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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자골프계 지존은 없다

국내 여자골프계 지존은 없다



절대 지배자가 없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 LPGA) 투어를 바라보는 골프계의 시각이다.KLPGA 투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2010년만 하더라도 21개 대회에 총 96억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오히려 대회 수가 한 개 줄었지만 20개 대회에 총상금 규모는 112억원으로 더 늘어났다. 이렇게 KLPGA 투어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대회에 출전하고 싶어 하는 해외파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김남진 KLPGA 사무국장은 “해외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로부터 국내 대회에 초청해 달라는 문의가 꾸준히 들어온다. 하지만 모두 수용할 수는 없어서 스폰서 측과 협의해 초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해외로만 나가려고 했지만 국내 무대로 회귀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미 2년 전부터는 회귀파가 생겨났다. 대표적인 선수가 정일미와 박희정이다.기류는 이렇게 흘러가고 있지만 올 시즌 KLPGA 투어의 분위기는 좀 냉냉하다. 수퍼스타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삼촌팬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김자영(21·넵스)이 시즌 3승을 챙기며 국내 상반기KLPGA 투어의 춘추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신지애·안선주·서희경 존재감 과시최근 5년간의 KLPGA 투어의 판도를 살펴보자. 2007년을 기점으로 당시 KLPGA 투어에는 ‘골프지존’ 신지애(24·미래에셋)가 있었다. 신지애는 그해 무려 9승을 쓸어 담았다. 독보적이었다. 안선주(25·투어스테이지)는 시즌 3승으로 신지애에 대적했지만 큰 차이였다. 그래도 신지애는 안선주가 있었기 때문에 더 빛났다. 한마디로 신지애는 KLPGA 투어의 절대적 지배자였다.2008년 무대도신지애의 강력한 지배력은 계속됐다. 시즌 7승을 거뒀다. 이번에는 서희경(26·하이트진로)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서희경은 시즌 6승을 거두며 신지애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김하늘(24·비씨카드)이 시즌 3승을 그 뒤를 이으며 KLPGA 투어의 3파전 양상을 띠었다. KLPGA 투어는 2007년 21개였던 대회수가 2008년에 27개로 늘어나는 특급 성장을 이뤘다.

2009년 들어서는 신지애가 미국으로 떠났지만 그 판의 새 주인공으로 서희경이 자리매김을 했다. 그러나 항상 적수는 있게 마련이다. 서희경이 신지애의 아성에 도전했던 것처럼 서희경도 자신의 지배력을 거부하는 한선수를 만나게 된다. 당시 서희경은 2008년 6승에 이어 2009년에도 5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서희경을 생각하면 그의 변화는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서희경은 2007년까지만 해도 우승이 없는 무명 선수였다.2005년에 KLPGA 정회원이 됐지만 2006년과 2007년 33개 대회에 출전해 네 차례 3위를 했을 뿐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때는 신지애와 안선주, 최나연(25·SK텔레콤), 지은희(24), 박희영(25·하나금융그룹)등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세리 키즈로 분류되는 87, 88년생들이 주류세력이었다.그런데 기자는 서희경에 대해 잊지 못하는 기억이 하나 있다. 2008년 2월 호주에서의 만남이다. 서희경은 당시 호주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에 출전했는데 공교롭게도 기자와 함께 프로암 라운드를 하게 됐다. 흔한 일은 아니었는데 기자가 연수 차 그곳에 머물고 있었던 터라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서희경의 존재를 잘 몰랐고, 서 선수도 기자와는 일면식이 없어서 처음엔 서먹한 상태로 라운드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9개월 뒤 한국에 돌아와 첫 취재 장소였던 2008년 11월 제주에서 열린 ADT 캡스 챔피언십 프레스룸에서 다시 서희경을 만났다. 이때는 6승의 우승자와 기자의 만남이었다. 서희경은 그해 7월까지만 해도 우승이 없었는데 8월부터 내리 3연승을 질주했고 시즌 마지막 대회 우승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그렇게 서희경의 시대가 왔다. 그리고 서희경은 더 큰 무대인 LPGA 투어로 적을 옮기는 과정을 밟았다.

그 다음 지존은 누가 봐도 유소연이었다. 아니면 이보미(24·정관장), 홍란(26·메리츠금융그룹), 안선주, 김하늘 등이 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10년 차세대의 가장 강력한 지배자로 점쳐졌던 유소연이 주춤하면서 이보미의 세상이 됐다. 시즌 3승의 최다승으로 KLPGA 투어 대상의 영예를 누렸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지 않았다. 바로 이듬해인 2011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로 옮겨 가면서 이보미의 색깔은 그냥 묻혀졌다. 2010년 그해 주가를 높인 선수는 안신애(22·우리투자증권)와 양수진(21·넵스)이다. 각각 시즌 2승을 하면서 차기 넘버원의 바통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11년에는 ‘준비된 복병’ 김하늘이 치고 나왔다. 시즌 3승으로 펄펄 날았다. 예전의 절대 지배자에 비하면 그 퍼포먼스가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2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김하늘뿐이었다. 지난해 20개 대회 가운데 김하늘이 우승한 3개 대회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17개 대회에서 각기 다른 1승 우승자가 탄생했다.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올 시즌은 김하늘을 중심으로 요동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예상도 지금까지는 빗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올 시즌 KLPGA 투어는 김자영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하나 얻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삼촌팬들은 국내 여자프로골프무대에 큰 격려와 박수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KLPGA 투어의 판을 장악하고 이끌어갈 카리스마는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LPGA에서는 청야니·최나연 등 빅 스타 존재전문가들은 최근 2년간의 국내 여자골프무대를 ‘상향평준화’란 표현으로 정의하고 있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은 “상향평준화는 맞는 것 같은데 그 속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빅 수퍼스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LPGA 투어는 각 나라에서 모인 스타들이 즐비한데도 그중에서 또 청야니나 최나연 등 빅 스타가 존재하고 있다”며 “KLPGA 투어가 제3의 전성기를 위해서는 뉴 페이스의 강력한 스타가 탄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하반기에 9개 대회가 남아 있다. 2008년 하반기에만 6승을 몰아쳤던 서희경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절대자의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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