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올해의 작가상 2012’ - 한국 대표 작가 한자리에 모이다

‘올해의 작가상 2012’ - 한국 대표 작가 한자리에 모이다



최근 국내에 ‘미술상’이 급증하고 있다. 근자에만 일맥아트프라이즈, 두산연강예술상, 양현미술상, 에르메스미술상, 종근당예술지상, SIA미디어아트어워드 등이 수상자를 냈다. 그 밖에도 김세중, 이인성, 이중섭 등 작고 작가의 예술혼을 잇는 중견 및 원로 미술인을 시상하는 상이 여럿 된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기업에서 제정한 미술상이 많다. 다음작가상, 송암미술상, 송은미술대상, 일우사진상, 일현트래블그랜트, 파라다이스예술상 등이 그것이다.

이 상들은 모두 예술 분야의 지원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점차 그 수가 늘어나면서 각기 상의 성격과 목표를 달리해 차별적인 운영 전략을 짜고 있다. 미디어아트나 사진 등 특정 장르로 특화 하기도 하고, 해외 작가로 수상 대상을 확대하기도 한다. 또한 수상 작가의 연령을 달리해 신진 작가에게는 개인전을 지원해 주고, 중진 작가에게는 거액의 상금을 주곤 한다. 상금은 대개 1000만원대 이상으로 최고 1억 원에 달하는 곳도 있는가 하면, 해외여행이나 국제 레지던시 같은 부상을 제공하는 곳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생성되었다.

미술의 생태계를 피라미드 형태로 그려 본다면 ‘상’은 가장 상위에 위치할 것이다. 기업의 미술상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단번에 미술계 최고의 ‘게이트키퍼(Gate Keeper)’의 자리를 차지한다. 기업이 동시대 예술의 가치를 평가하고 인준하는 상‘ ’의 주체가 된다는 사실은 이미 확고한 미술 제도의 울타리에 들어섰음을 증명한다. 자연스레 전통적으로 가장 문턱이 높은 곳이었던 ‘미술관’의 권위는 예전 같지 않게 되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공공기관으로서 가장 공신력 높은 상을 만들게 되었다. 바로 올‘ 해의 작가상 2012’전이다.



공공기관의 공신력 있는 미술상국립현대미술관은 1995년부터 연례 전시로 꾸려 왔던 ‘올해의 작가전’을 시상제도로 새롭게 재편해 ‘올해의 작가상’으로 명칭을 바꾸고 예산은 물론 전시 규모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최고’를 내세울 만한 행사를 조직했다. 특히 SBS를 협력사로 삼아 공중파로 전시 관련 TV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등 다각적인 홍보 전략을 구축했다.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가를 뽑아 세계 미술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미술상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욕이 엿보인다.

‘올해의 작가상 2012’은 지금의 운영 시스템을 정비하기까지 1년여의 준비 기간 동안 기본적으로 상의 목표를 작가 선정보다는 ‘후원’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정하고 그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술관 내부인뿐만 아니라 각계 전문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평론가, 큐레이터, 미술기자, 작가 등을 운영위원, 자문위원, 추천위원, 심사위원 등으로 선임해 상의 운영 전반을 미술계 모두와 공유하도록 했다.

추천을 받은 10인의 작가들의 포트폴리오 및 작업실 탐방 심사를 통해 4명의 작가를 뽑아, 이들에게 그동안 공간과 예산 등의 제약 때문에 실현시키지 못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전시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제도 개편 후 처음 실시된 것이기에 ‘올해의 작가상 2012’는 사실상 올 한 해를 대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00년 뉴밀레니엄 이후 미술 현장의 흐름 전반을 정리하는 셈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즉, 이번 전시에 참가하고 있는 작가 김홍석, 문경원&전준호, 이수경, 임민욱은 지난 10여년 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 온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김홍석은 이번 전시를 위해 ‘사람 객관적-나쁜해석’이라는 제목으로 3개의 방을 마련하고 각각의 방을 ‘노동의 방’, ‘은유의 방’, ‘태도의 방’이라 이름 붙였다. 동일한 작품으로 이루어진 방에 대해 작가는 노동, 은유, 태도라는 3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작품과 관련된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 이야기들은 퍼포머에 의한 전시가이드(도슨트)의 형태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김홍석은 미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도전하고 동시대의 미술을 미술로 인식하게 만드는 사회적 합의에 대해 재고할 기회를 선사했다.

개별적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문경원&전준호는 지난 2년 반 동안 ‘News from Nowhere’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찾아나가는 공동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이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들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하고 있는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1834~1896)에게서 영감 받아 시작한 것이지만 모리스와는 달리 문경원&전준호는 예술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제공하는 대신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만을 제공한다.

작가들은 이러한 과정을 사회 각 분야의 석학들이 바라보는 현재가치나 미래의 비전을 담은 인터뷰의 형태로 제시하거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한 가치를 건축가, 디자이너, 테크니션과의 협업을 통해 구현하는 작업, 혹은 예술의 가치를 묻는 질문을 담은 영상작품의 형태로 제시했다.

초창기 일상에 기초한 개념적 실천 작업을 주로 하던 이수경은 2000년대 중반에 이르면 ‘번역된 도자기’로 대변되는 자신의 개인사에서 비롯한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도공에 의해 그 존재 의미를 부정당한 조각난 도자기 파편에서 출발하여 작가는 그것들을 새롭게 맞추고 조립한 후 금박으로 마무리하여 새로운 형태를 부여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쌍‘ 둥이 성좌’에서 작가는 자신의 대표작업인 ‘번역된 도자기’와 연장선에서 출발, 전시장 중앙을 차지하는 12각형의 좌대위에 1000점의 도자기 작업을 놓았다. 또한 양손을 이용하여 좌우가 완벽하게 대칭되는 회화를 제작하는 자신의 작품 제작 특성에 주목하여 ‘대칭’을 전시 주제로 선택했다. 개인적인 작품 제작방식에서 출발한 이 개념은 개인적 특질을 넘어 좌우 대칭의 교방춤, 족자 작업 및 설치로 이어진다.



작가 4명의 신작으로 최종 수상자 가려임민욱은 이번 전시에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주석의 장례식에 참석해 오열하는 주민들 모습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절반의 가능성’을 출품했다. 작가는 오열하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국토 전체가 마치 커다란 연극무대가 된 것 같은 아이러니함을 느끼고 그러한 연극적 풍광을 조장하는 이데올로기와 미디어의 역할에 주목했다. 변화의 가능성을 잉태한 뉴스의 현장을 작가는 그 특유의 털, 머리카락, 새털과 같은 연약한 재료들과 적외선 열감지 카메라로 촬영한 유동적 이미지로 마무리 하고 있다.

한편 전시 후반부에는 4명의 작가의 신작을 통해 최종 작가를 선정하게 된다. 사실상 이들 중에서 ‘누가 낫다’고 평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누군가가 최종 선정자로 정해진다 해도 ‘그 작가가 이번에 운이 좋았구나’ 정도로 생각하는 게 맞을 것이다. ‘올해의 작가상 2012’는 11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홍대 이어 더현대서울도…에이피알, 오프라인 고객 만난다

2SPC그룹, 한강공원 환경정화 봉사활동 진행

3GS25, PB 흰우유 소용량 2종 출시…“고물가 반영”

4 미 증권거래위,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승인

5IP 다변화에 도전 중인 하이브IM…향후 전망은?

6‘인화의 LG’ 흔든 맏딸·맏사위…잦은 송사·구설에 ‘도덕성 결함’ 논란

7‘100일 현장동행’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전기차 관련 사업, 투자 축소 없다”

8한국-프랑스 ‘경제계 미래대화’ 출범…우주·신소재·탄소중립 협력

9김상철 한컴 회장 차남, 90억 비자금 조성 의혹…검찰, 징역 9년 구형

실시간 뉴스

1홍대 이어 더현대서울도…에이피알, 오프라인 고객 만난다

2SPC그룹, 한강공원 환경정화 봉사활동 진행

3GS25, PB 흰우유 소용량 2종 출시…“고물가 반영”

4 미 증권거래위,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승인

5IP 다변화에 도전 중인 하이브IM…향후 전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