great Recession)의 경제적인 영향을 다룬 최고의 저서다.그는 사회생활 초반의 실업이 평생에 미치는 영향(the lifelong effects of early-career unemployment)을 따진 예일대 리자 칸의 연구를 인용했다. “불경기에(during inhospitable times) 취업한 사람은 졸업 17년 뒤의 평균 소득이 호경기에 직장을 구했던 사람에(those who had emerged into a more bountiful climate) 비해 여전히 10% 낮았다.” 칸에 따르면 “그 기간 동안의 소득손실분을 모두 더하면(When you add up all the earnings losses over the years) 호황기 졸업자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서(adjusted for inflation) 10만 달러 안팎의 로또에 당첨되는 셈이고 반대로 불황기 졸업자는 같은 규모의 빚을 떠안은 격이다.”
칸의 통계 수치는 사실상 다음 세대 앞에 놓인 어려움을 과소평가하는지도 모른다. 그 수치는 과거의 불황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2007년 12월 시작돼 아직도 여파가 남아 있는 불황은 대공황 이후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이번 불황 이전부터 밀레니엄 세대의 앞날은 순탄치 않았다(the millennial generation faced a harsh outlook). 그들의 교육수준은 부모세대보다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오늘날의 25~34세 그룹 중 4년제 대졸자가 39%다. 이전 세대의 37%보다 약간 늘었다. 30년 전에는 미국의 교육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was the most highly educated country on earth). 오늘날 미국은 세계 대졸자 비율 순위에서 11위로 미끄러졌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과반수의 사람들은 대졸자보다 소득수준이 훨씬 낮다. 물가상 승률을 감안할 때 미국인 고졸남성의 소득은 35년 전 같은 학력자보다 감소했다. 오늘날 35~44세 그룹이 이끄는 가정은 1984년의 같은 연령그룹보다 평균적으로 70% 가까이 소득이 낮다. 이들은 우리가 베이비붐 세대 은퇴의 부담 또한 짊어져 주기를 기대하는 세대 아니던가(This is the generation that we are also expecting to shoulder the burden of the baby boomers’ retirement)?
뒤늦은 출발고령자 세대가 청년 세대에게 떠넘기는 부담은 그뿐이 아니다. 2007년 이후 끔찍한 경제위기는 거의 모든 선진국 세계를 집어삼켰다. 그 위기 중 우리는 고통과 괴로움의 가장 큰 몫을 청년 세대에 떠넘겼다. 미국에선 청년세대의 실업률이 가장 높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대륙 전반적으로 청년 실업률은 20%를 웃돌며 스페인에선 50%에 육박한다. 청년 실업자는 자신의 가정을 이뤄 새 인생을 시작할 기회를 여러 해 동안(때로는 영원히) 얻지 못한다(lose for years their chance to start families of their own and begin to live their lives).
대륙 전체적으로 청년층(특히 남성)이 20세를 훌쩍 넘겨서까지 계속 부모 밑에서 생활한다. 2007년의 시점에서 프랑스 남성은 평균적으로 24세까지 독립해 나가지 않았으며, 독일 남성은 25세, 이탈리아 남성은 29세, 스페인 남성은 30세를 넘어서도 부모에게 얹혀 살았다(didnot leave home). 유럽인들이 오랫동안 출산을 미루면서 대륙 전체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진다. 그 원인은 불확실한 취업전망과 높은 집세에있다(weak job prospects plus high rents).
이 같은 어두운 전망이 이제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에서도 고개를 든다(This grim pattern is now asserting itself in post-crisisAmerica). 퓨 리서치 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젊은이의 20%가 불경기 때문에 결혼을 미뤘다고 답했다. 자녀의 출산을 미뤘다는(have put off having a child) 비율은 22%였다. 2009년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숫자는 2007년보다 18만5000명이 감소했다. 이같은 감소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세대간 충돌경제 블로거 스티브 랜디 왈드먼은 이 같은 암울한 통계의 의미를 분명하고 신랄하게 분석했다. 장기불황은 고령화하는 서방세계 정치체제의 선호를 드러냈다(has revealed the preferences of the aging polities of the Western world). “그들의 절대적인 우선과제는 현 채권자들의 구매력 보호다(is to protect the purchasing power of incumbent creditors). 그게 전부다. 다른 고려사항은 부차적인 문제다.” 경제회복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대규모의 통화·재정 부양책으로(with a massive jolt of monetary and fiscal stimulus)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었다(could jump-start the economy). 하지만 그런 정책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워 은퇴연금 저축을 위협한다. 그런 이유에서 그것은 안 된다.
돈을 빌려 인프라 건설사업에 착수하는 방법도 있다. 당장 일자리가 생기고 장기적으로 사회가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돈을 빌리면 고령자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세금으로 갚아나가야 한다(would have to be serviced by taxes). 그래서 그것도 못한다. 예전의 설문조사에서는 베이비붐 세대가 1920년대와 1930년대 태어난 이전 세대보다는 조금 더 정부 친화적이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60대와 80대의 태도가 같아졌다(have converged). 양 집단의 3분의 2 가까이가 큰 정부를 반대한다. 정치학자 테다 스코크폴과 바네사 윌리엄슨이 ‘티파티(강경보수주의 운동)와 공화당 보수주의의 쇄신(The Tea Party and the Remaking of Republican Conservatism)’이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이 지적하듯 오늘날 은퇴자 전반의 반정부적 태도에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느끼는 불신과 반감이 짙게 배어 있다(is heavily seasoned with mistrust and dislike of today’s youth). “티파티 그룹은 청년세대를 대체로 쓸모 없는 빈대들(undeserving freeloaders)로 취급한다.”자기 자녀들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자녀와 손자들을 향해 가장 큰 분노가 섞인 경멸을 퍼붓는 경우가 많다.
스코크폴과 윌리엄슨이 인용한 한 고령자 운동가는 자신의 후대를 향한 분노를 이렇게 표현했다. “14살짜리 손자가 내게 물었다. ‘내가 왜 일을 해야 하나요? 왜 돈이 그냥 생기지 않는 거지요?’” 한 코미디언은 이렇게 반박했다. “티파티는 우리가 부모 세대에게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다는 이유로 하느님이 내린 심판이다(The Tea Party is God’s judgment on us for teaching our parents how to use the Internet).”
커지는 경멸노인들은 항상 청년들에 불만이 많았다. 크로마뇽인들도 의심의 여지 없이 멋지고 살기 좋은 동굴을 마련해주려는 자신들의 노력에 자식들이 감사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complained that their kids didn’t appreciate their effort to put a nice, dry cave above their heads). 하지만 요즘 고령자들의 태도에선 새로운 반감이 느껴진다. 청년들을 질책하고 비난하면서 얻는 특별한 만족감(a special glee in reproaching and denouncing the young) 같아 보인다. 2012년 구직자와 일자리 비율은 3대1이다. 2009년초 대불황 이후의 최고기록인 5.5대1에 비해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 그 비율은 가장 낮은 연령대의 근로자들 사이에서 가장 높다.
청년 구직자들이 계속 불합격 통지서를 받을 동안 지도적인 보수주의 정책 지식인 찰스 머레이는 동년배 고령자들에게 청년 실업자들을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간주하고 그들을 “건달(bums)”로 공개 매도하라고(to publicly revile them) 촉구했다. 고령자들의 청년세대 경멸은 전염되는 듯하다. 6월 초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웰슬리 고등학교의 한 졸업식 연사(a commencement speaker)가 2012년 졸업생들에게 가혹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데이비드 매컬러 주니어 교사가 “너희들은 특별하지 않다(You are not special)”고 말했다. 엄밀히 말해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이 대사와는 달리 연설 내용은 대부분 그렇게 매몰차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대사 때문에 연설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다운로드 회수가 150만 건에 육박하고, 강연자가 방송에 출연하고, 그의 매정한 의견이 미국에서 가장 소리 높여 청년세대를 미워하는 보수파 논객 러시림보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림보는 6월 11일 방송에서 좋아라 낄낄거렸다(chortled delightedly). “전에는 이런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아이들에게 모욕을 줘서는 안 된다….아이들을 해쳐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친구가 불쑥 나타나 이 고등학생들에게 말했다. ‘이봐, 너희들은 아무 것도 아냐(you are nothing).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you’re nobody). 특별하지 않아’라고.”
위기에 처한 미래고령자의 필요와 이해를 돌보는 건 마땅한 일이다. 고령자가 늘어나고 더 오래 건강하게 살아가면서 미국 사회는 그들의 삶의 질을 보장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교외 생활환경에서는 운전할 권리의 박탈이 모든 개인적인 독립성의 상실을 의미하는 경우가 허다하다(losing the right to drive will too often mean the loss of all personal independence). 따라서 많은 고령자가 안전운전 능력을 상실한 뒤에도 오랫동안 그 권리에 집착한다 해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림보와 그를 따르는 성미 고약한 청취자 무리들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the old truism really is true).
청년은 나라의 미래라는 사실이다. 사회가 노인들을 방치하는 게 몰인정하다면(If it’s uncaring for society to neglect the old) 떠오르는 세대의 더 나은 삶을 영위할 기회를 빼앗는 건 완전한 자살행위다 (it’s outright suicidal to cannibalize the life chances of the rising generation). 하지만 지금까지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모두의 눈 앞에서, 그리고 우리 모두의 동의 아래서 말이다.정치에서든 경제에서든, 고속도로에서와 마찬가지로 고령자들은 툭하면 어느 쪽이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몬다. 그리고 황급히 비껴나는(are scrambling to get out of the way) 쪽은 젊은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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