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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바꿔 달고 해외로 나간다

간판 바꿔 달고 해외로 나간다



10월 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그랜드볼룸홀에 1000여명의 한화그룹 임직원이 모였다. 한화그룹의 60주년 기념일인 동시에 대한생명이 한화생명으로 새 출발하는 날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옛 대한생명은 2002년 한화그룹에 인수된 이후 10년 만에 한화생명으로 간판을 교체했다. 신은철 한화생명 부회장은 “그동안 한화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던 사명 교체가 이뤄졌다”며 “한화생명의 탄생으로 ‘한화금융네트워크’를 완성해 그룹 통합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화 측은 대한생명 인수 후 여러번 사명 변경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내외부 반대에 부딪쳤다. 예컨대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는 반대가 거셌다. 올해는 달랐다. 한화그룹 창립 60주년과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10주년이 기폭제가 됐다. 한화그룹의 7개 금융 계열사 중 ‘한화’란 이름을 쓰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켜 6월 29일 주주들에게 동의를 얻어냈다.



중·저가 보장성 상품 판매 늘려숙원 사업을 이뤘지만 한화생명의 앞길이 탄탄대로만 있는 건 아니다. 당장 경기 위축으로 보험 영업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점이 숙제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 가입률은 질병보장보험이 70.3%로 3%포인트 증가했지만, 사망보장보험(-23.8%)과 저축성보험(-17.8%), 변액보험(-5.3%) 등은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 역시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증권 이

철호 연구원은 “국내 보험시장은 포화상태인데다가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보험 가입이 줄고 있다”며 “통합 시너지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게 더 급선무”라고 말했다.

온라인 보험 활성화 등으로 보험시장 규모는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4~6월) 21조원이었던 보험시장 규모는 올해 1분기 24조원으로 늘었다. 한화생명의 1분기 수입보험료는 2조8056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966억원)보다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보험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보험료 수입은 정체되면서 시장점유율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13.28%였던 시장점유율은 올 1분기 11.5%로 떨어졌다.

1분기 순이익은 14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1% 줄었고 영업이익도 1708억원으로 같은 기간 17.40% 감소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전체적인 불황으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의 시장점유율도 모두 하락했다”며 “앞으로 젊은층을 공략하고 특화된 상품을 판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온라인 보험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최근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기보단 인터넷을 이용해 온라인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온라인 생명보험사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사 대면채널인 설계사 판매 비중은 2008년 39.7%에서 2011년 22.1%, 2012년 6월 말 현재 19.3% 등으로 판매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보험연구원 황진태 연구원은 “같은 상품을 팔더라도 설계사를 통하지 않으면 수수료가 절약되기 때문에 보험료가 저렴해질 수 있고 가입하기도 편리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3위인 교보생명도 10월 중 금융감독원에 온라인 생명보험사 설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베트남 진출 3년 만에 정착또 영업력 강화를 위해 은행 창구를 통한 판매 채널인 방카슈랑스는 경쟁력 있는 저축성 상품 위주로, 텔레마케팅(TM) 채널은 중·저가 상품을 팔기로 했다. 중하위층 생명보험사가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생명은 공격적으로 텔레마케팅 상품을 팔면서 1분기 수입보험료(1조1420억원)가 전년 동기 대비 5.1%가 늘었다. 한화생명은 1분기 총자산(70조280억원)과 수입보험료(2조8056억원) 기준으로 국내 생명보험사 중 2위다.

그러나 3월 출범한 NH농협생명은 전국 5700여개의 농협 지점을 통해 보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출범 5개월 만에 업계 4위(시장점유율 9.40%)로 올라섰다. ING생명 인수작업을 하고 있는 KB생명(2.58%)가 인수할 경우 5위로 오르게 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인 중소형 보험사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생명은 애초 ING생명 동남아법인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3월부터 인수를 위해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매각 작업하던 중 8월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구속으로 무산됐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한화생명이 그동안 가장 공을 들여온 동남아 시장에서 쉽게 정착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대신 인도네시아의 중소형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생명보험사인 멀티콜(Multicor) 인수를 확정짓고 당국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멀티콜은 인도네시아 생명보험사 45개 중 42위의 작은 보험사다. 인수 금액은 1300만달러(약 145억원)다. 이번 인수는 한화생명의 첫 번째 해외 인수합병(M&A)이다. 한화생명이 인도네시아 보험사 인수를 추진한 것은 현지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인구가 2억4000만명에 달하지만 생명보험 계약을 갖고 있는 사람이 5% 미만이다. 인도네시아 생명보험 시장에서 올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총 52억달러로 작년 대비 17%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기준으로 25%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9년 4월 국내 생명보험사로는 최초로 베트남 보험시장에 지분 100% 출자한 현지 법인을 세워 3년 만에 현지 정착에 성공했다. 계약 실적은 2009년 308억동(약 16억 2000만원)에서 2011년 837억동(약 44억원)으로 271.7% 늘었다. 점포 수도 2009년 5개에서 2011년에는 18개로 늘었다.

특히 2009년 설립 당시 1.6%였던 시장점유율은 3월말 현재 3.3%까지 상승했다. 또 중국 저장성국제무역그룹과 합작생보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연말 영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합작 생보사의 자본금은 5억위안(약 900억원)으로 한화생명과 중국측이 각 50%씩 투자했다. 보험연구원 임준환 금융정책실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 과거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화생명은 일찍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 노하우를 쌓은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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