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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의 FOOD TALK - 성게비빔밥으로 뉴욕커 사로잡다

이참의 FOOD TALK - 성게비빔밥으로 뉴욕커 사로잡다

퓨전 한식으로 유명한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뉴욕에 진출한지 1년 만에 미슐랭 스타를 땄다. 오랜만에 귀국한 그가 이참 사장과 만나 뉴욕에서의 좌충우돌 스토리와 요리세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참 사장과 임정식 셰프가 건배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 뉴욕 맨해튼의 고급 퓨전 한식당 ‘정식(Jungsik)’이 미슐랭가이드에 등재돼 화제가 됐다. 개점 1년 만에 이룬 성과를 두고 임정식(34) 셰프는 성에 안 찬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1스타를 받아 착잡했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싶어요.”

임 셰프는 미국의 저명한 요리학교 CIA를 졸업하고 잠시 스페인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09년 신사동 도산공원 근처에 ‘정식당’을 열었다. 이후 지금까지 그는 여러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모던 한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신세대 셰프로 떠올랐다. 11월 17일 임 셰프는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처음으로 만나 자신의 요리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뉴욕 진출은 임 셰프가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준비한 일이다. 하지만 지인·친척 하나 없는 타지에서 혼자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그는 “현지 파트너가 있었다면 좀 나았겠지만 돌이켜보니 혼자 부딪히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엄청 힘들었습니다. 뉴욕이라는 곳이 사업을 시작하기 힘든 도시입니다. 인테리어 등 직접적으로 드는 비용 외에 간접비용도 예상외로 많이 들어갔습니다. 공사를 하기 위해 서류를 만들고, 라이선스 받고, 변호사를 사는 등의 과정이 어려웠죠. 제가 몰라서 실수한 것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화가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맨해튼 맨땅에 헤딩하다하지만 그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뉴는 서울의 정식당과 비슷하지만 뉴욕의 정식이 훨씬 맛있다는 거다. 이유는 재료다. “한국은 외식업계가 전문점 위주이기 때문에 주종목에 따라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재료를 구매하죠. 하지만 저처럼 파인 다이닝을 하면 여러 재료를 다양한 곳에서 조금씩 사야 하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구매력이 떨어져요.

공급자가 주 거래처에만 재료를 줄 때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뉴욕이라는 도시에는 없는 재료가 없습니다. 재료 공급자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어 편리해요.”

정식당의 메뉴는 한국 식재료를 바탕으로 서양의 조리법이나 재료를 섞어 만든 퓨전 요리가 대부분이다. 청양고추가 들어간 바게트가 그 예다. 임 셰프는 전채로 나온 새까만 굴튀김을 직접 서빙하며 “먹물식빵에 김가루를 섞어 튀김 옷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참 임 셰프 요리의 장르를 어떻게 정의하나요.



임 셰프 ‘뉴 코리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래지향적인 저만의 창작 요리죠. 제 음식을 두고 호불호의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설득시킬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역할은 요리로 새로운 퓨전 한식의 성공 모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참 파인 다이닝은 결국 창작입니다. 평상시 먹는 음식은 영양공급이 목표이고 고급요리는 개성·창작·예술에 대한 것이지요. 요리사의 작품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한식 ‘붐’은 이제 시작이지요.



임 셰프 그렇습니다. 저녁 시간 맨해튼의 한식당들 앞에 외국인들이 줄을 섭니다. 한식의 인기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꾸준히 상승해온 결과입니다. 지금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밀어주고 있죠.



이참 한식이 외국인에게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테이블 위에 여러가지 맛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으니까요.



임 셰프 한식의 매력은 재미가 있다는 겁니다. 한 그릇에 나오는 서양음식에 반해 한식은 손님 마음대로 여러 가지 반찬을 섞어 먹으며 맛을 완성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고기도 직접 구워먹을 수 있고요.



늘 맛있는 것에 대한 환상 가져임정식 셰프는 어렸을 때부터 식탐이 많았다. “항상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했고 맛있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는 그는 어렸을 적 피자 라지 한판을 혼자 야식으로 먹기도했다.

“외가가 괌(Guam)이라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마다 놀러 가 당시 한국에 없던 음식을 실컷 먹었다”며 “허리가 38로 늘어날 정도로 먹는 것을 좋아했다”고 그는 말했다.

다음 요리는 멍게비빔밥. 그가 2년 전 통영에 놀러 갔다가 그 지역 특산물인 멍게비빔밥을 먹고 영감을 받아 탄생한 요리다. 통영에서는 살짝 얼린 멍게에 간장과 김을 채 썰어 곁들인다. 이를 어떻게 재해석할까 고민한 임셰프는 김을 퓨레(puree)로 만들어 밥과 비비고 김치, 멍게 주스를 함께 올렸다.

식감을 위해 조를 바삭하게 튀겨 그 위에 뿌렸다. 외국인들이 멍게를 거북해하는 것을 고려한 임 셰프는 “뉴욕에서는 성게알을 대신 쓰는데 대박이 났다”며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고 설명했다. 이참 사장도 처음엔 멍게를 못 먹었다. “음식의 맛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이참 사장은 지금은 멍게뿐 아니라 삭힌 홍어찜도 좋아한다. 임 셰프는 아직도 유일하게 못 먹는 음식이 홍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날 식사는 부르고뉴 뫼르소와 곁들여 졌는데 특히 멍게비빔밥과 잘 어울렸다. 뫼르소 특유의 미네랄 풍미가 멍게의 바다향을 극대화 시켰다. 이참 사장의 흥미진진한 설명이 이어졌다.

“멍게의 쓴맛은 오미 중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맛이에요. 음식의 맛과 와인의 궁합도 오행설로 설명할 수 있지요. 오행 안에는 상생과 상극의 개념이 있어요.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수생목을 ‘상생관계’라고 하죠. 목생화(木生火)에서 목은 신맛이고 화는 쓴맛이에요. 그러니 신맛의 와인을 쓴맛의 멍게와 곁들이면 멍게의 맛에 생명력을 더하게 되는 겁니다.”

다음 코스는 장아찌 국물 소스를 곁들인 항정살 요리였다. 임 셰프가 평소 고기를 먹을 때 짠지와 곁들이는 것을 가장 좋아해 응용해서 만들었다. 항정살은 콩피(confit·기름 안에서 서서히 익히는 조리법)와 훈제를 거쳐 팬에서 바삭하게 구워졌다. 요리 맛을 본 이참 사장은 무척 좋아했다.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한다

이참 이 요리는 한국적이면서도 제 고향을 떠올리게 하네요. 독일에서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많이 하니까요. 어렸을 적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서 장남인 제가 동생들에게 요리를 해주던 기억이 납니다.



임 셰프 1~2년에 한 번씩 미식여행을 가는데 내년에 독일에 갈 예정입니다. 독일은 굉장한 미식의 나라죠.



이참 사람들은 독일 음식 하면 소시지와 감자만 떠올리는데 사실 옛날부터 역사적으로 파인 다이닝이 발달했습니다. 한때 독일은 49개의 국가가 연맹을 이루며 문화적인 경쟁을 했어요. 조그만 도시에도 오페라 극장이 있는 이유죠.



임 셰프 놀라운 것은 독일에선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들이 시골에 있다는 겁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퀄리티가 높아요.



이참 독일 사람들은 가격대를 무척 따집니다. 그래서 장사가 까다로운 나라이기도 해요.

미슐랭가이드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 임정식 셰프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사람 같다.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하고야 마는 성격이라 안하곤 못산다”는 그는 앞으로 전세계 주요 도시에 하나씩 진출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선 뉴욕에서 완전히 자리잡는 것이 급선무다. “요리하기도 바쁜데 혼자 모든걸 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한 번 겪어보니 아이디어가 많이 생겼습니다. 다음엔 더욱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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