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취업! 대기업·공기업도 척척
전원 취업! 대기업·공기업도 척척
수도권 5개 마이스터고 첫 졸업생 취업률 100%…장학금·군복무 혜택, 산학 연계 교육에 강점
2009년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수원하이텍고(전 팔달공업고)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원 영통구 주민들에게 ‘기피 시설’이었다. 인문계 고교에 들어갈 성적이 안 되는 10대가 다니는 학교로 인식돼서다.
그러나 2010년 3월 마이스터(기술명장)를 육성하는 마이스터고로 전환한 후 이런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학교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주변 집 값도 올라 신바람이 났다”라고 말했다.
2013년 현재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학교는 전국에 38곳. 이 중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학교는 21개교다. 첫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의 취업률은 92%에 이른다. 특히 수도권 5개 마이스터고(미림여자정보과학고·수도전 기공업고·인천전자마이스터고·수원하이텍고·평택기계공고) 첫 졸업생의 취업률은 100%다.
평택기계공업고는 졸업예정자 142명 전원 취업이 확정됐고, 인천전자마이스터고도 마찬가지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142명이 계약한 연봉은 전신인 인천전자공업고 때보다 평균 500만원 넘게 올랐다. 수도전기공업고는 졸업예정자 196명 중 108명이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서부발전·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석유공사 같은 공기업에 취업이 확정됐다.
50명은 두산중공업·삼성전자·LS전선에 입사한다. 나머지 학생들도 모두 중견기업에 취업할 예정이다. 뉴미디어콘텐트 분야에 특화된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졸업예정자 112명 중 101명의 취업이 확정됐다. 나머지 학생들도 취업 상담이 진행 중이라 졸업 전 취업률 100%를 채울 전망이다.
지역 기피시설에서 자랑거리로마이스터고 취업률이 이렇게 높은 건 처음부터 분야를 정하고 기업들과 취업약정을 맺어 지속적인 맞춤형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입학금과 수업료가 면제되고 우수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별도의 장학금 혜택도 있다. 전원 기숙사생활이라 전국 각지에서 뛰어난 학생을 데려올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올해부터 영국 런던의 전문대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와 현지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제도를 운영했다.
남학생들은 취업 뒤 4년간 입영을 연기할 수 있고, 특기를 살린 군 복무도 가능하다. 현수 수원 하이텍고 교장은 “전원 기숙사 생활로 통학에 뺏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집중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며 “방학에도 쉬지 않고 현장 실습은 물론 해외연수, 토익 집중교육을 실시해 입사 후 즉시 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인력을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중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수원하이텍고는 입학 면접 때 대학진학 희망자는 아무리 성적이 높아도 뽑지 않는다. 2학년 때 메카트로닉스과·정밀기계과·자동화시스템과·전기전자제어과 중 전공을 선택하면 그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받기도 바쁘다.
삼성전기에 취업을 앞둔 수원하이텍고 3학년 김동환(18)군은 “방학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기업탐방의 기회는 물론 실습 기간도 갖는다”며 “어린 나이에 취업하면 어려운 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여러 차례 실습 경험이 있는 회사에 취직하니 적응도 빠르다”고 말했다.
졸업생이 성과를 거두자 입학을 원하는 중학생도 늘고, 수준도 높아졌다. 수원하이텍고의 첫 해 입학 경쟁률은 5.2대 1. 이후 매해 평균 3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경쟁률은 소폭 하락했지만 지원자들의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학교 직업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양보원 교사는 “마이스터고로 전환되기 전에는 입학생 내신 성적이 평균 123점(200점 만점)이었지만 매년 높아져 올해 신입생은 180점을 넘었다”며 “중학교에서 상위 15% 내외에 해당하는 점수”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부 잘하는 중학생이 마이스터고에 입학하는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학교 방침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석으로 이 학교에 입학한 1학년 염지서(17)양은 중학교에서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이과 분야에 흥미를 느낀 염양은 “마이스터고를 알기 전까지는 막연히 공대 진학을 희망했지만 굳이 돌아서 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부모님은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셨지만 대학은 회사를 다니다가 필요하면 언제든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소개해주기 위한 학교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수원 하이텍고에서는 ‘1교사 2사랑’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 학교에선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이 뛰어나 학생들이 취업해 배울 점이 많다고 판단되는 우수 강소 기업을 선정해 파트너십을 맺는다. 이후 교사들이 각각 2개의 회사를 맡아 인사 담당자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학생들이 취업해 일할 만한 곳인지를 체크하고, 학생들이 취업한 뒤 추후 관리도 맡아 한다.
선망의 직장 잡는 학생 여전히 적어2009년 마이스터고와 함께 재정비된 특성화고의 취업률도 지난해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80개 특성화고 취업률은 2008년 23.8%에서 2011년 43.6%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60%(12월 기준)를 기록했다. 특성화고 졸업 취업자도 8145명(2011년)에서 1만3567명(2012년)으로 늘었다.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은 “산업별 수요를 고려한 중소기업 인력육성 지원정책이 성과를 거뒀다”며 “고졸자 취업률 제고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특성화고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는 특성화고는 지난해 80개교에서 올해 150개교로 늘어날 전망이다. 예산도 168억원에서 27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부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을 채용한 기업은 병역지정업체로 추천하고, 산업기능요원 배정에도 우대할 방침이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출신 취업자 수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절대 다수다. 이상원 덕수고 교장은 “지난해부터 고졸 취업활성화 지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고졸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질 높은 직장은 너무 부족하다”며 “고졸이란 이유만으로 낮은 임금을 받거나 열악한 업체에 들어가면 실망해 조기 퇴사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그는 “특성화고 졸업생은 연간 15만명에 달하지만 은행·공기업·대기업처럼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고졸 취업자들이 비전을 갖고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승진·후생에서 차별을 폐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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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수원하이텍고(전 팔달공업고)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원 영통구 주민들에게 ‘기피 시설’이었다. 인문계 고교에 들어갈 성적이 안 되는 10대가 다니는 학교로 인식돼서다.
그러나 2010년 3월 마이스터(기술명장)를 육성하는 마이스터고로 전환한 후 이런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학교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주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주변 집 값도 올라 신바람이 났다”라고 말했다.
2013년 현재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학교는 전국에 38곳. 이 중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학교는 21개교다. 첫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의 취업률은 92%에 이른다. 특히 수도권 5개 마이스터고(미림여자정보과학고·수도전 기공업고·인천전자마이스터고·수원하이텍고·평택기계공고) 첫 졸업생의 취업률은 100%다.
평택기계공업고는 졸업예정자 142명 전원 취업이 확정됐고, 인천전자마이스터고도 마찬가지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142명이 계약한 연봉은 전신인 인천전자공업고 때보다 평균 500만원 넘게 올랐다. 수도전기공업고는 졸업예정자 196명 중 108명이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서부발전·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석유공사 같은 공기업에 취업이 확정됐다.
50명은 두산중공업·삼성전자·LS전선에 입사한다. 나머지 학생들도 모두 중견기업에 취업할 예정이다. 뉴미디어콘텐트 분야에 특화된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졸업예정자 112명 중 101명의 취업이 확정됐다. 나머지 학생들도 취업 상담이 진행 중이라 졸업 전 취업률 100%를 채울 전망이다.
지역 기피시설에서 자랑거리로마이스터고 취업률이 이렇게 높은 건 처음부터 분야를 정하고 기업들과 취업약정을 맺어 지속적인 맞춤형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입학금과 수업료가 면제되고 우수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별도의 장학금 혜택도 있다. 전원 기숙사생활이라 전국 각지에서 뛰어난 학생을 데려올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올해부터 영국 런던의 전문대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와 현지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제도를 운영했다.
남학생들은 취업 뒤 4년간 입영을 연기할 수 있고, 특기를 살린 군 복무도 가능하다. 현수 수원 하이텍고 교장은 “전원 기숙사 생활로 통학에 뺏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집중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며 “방학에도 쉬지 않고 현장 실습은 물론 해외연수, 토익 집중교육을 실시해 입사 후 즉시 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인력을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 중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수원하이텍고는 입학 면접 때 대학진학 희망자는 아무리 성적이 높아도 뽑지 않는다. 2학년 때 메카트로닉스과·정밀기계과·자동화시스템과·전기전자제어과 중 전공을 선택하면 그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받기도 바쁘다.
삼성전기에 취업을 앞둔 수원하이텍고 3학년 김동환(18)군은 “방학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기업탐방의 기회는 물론 실습 기간도 갖는다”며 “어린 나이에 취업하면 어려운 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여러 차례 실습 경험이 있는 회사에 취직하니 적응도 빠르다”고 말했다.
졸업생이 성과를 거두자 입학을 원하는 중학생도 늘고, 수준도 높아졌다. 수원하이텍고의 첫 해 입학 경쟁률은 5.2대 1. 이후 매해 평균 3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경쟁률은 소폭 하락했지만 지원자들의 수준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학교 직업교육부장을 맡고 있는 양보원 교사는 “마이스터고로 전환되기 전에는 입학생 내신 성적이 평균 123점(200점 만점)이었지만 매년 높아져 올해 신입생은 180점을 넘었다”며 “중학교에서 상위 15% 내외에 해당하는 점수”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부 잘하는 중학생이 마이스터고에 입학하는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학교 방침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석으로 이 학교에 입학한 1학년 염지서(17)양은 중학교에서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이과 분야에 흥미를 느낀 염양은 “마이스터고를 알기 전까지는 막연히 공대 진학을 희망했지만 굳이 돌아서 갈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부모님은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셨지만 대학은 회사를 다니다가 필요하면 언제든 진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소개해주기 위한 학교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수원 하이텍고에서는 ‘1교사 2사랑’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이 학교에선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이 뛰어나 학생들이 취업해 배울 점이 많다고 판단되는 우수 강소 기업을 선정해 파트너십을 맺는다. 이후 교사들이 각각 2개의 회사를 맡아 인사 담당자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학생들이 취업해 일할 만한 곳인지를 체크하고, 학생들이 취업한 뒤 추후 관리도 맡아 한다.
선망의 직장 잡는 학생 여전히 적어2009년 마이스터고와 함께 재정비된 특성화고의 취업률도 지난해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80개 특성화고 취업률은 2008년 23.8%에서 2011년 43.6%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60%(12월 기준)를 기록했다. 특성화고 졸업 취업자도 8145명(2011년)에서 1만3567명(2012년)으로 늘었다.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은 “산업별 수요를 고려한 중소기업 인력육성 지원정책이 성과를 거뒀다”며 “고졸자 취업률 제고와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특성화고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는 특성화고는 지난해 80개교에서 올해 150개교로 늘어날 전망이다. 예산도 168억원에서 27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부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을 채용한 기업은 병역지정업체로 추천하고, 산업기능요원 배정에도 우대할 방침이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출신 취업자 수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절대 다수다. 이상원 덕수고 교장은 “지난해부터 고졸 취업활성화 지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고졸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질 높은 직장은 너무 부족하다”며 “고졸이란 이유만으로 낮은 임금을 받거나 열악한 업체에 들어가면 실망해 조기 퇴사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그는 “특성화고 졸업생은 연간 15만명에 달하지만 은행·공기업·대기업처럼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고졸 취업자들이 비전을 갖고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고, 임금·승진·후생에서 차별을 폐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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