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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날개 부활하다

일본의 날개 부활하다

야마자키 가즈히데 JAL 한국지점장, 파산위기·대지진 등 이겨내고 매출 두 배로 늘려


지난 9월 도쿄증권거래소에 학(鶴)이 돌아왔다. 2조3000억 엔(약 34조원) 빚더미에 눌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상장이 폐지됐던 일본항공(JAL)이 2년 8개월 만에 다시 상장됐기 때문이다. 학은 JAL의 ‘환대’와 ‘도전 정신’을 상징한다. 야마자키 가즈히데(56) 한국지점장은 JAL의 추락에서 재상장의 비상까지를 서울에서 겪었다. 2009년 한국에 부임한 그는 “지난 3년 반은 격변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1992년 일본항공 여객부에 입사해 정비본부, 법무부를 거쳐 17년 만에 한국지점장까지 올랐지만 20년 가까이 근속한 회사를 잃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고객과의 약속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야마자키 지점장은 평소와 다름 없는 운항 스케줄을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경영부진에 시달린다고 운항 횟수를 줄이거나 정시운항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객은 물론 회사의 신뢰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타 항공사의 경우 자금부족으로 연료비나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해 운항에 차질이 생겨 파산하는 사례가 많았다.” 야마자키 지점장의 이런 노력은 JAL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009~2011년까지 3년 연속 정시 도착율 세계 1위를 달성한 원동력이 됐다.

2010년에는 일본의 꺾인 날개를 다시 펴주도록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JAL에 급거 투입됐다.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일본 총리가 JAL을 살리겠다며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이나모리 회장은 직원에게 무엇보다도 ‘초심’과 ‘겸손’을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정호 연구원은 저서 ‘그들의 성공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에서 이나모리 회장은 “‘항공=운송업’ 마인드에서 탈피해 ‘항공=서비스업’을 강조하면서 경영진을 비롯한 모든 사원이 고객 지향적으로 생각을 바꾸도록 이끌었다”고 적었다.

또 1959~2002년까지 사용했던 기업 로고 ‘둥근 학’을 2011년에 재도입했다. 창업 당시의 정신 즉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굳은 결의를 다지는 방편이었다. 또한 일본의 경제전문지 ‘주간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수익성이 낮은 국제선 노선 42%, 국내 노선 27%를 줄이고 대형 항공기를 대거 퇴역시켰다. 이 같은 기업체질 개선으로 파산위기에서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기적을 만들었다.

야마자키 지점장은 하나금융 초대로 지난해 서울에 온 이나모리 회장을 만나 큰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이나모리 회장의 첫인상은 “아주 부드러운 분”이었다. 하지만 “숫자에는 아주 민감”했다. 한국 지점의 매출과 수익을 꼼꼼히 물어보는 등 세세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또 이나모리 회장은 그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조직원 하나하나가 JAL을 대표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의 ‘주간 다이아몬드’ 기사에 따르면 JAL은 2010년 법정관리 1년 만에 1884억 엔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전 세계 항공사 중 최대 이익을 남겼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2011년 3월 본토에 대지진과 함께 방사능 파동이 생겼다. 게다가 재상장 두 달 만에 한국·중국과 외교 갈등이 비화되며 또 한차례 위기를 맞았다.

야마자키 지점장에게 일본 대지진은 파산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승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재해였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손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이 위험하다는 의식을 변화시키는게 급선무였다.”

일본정부, 관광국과 협력해 현지의 안전성을 알리는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고객들과 접촉을 늘리는 영업활동을 강화했다. 그 결과 일본과 대만 승객의 수요는 수 개월 내에 지진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올 4~6월 사이의 영업이익은 지진 직후인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며 거침 없는 성장세를 달렸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항공업계 내부의 위협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해외 LCC(Low Cost Carrier, 저비용항공사) 업체들이 국내에 대거 진입하면서 시장을 더욱 비좁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JAL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야마자키 지점장은 “거창한 전략을 내세우기보다는 꾸준히 기본을 지켜나가겠다”고 답했다.

“안전성, 정시성, 서비스의 강점을 계속 살려나가는” 정공법이다. 내년 1월부터 국제선 모든 클래스에 도입되는 신좌석 ‘스카이 스위트 777’은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퍼스트클래스는 각 좌석에 가구와 침구, 모니터를 설치해 마치 호텔 객실처럼 안락한 공간을 제공한다.

JAL이 특별히 신경 쓰는 또 한가지는 기내식이다.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4인의 스타 쉐프가 직접 개발한 요리가 제공된다. 그 외 클래스에서는 일본의 제철 식재료만으로 만든 ‘하늘 특산물 메뉴’와 일본의 토종 햄버거 브랜드 모스버거, 소고기 덮밥 대표 체인업체인 요시노야 등 일본에서 사랑받는 브랜드와 제휴한 ‘에어(AIR) 시리즈’ 등을 제공한다.

기내식 커피도 JAL의 자랑거리다. 커피 전문가 가와시마 요시아키와 로스팅의 일인자인 이시와키 도모히로를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지난해 9월에는 새로운 기내식 커피 브랜드 ‘일본항공 카페 라인스’를 선보였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한다. JAL은 하늘 길을 넓히는 데도 주저하지 않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바로 해외 공항이나 항공사와의 다양한 네트워크다. “일본 내 공항을 통해 미국이나 호주로 가는 노선을 적극 개설할 계획”이라고 야마자키 지점장은 밝혔다.

오는 12월 2일부터 나리타-샌디에이고 노선, 내년 2월 25일부터는 나리타-헬싱키 노선을 취항한다. 뿐만 아니라 항공동맹 ‘원 월드’의 네트워크도 총동원한다. 특히 세계 2위 항공사 아메리카 에어라인과는 항공기를 공동 운항하는 등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일본 방사선 아직도 위험할까?

지난해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은 1만 5천여 명의 사망자와 1천여 개의 파산기업을 남긴 참사였다. 사고가 발생한지 1년 8개월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피해 복구는 더디다. 지난 9월 일본 내각부는 월례 보고서를 통해 “경기 둔화 때문에 지진 피해 복구가 늦어진다”고 밝혔다. 지난주 일본 국정감사에서는 피해지역 복구에 책정된 예산 일부가 고래잡이 연구, 정부청사수리 등 엉뚱한 곳에 쓰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책임자들이 문책당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일본이 대지진 이전으로 회복되려면 많은 시간이 남은 듯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방사선이다. 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선이 누출됐다. 이 방사선은 아직도 많은 양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11월 7일 14시 기준으로 측정한 결과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720nSv로 서울(110nSv)의 약 7배에 달한다. 연간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약 6mSv다. 이는 한국 정부에서 정한 연간 방사선 허용 기준치 1mSv의 6배에 해당한다. 일본 정부는 이 지역의 핵 연료를 회수하고 원자로를 해체하는 데 최장 40년이 걸린다고 본다.

그렇다면 일본은 체류하면 안 되는 위험천만한 나라일까? 그렇지는 않다. 기준치 이상의 높은 방사선량이 검출되는 지역은 후쿠시마뿐이다. 후쿠시마에서 약 150km 떨어진 이바라키 현의 방사선량은 69nSv로 오히려 서울보다 절반 가까이 낮다. 그 외 일본의 주요 도시를 살펴보면 도쿄 51nSv, 삿포로 28nSv, 오사카 43nSv, 후쿠오카 37nSv로 나타나는데, 각 지역 방사선량이 50~300nSv 수준인 한국보다 현저히 낮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안전과 이재성 과장은 “한국의 지층에는 우라늄을 발생시키는 화강암이 많이 분포돼 있다. 반면 일본은 화산재가 쌓여 구성된 지형이라 지하에 우라늄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본래 한국보다 방사선량 수치가 낮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방사선량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진 전으로 돌아갔다고 여겨진다.” 이 과장은 일본에 체류하더라도 후쿠시마 지역에 진입하지 않는 한 인체에 해로운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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