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中 태양광 기업 스위스·일본이 돌파구

中 태양광 기업 스위스·일본이 돌파구



산업혁명 이후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성장과 불황을 함께 겪은 산업이 있었을까? 태양광 에너지산업 얘기다. 태양광 산업은 각국의 경쟁적인 신재생에너지 육성 붐을 타고 단기간 내 기록적인 초고속 성장을 기록한 산업으로 꼽힌다. 어느덧 전 세계 시장규모가 3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특히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태양광 패널 수요의 절반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중국은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있다. 썬텍(Suntech), 잉리(Yingli Solar),트리나(Trina Solar) 등 이름도 생소하던 중국 기업은 월드컵을 비롯한 세계적인 이벤트가 있을 때 스폰서로 등장하면서 어느덧 인지도를 넓혀 가고 있다.


생산할수록 적자한창 잘 나가던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요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생산 과잉과 구미지역 수요 침체에 따라 폴리실리콘 등 관련 제품가격이 급락해서다. 폴리실리콘 생산량은2008년 4600t에 불과했으나 2009~2011년간 각각 2만t, 4만5000t, 8만2000t으로 급증했다. 올해 1~4월 생산량만도 벌써 2만4300t에 이른다.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지만 폴리실리콘 수입은 여전히 줄을 잇고 있다.

올 1~5월 수입량만 4만t을 훌쩍 넘는다. 주로 한국과 미국에서 수입되는 폴리실리콘 양은 어느덧 중국 국내 수요의 30%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한국산 폴리실리콘의 중국시장 점유율 역시 10%에서 15%로 늘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 폴리실리콘가격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3년전만 하더라도 킬로그램당 500달러에 육박하던 것이 1년도 안 되어 반 토막이 났다. 요즘은 20달러 초반으로 떨어졌다. 그야말로 급전직하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관련 업계에 의하면 중국 폴리실리콘 기업의 평균 생산원가는 t당 30만~40만 위안인데 반해 판매가는 t당 20만 위안에 불과해,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라고 한다.

업계 분위기도 상당히 뒤숭숭해졌다. 8월초 파산설이 나돌던 쟝시싸이웨이 LDK가 발표한 상반기 재무보고서를 보면 현재 중국 기업이 처한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상반기 10억8000 위안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누적 부채규모는 무려 266억7000 위안에 달한다. 이 회사 외에도 중국 10대 태양광 기업의 부채는 1110억 위안에 이르러 업계 전반적으로 파산 도미노 사태가 우려될 정도다. 세계 최대 태양광 기업인 썬텍 역시 지난해 3분기 1억16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끊길 경우 썬텍도 도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유기업이나 규모가 큰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방정부 및 금융권의 지원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중소 규모 기업

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어 한숨만 쉴 뿐이다.현재 태양광 산업 부문에 모두 1000여 개의 업체들이 난립해 있다. 예대비율 제한, 암울한 시장 전망으로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심각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작년 11월까지 중국 폴리실리콘 기업 중 90%가 생산 감축 또는 중단에 돌입했다. 특히 5월 18일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태양광 관련 제품에 대해 31.14~249.96% 반덤핑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리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뒤이어 독일 최대 태양광모듈 제조사인솔라월드(Solar world) 역시 조만간 유럽에서 중국 태양광 기업을 상대로 반덤핑 제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로기 상태에내몰리고 있다.

관련 기업은 물론 중국 정부도 화들짝 놀랐다. 중국 태양광 제품의 80%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으로 수출되는 물량이기 때문이다. 만일 EU 회원국이 집단적으로 반덤핑 제소에 나서면 중국 태양광 산업이 회생 불가능한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독일은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시장으로 독일 수출길이 막히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독일 시장에서팔리는 태양광 제품의 70~80%는 중국산이다.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투 트랙 전략을 수립했다. 첫 번째 전략은 EU가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해 고율의 반덤핑 세율을 부과할 것에 대비하여 유럽한 복판에 직접 투자 진출하는 정공법이다.

진코 솔라(Jinko Solar), 썬텍, 트리나 솔라,LDK 솔라텍(LDK Solar Tech) 등 4개 중국 태양광 제조사들은 최대 시장인 유럽시장 진출 전초기지로 스위스를 택했다. 스위스가 유럽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장점이 선택 이유다. 국민 교육수준이 매우 높고, 공용어가 독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등 3개 언어다 보니 스위스 국민들의 언어적 재능이 뛰어나며 조세가 낮다는 점 등도 장점이다. 이들 중국 기업들은 스위스를 거점으로 무엇보다도 유럽 최대 태양광 시장인 독일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 추진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두 번째는 시장 다변화 전략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일본은 대지진 피해 이후, 원자력에너지를 대신할 친환경에너지, 친환경 제품 발전을 적극 추진 중이다.

기존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단기간에 태양광 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은 최근 대형 태양광 에너지 발전소 건립과 함께, 관련정책을 정비해 태양광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재생에너지 특별법은 민간 주도형 태양광 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어, 대형 발전소를 설계, 건설, 융자할 수 있는 시스템통합사업자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에서 시행하는 고정가격 매입제(FIT)는 태양광 발전업체들의 차익을 보전해 준다는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지원책이라고 할 수 있다.


스위스 전초기지로 유럽 공략일본 태양광시장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독일, 이탈리아, 미국, 중국,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의 40여 개 기업들이 치열한 시장진출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일본 진출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하이룬솔라(Hareon Solar)는 2012년 4월 9800만 엔을 투자해 하이룬태양광일본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잉리는 올해 4월 일본에 해외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6월에는 일본 YHS회사와 10MW PV 모듈 독점판매 계약을 맺었다.선파워는 2011년 도시바와 합작계약을 맺고, 도시바의 판매 유통망을 활용하여 태양광 주택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태양광전지부품 생산업체인 초일태양은 태양광발전소개발운영회사인 천화양광과 손잡고 4월 일본 태양에너지 발전소 건설프로젝트에 참여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천화양광은 전 세계유통망을 활용, 초일태양 제품을 세계시장으로 제공하는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중국 기업들에 있어 앞으로 1~2년은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경쟁력이 약한 기업은 파산하거나 M&A를 피할수 없으나 이 위기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더욱 강해져 시장 지배력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날을 위해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자국시장 대신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생존을 위한 처절한 돌파구를 마련중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변우석 업은 배스킨라빈스, X-마스 '케이크 전쟁' 승기 잡을까

2임지연, 씨스루에 두 팔 벌리며…"후회 없이 보여드릴 것"

3신한은행, 재외국민 위한 ‘신한인증서 발급 시범서비스’ 개시  

4'금리 인하'에 소식에 은행 찾았지만...대출은 '첩첩산중'

5정병윤 리츠협회장 “국내 리츠 경쟁력 높이기 위한 과제 해결 필요”

6SK증권, 조직개편·임원인사 단행…대표 직속 IB 총괄 신설

7MBK·영풍 시세조종 의혹 재점화…임시주총 변수 되나

8현대차그룹, 英 ‘탑기어 어워즈’ 4년 연속 수상

9롯데, 임원인사서 CEO 21명 교체..."계열사 혁신 가속화"

실시간 뉴스

1변우석 업은 배스킨라빈스, X-마스 '케이크 전쟁' 승기 잡을까

2임지연, 씨스루에 두 팔 벌리며…"후회 없이 보여드릴 것"

3신한은행, 재외국민 위한 ‘신한인증서 발급 시범서비스’ 개시  

4'금리 인하'에 소식에 은행 찾았지만...대출은 '첩첩산중'

5정병윤 리츠협회장 “국내 리츠 경쟁력 높이기 위한 과제 해결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