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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신계숙의 맛기행 - 음식으로 장난치는 게 아닙니다

FOOD 신계숙의 맛기행 - 음식으로 장난치는 게 아닙니다



노란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가 있다. 입에 넣었더니 스르르 녹아 없어진다. 인절미가 아니다. 우유 거품 젤라틴이다. 무엇에 홀렸나 싶다. 이것이 ‘분자요리’를 먹어본 감상이다.

분자요리는 몇 년 전 요리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요리대회의 대상은 모두 분자요리 차지였다. 분자요리를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 요리사 취급을 받기도 했다. 도대체 분자요리가 뭐기에.

분자요리는 미슐랭가이드에서 14년 연속 최고등급(별 3개)을 받은 스페인 레스토랑 엘불리에서 처음 선보였다. 식재료로 들어오는 멜론의 즙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멜론 즙에 ‘무엇’을 넣어 동그란 공을 만들고 그 안에 즙을 가둬 신선한 상태로 보관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미역 같은 갈조류의 세포벽을 이루는 알긴산을 추출해 만든 알기네이트를 과즙에 녹이고 이것을 염화칼슘을 녹인 물에 떨어뜨리면 즙이 퍼지지 않고 구 형태를 유지한다. 이 과정은 무척 과학적이고 어렵다. 마술같기도 하다.

분자요리는 무언가를 첨가해 A라는 식품을 전혀 다른 B라는 식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워낙 낯설어 ‘왜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느냐, 첨가 재료가 몸에 해롭지 않으냐’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한다. 신동민(36) 슈밍화 미코 셰프는 2007년 한국에 처음 분자요리를 소개하면서 이 모든 질타를 감수했다.

신 셰프는 요리에 과학을 더하면 예술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요리를 좋아해 친구 아버지에게 요리를 배웠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공부하려고 일본으로 가 류긴의 총주방장 야마모토 세이치에게 분자요리를 배웠다.

신 셰프는 호기심이 강하고 열정적이다. 분자요리가 이목을 끌 때 매일 새벽 2시까지 새로운 요리를 연구했다. “몸이 많이 상했어요. 분자요리가 너무 어렵기도 하고 그동안 연구한 것을 발판 삼아 다른 요리를 해보자고 결심했죠.”

요리를 예술로 만드는 ‘작업실’ 슈밍화 미코는 분자요리 레스토랑에서 타다키를 메인으로 하는 일식당으로 바뀌었다. 타다키는 재료의 겉만 살짝 익힌 요리로 묘한 감칠 맛을 선사한다. 신 셰프가 권한 스모크타다키는 쇠고기를 숙성해 진공 포장한 뒤 1℃로 냉장했다가 결 반대로 잘라 200℃ 이하의 숯불에 살짝 구운 요리다.

해변에 조개를 캐러 갈 때 들고 가야 할 것 같은 망태기에 단풍나무 가지를 꽂은 장식은 늦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게 했다. 요리가 나올 때마다 재료와 조리법에 대한 세세한 설명이 이어져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점심에는 무를 곱게 채 썰어 접시에 둑처럼 쌓은 샐러드를 전채요리로, 메인은 타다키로 하고 우동으로 마무리하면 무난하다. 저녁에는 세 가지 세트 메뉴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데 A코스는 간단한 저녁식사로 알맞다. 와인이나 사케를 곁들이고 싶을 때는 B나 C코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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