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물의 땅’에 드리운 늦가을의 정취
Travel - ‘물의 땅’에 드리운 늦가을의 정취
캐나다 남동부에 위치한 온타리오 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인 토론토와 수도 오타와를 포함하는 큰 주다. 또 온타리오 주에는 유난히 호수가 많은데, 북아메리카 대륙의 거대한 호수인 5대호를 포함해 크고 작은 호수의 수가 자그마치 20만개에 달한다. 이 땅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은 그래서 일찍부터 이 지방을 ‘물의 땅’이란 뜻의 온‘ 타리오’라 불렀다. 물‘ 의 땅’ 답게 그 유명한 나이아가라 폭포도 이 주에 있다. 미국의 이리호수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1분에 1리터짜리 콜라병 1억5050만병을 한꺼번에 쏟아 붓는 양이 되어 이곳에 떨어지고 그 물은 다시 세인트로렌스 강으로 흘러 든다.
토론토에서 한 시간이면 닿는 나이아가라 폭포야 누구나 다 아는 관광지이지만, 한 두 시간 더 차를 몰고 가면 나오는 블루마운틴은 유명한 여행지들에 가려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 보석으로 치면 ‘원석’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속을 파면 팔수록 영롱함을 드러내는 다이아몬드처럼 블루마운틴도 청명한 자연의 깨끗함과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사실 웅장한 로키 산맥의 서부와는 달리 캐나다 동부 지역에는 높은 산이 거의 없다. 동부는 흔히 ‘캐네디언 쉴드(canadian shield)’라 해서, 마치 방패를 엎어놓은 것처럼 평평한 대지와 낮은 산악지대가 동쪽 끝까지 이어진다. 블루마운틴도 높이는 해발 500m가 채 안되지만, 퀘벡 주의 몽트랑블랑과 함께 동부에서는 가장 유명한 스키 리조트로 꼽히며, 다양한 산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악 스포츠의 본고장블루마운틴의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웨스틴 트릴리움 하우스(Westin Trillium House)의 뒤편으로 넘어가니 밀(Mill) 연못 너머로 아름다운 블루마운틴 빌리지의 모습이 내다보였다. 이 빌리지에는 45개가 넘는 숍과 레스토랑, 바 등이 모여 있는데, 3~4층을 넘지 않는 아담한 온타리오 스타일의 건물들이 마치 세트장처럼 지어져 있다. 그리고 이 빌리지를 둘러싸고 36개의 슬로프와 14개의 스키 리프트가 이 블루마운틴 안에 자리해 있다. 그러니 이 빌리지는 하이킹과 스키를 즐기고, 골프를 끝낸 여행객들이 먹고 마시고 휴식을 취하는 중심지인 셈이다.
다음날 아침, 날은 흐리고 비가 왔다. 일정대로라면 세닉케이브(Scenic Cave) 코스를 따라 하이킹도 하고, 동굴도 가고, 조지안 베이의 아름다운 전망도 봐야 하지만, 길이 미끄러워 몇 가지는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다행히 비는 그쳐서 126m의 흔들다리인 현수교와 줄을 타고 내려오는 집라인(Zip Line)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파란 하늘도 없고, 기온도 으슬으슬해서 분명 날씨 투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물기를 잔뜩 머금은 나무의 정령들과 신비로운 숲의 내음을 맡으며 안개 속을 누빈 이번 시간은 더욱 촉촉하고 가슴 깊숙한 충만함을 남겼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은 하면 할수록 욕심을 버리게 한다. 그리고 있는 상황을 즐기게 한다. 그곳이 자연이라면 더더욱.
블루마운틴에서 한 가지 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야외에서 즐기는 스파다. 외국의 야외 스파는 동양인들이 느끼기에는 온도가 미적지근한 곳이 많은데, 스칸디나이브 스파(Scandinave spa)는 기분 좋을 만큼 뜨끈한 야외 탕이 세 군데나 있고, 핀란드식 습식 사우나 시설도 그야말로 최고다. 노랗게 낙엽이 진 블루마운틴의 늦가을 풍경을 진하게 즐기고 왔지만, 이곳의 한겨울 풍경 또한 숨막히게 아름다울 것이다. 해먹에 누워 자작나무의 노란 잎을 세다가 타닥타닥 타는 모닥불 앞에 앉아 몸을 데우던 이곳에서의 경험은 진한 온타리오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부호들의 별장 천국블루마운틴의 가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더 깊은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알곤퀸 주립공원으로 향했다. 원주민의 한 부족 이름에서 유래한 알곤퀸은 캐나다에서 가장 큰 주립공원으로, 이곳의 단풍은 확실히 더 울긋불긋한 색채를 띠었다. 공원의 서쪽 문에서 동쪽 문까지 이어지는 56km의 고속도로를 달리며 중간 중간에 하이킹 코스와 자전거 트레일, 컨트리 스키 트레일, 피크닉 등을 즐길 수 있다. 높은 산은 없지만, 숲이 깊어 무스와 흰꼬리 여우, 비버가 흔하고 심지어 블랙곰도 산다.
실제로 우리는 알곤퀸 공원을 빠져 나오는 길에 커다란 무스 한마리를 보았다. 지나가던 차들도 비상 깜박이를 켜고 섰고, 아예 초대형 망원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장시간 진을 친 여행객도 있었다. 알곤퀸 공원에는 호수도 많으니 카약과 카누, 낚시도 흔한 레저다.
무엇보다 가벼운 하이킹 후 빽빽한 숲의 단풍과 호수가 담아내는 경치를 내려다보는 맛이 일품이다. 공원 안에는 수많은 트레일 구간이 있지만, 가는 길마다 표시가 잘 되어 있어 광대한 숲길에서도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40km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알록달록한 단풍을 바라본다. 빨간 단풍은 많이 졌지만, 늦가을이 주는 정취는 아직 지지 않았다.
1860년대 캐나다인 생활상우리의 마지막 목적지는 수도인 오타와였다. 오타와에서 두시간여 거리에 있는 천섬과 어퍼 캐나다 빌리지를 부지런히 오가며 온타리오의 막바지 가을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천섬은 이리호에서 시작한 물길이 토론토의 온타리오 호수를 거치고 퀘벡으로 물길을 이어주는 세인트 로렌스 강에 위치해 있다. 이 강 위에 원주민들의 위대한 영혼인 ‘마니토우’가 이불에 싸서 하늘로 가져가려다 흘린 정원들이 강으로 떨어져 천 개가 넘는 섬이 되었다. 실제로는 1800여개의 섬이 위치해 있다는데, 대부분은 미국과 캐나다 부호들이 사들여 개인 별장으로 쓰고 있다.
천섬은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에 있어 뉴욕에서 넘어오는 여행자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천섬은 이번 여정 중 가장 많은 한국인을 본 곳이었고, 락포트 선착장에서 탄 유람선에서는 한국말로 된 안내방송도 나왔다. 심지어 그 안내방송을 녹음 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번 여행의 가이드를 맡은 이정일 씨라 더욱 즐거워했다.
유람선 안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에 걸쳐진 많은 섬들과 강변 마을을 보았는데, 위치상 오른쪽 섬은 미국령, 왼쪽 섬은 캐나다령이 되는, 두 개의 아주 작은 섬인 자이콥 아일랜드와 천섬에서 가장 유명한 볼트섬 등을 둘러보았다. 일명 하트섬으로 불리는 볼트섬은 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섬 안에 성을 짓다가 아내가 죽어 73년 동안 미완성 상태로 놔둔 볼트씨의 슬픈 사연도 담고 있다.
1860년대 캐나다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어퍼 캐나다 빌리지는 한국으로 치면 민속촌 같은 곳이지만, 그 재미는 기대 이상인 곳이다. 마을 안에는 목재소, 대장장이집, 교회, 학교, 식품점, 숙박업소 등 당시에 있던 장소들을 고스란히 재현해 두었고, 모든 장소에는 그 시대의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생활상을 재현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어떤 모양새였는지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세세하게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듣고, 또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말도 타고, 빵도 만드는 등 경험할 거리가 많아 무척 흥미진진하다. ‘어퍼 캐나다’는 캐나다에 실제 존재했던 지방의 이름으로 현재의 남부 온타리오주가 해당되는데, 당시 동쪽 해안으로 들어온 영국군들이 세인트 로렌스 강 하류에 있는 퀘벡 지방을 로어 캐나다(Lower Canada)로, 강 상류에 있는 온타리오를 어퍼 캐나다(upper canada)로 부른 데서 시작되었다. 어퍼 캐나다 빌리지는 10월 말까지 오픈 기간이라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내년 초까지 100만개의 조명으로 치장한 마을을 구경할 수 있는 올라잇 앳 나잇(Alight at night) 페스티벌이 열려 밤마다 개장한다.
블루마운틴 리조트웨스틴 트릴리움 하우스를 비롯, 그랜드 조지안, 시즌 앳 블루, 블루마운틴 인 등 여섯 개의 리조트와 네 개의 콘도가 블루마운틴 안에 모여있다. 그랜드 조지안과 시즌 앳 블루 리조트는 블루마운틴 빌리지를 둘러싸고 있어 더욱 아기자기하고, 웨스틴 트릴리움 하우스에서는 빌리지 쪽을 바라보는 전망이 근사하다. 1천여개의 방이 준비되어 있으며, 일반 룸에서 벽난로를 갖춘 스위트룸과 스튜디오 타입 등으로 다양하며, 몬테라 골프와 스파, 스키, 스노보드, 캠핑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하다.
110 Jozo Weider Boulevard Blue Mountains Ontario
705-443-5504 / www.bluemountain.ca
※ 취재 협조: 주한캐나다관광청(www.canada.travel), 온타리오주 관광청(kr.ontariotrav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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