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문화 그대론데 정책만 쏟아낸다고…
직장문화 그대론데 정책만 쏟아낸다고…
여성 인재 10만 양성, 재취업 지원 공약에 관심 … 현장에선 성차별 여전해
임신 기간 근로 8 → 6시간으로 단축여성 고용 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여성 근로자·관리자의 고용비율 평균을 현행 60%에서 70%로 높인다. 여성 근로자나 관리자의 비중이 업종 평균의 70%에 못 미치면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고 정부 조달사업 참여를 제한한다.
개선 조치가 잘된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도 제공한다. 산업대학·폴리텍대학·직업교육기관과 연계해 경력 단절 기간에 맞춤형 집중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새로일하기센터’를 확대해 재취업이나 맞춤형 창업을 지원한다.
임신·출산 환경도 손본다. ‘임신 기간 근로시간 단축제’가 눈에 띈다. 임신 여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활동참여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임신 12주 이내와 36주 이후 하루 근로 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한다. 현행법에는 8시간이다. 줄어든 시간만큼 임금을 깎지 않는다.
박 당선인은 이 제도를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우선 적용하고, 중소기업에 단계적으로 확대·시행할 방침이다. 또 육아휴직 확대를 위해 현행 만 6세 이하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육아 휴직을 초등학교 3학년까지 쓸 수 있도록 기간을 늘렸다.
저소득층 지원도 강화한다. 만 18세 미만 자녀가 있고 소득이 연 4000만원 이하인 가구에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자녀장려세제’를 도입한다. 저소득층 가구에 12개월 영아까지 조제분유와 기저귀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비정규직 여성을 위한 ‘임신·출산 후 계속 고용지원금’ ‘대체인력 채용 장려금’ 등은 확대할 방침이다. 또 ‘워킹맘’이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국공립 보육시설을 매년 50개씩 신축하고, 100개의 기존 운영시설은 국공립으로 전환한다.
이대로만 되면 좋겠지만 공약과 정책이 현장에 녹아 들지는 미지수다. 업무 현장에서 여성은 여전히 남성에 비해 약자다. 물론 각종 고시나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가 남성보다 많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도 여성의 약진이 뚜렷하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거나 신분이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시직 종사 여성의 비율이 2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취업 후 사내에서 여성이 느끼는 차별도 여전하고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25~29세 여성 고용률은 72.6%지만 35~39세 고용률은 56.1%로 급감한다.
“아이를 낳으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해요. 출산·양육휴가로 길게는 2년까지 쉴 수 있지만 이대로 했다간 사실상 승진은 포기해야죠. 6개월을 쉬나 2년을 쉬나 돌아오면 공기부터 달라요. ‘당신 때문에 우리가 일을 더했다’는 묘한 분위기가 있는 거죠. 특이한 건 남자뿐만 여자 사원들도 그렇게 본다는 거에요. 자신들이 겪었거나 앞으로 겪어야 할 일인데 말이죠.”
시중은행 지점에 근무하는 김소리(34·가명)씨는 두 살배기 아들이 있다. 국내 최상위권 대학을 졸업했고 금융권에서 성공하고픈 마음에 외환 관련 석사도 땄지만 출산 이후 달라진 대접에 마음고생하고 있다. 전문성도 있고 일처리 속도가 빨라 칭찬을 자주 받는 그였지만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상사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는 “일반적인 창구업무 이외에는 별다른 일을 시키지 않고 칼 퇴근을 해도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며 “단 1년을 쉬었을 뿐인데 완전히 밀려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은 출산 관련 복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평균 2년의 출산·육아 휴직을 보장하고 호봉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일을 덜 했다는 점 때문에 승진에서는 남성 사원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여성임원 비율은 5%에도 못 미친다. 외국계 은행과 대조된다. 남성과 여성 행원의 비중이 1:1이고 심지어 신입사원은 여성이 더 많지만 승진에서는 정반대라는 얘기다. 국내 10대 증권사의 여성 임원의 비율도 1.5%에 불과하다.
출산 후 재취업도 쉽지 않다. 2년 정도 중소기업을 다니다 출산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 공지연(32)씨는 재취업을 위해 20개가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딱 한 곳에서만 면접 허락을 받았다. 이마저도 실패했다. 해외영업 부서에서 일해 영어 실력이 뛰어나고 업무 감각도 있지만 2년 남짓한 경력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곳이 없었다.
공씨는 “면접 때는 ‘현장 감각 잊은 것 아니냐’는 짖궂은 질문도 들었다”며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일할 곳이야 있겠지만 해외영업 경력이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상사 눈빛 무서워 출산도 미뤘다”결혼과 출산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기업 문화도 여전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원무과에서 일하는 유현아(29·가명)씨. 비정규직 신분인 유씨는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출산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직장을 옮기고 싶다. 그러나 여의치 않다. 유씨는 “지금의 경력을 그대로 인정받으려면 관련 분야로 옮겨야 하는데 정규직으로 받아줄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옮기더라도 곧바로 결혼한다고 하면 따가운 시선이 쏟아질 것 같아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보험회사 회계팀에서 일하는 최연희(30)씨 역시 “입사 후 6개월 만에 결혼했는데 그 얘길 꺼냈을 때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과장님의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며 “회사에 죄를 짓는 느낌이라 남편이 아이를 갖자고 하는데도 1년만 기다려 달라며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여성들은 “아무래도 여성이니 박 당선인이 좋은 정책을 펴 줄 것 같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소리씨는 “기업 문화가 안 바뀌는데 정책으로 해결될 지 의문”이라며 “여성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하면 정책과 공약은 결국 숫자놀음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회사에 다니는 김지연(28)씨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됐다고들 하는데 실제 그런지 잘 모르겠다”며 “승진 명단을 보면 여전히 남자가 절대 다수라 사내에서 롤 모델이 될만한 여자 선배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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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어느 때보다 여성계의 기대가 크다. 여성의 고용과 근로 환경을 잘 살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단순히 여성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14일 여성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여성의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며 “출산과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 인재를 키우는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임신 기간 근로 8 → 6시간으로 단축여성 고용 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여성 근로자·관리자의 고용비율 평균을 현행 60%에서 70%로 높인다. 여성 근로자나 관리자의 비중이 업종 평균의 70%에 못 미치면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고 정부 조달사업 참여를 제한한다.
개선 조치가 잘된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도 제공한다. 산업대학·폴리텍대학·직업교육기관과 연계해 경력 단절 기간에 맞춤형 집중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새로일하기센터’를 확대해 재취업이나 맞춤형 창업을 지원한다.
임신·출산 환경도 손본다. ‘임신 기간 근로시간 단축제’가 눈에 띈다. 임신 여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경제활동참여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임신 12주 이내와 36주 이후 하루 근로 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한다. 현행법에는 8시간이다. 줄어든 시간만큼 임금을 깎지 않는다.
박 당선인은 이 제도를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우선 적용하고, 중소기업에 단계적으로 확대·시행할 방침이다. 또 육아휴직 확대를 위해 현행 만 6세 이하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육아 휴직을 초등학교 3학년까지 쓸 수 있도록 기간을 늘렸다.
저소득층 지원도 강화한다. 만 18세 미만 자녀가 있고 소득이 연 4000만원 이하인 가구에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자녀장려세제’를 도입한다. 저소득층 가구에 12개월 영아까지 조제분유와 기저귀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비정규직 여성을 위한 ‘임신·출산 후 계속 고용지원금’ ‘대체인력 채용 장려금’ 등은 확대할 방침이다. 또 ‘워킹맘’이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국공립 보육시설을 매년 50개씩 신축하고, 100개의 기존 운영시설은 국공립으로 전환한다.
이대로만 되면 좋겠지만 공약과 정책이 현장에 녹아 들지는 미지수다. 업무 현장에서 여성은 여전히 남성에 비해 약자다. 물론 각종 고시나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가 남성보다 많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도 여성의 약진이 뚜렷하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거나 신분이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시직 종사 여성의 비율이 2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취업 후 사내에서 여성이 느끼는 차별도 여전하고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25~29세 여성 고용률은 72.6%지만 35~39세 고용률은 56.1%로 급감한다.
“아이를 낳으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해요. 출산·양육휴가로 길게는 2년까지 쉴 수 있지만 이대로 했다간 사실상 승진은 포기해야죠. 6개월을 쉬나 2년을 쉬나 돌아오면 공기부터 달라요. ‘당신 때문에 우리가 일을 더했다’는 묘한 분위기가 있는 거죠. 특이한 건 남자뿐만 여자 사원들도 그렇게 본다는 거에요. 자신들이 겪었거나 앞으로 겪어야 할 일인데 말이죠.”
시중은행 지점에 근무하는 김소리(34·가명)씨는 두 살배기 아들이 있다. 국내 최상위권 대학을 졸업했고 금융권에서 성공하고픈 마음에 외환 관련 석사도 땄지만 출산 이후 달라진 대접에 마음고생하고 있다. 전문성도 있고 일처리 속도가 빨라 칭찬을 자주 받는 그였지만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상사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는 “일반적인 창구업무 이외에는 별다른 일을 시키지 않고 칼 퇴근을 해도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며 “단 1년을 쉬었을 뿐인데 완전히 밀려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은 출산 관련 복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평균 2년의 출산·육아 휴직을 보장하고 호봉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일을 덜 했다는 점 때문에 승진에서는 남성 사원에 밀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여성임원 비율은 5%에도 못 미친다. 외국계 은행과 대조된다. 남성과 여성 행원의 비중이 1:1이고 심지어 신입사원은 여성이 더 많지만 승진에서는 정반대라는 얘기다. 국내 10대 증권사의 여성 임원의 비율도 1.5%에 불과하다.
출산 후 재취업도 쉽지 않다. 2년 정도 중소기업을 다니다 출산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 공지연(32)씨는 재취업을 위해 20개가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딱 한 곳에서만 면접 허락을 받았다. 이마저도 실패했다. 해외영업 부서에서 일해 영어 실력이 뛰어나고 업무 감각도 있지만 2년 남짓한 경력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곳이 없었다.
공씨는 “면접 때는 ‘현장 감각 잊은 것 아니냐’는 짖궂은 질문도 들었다”며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일할 곳이야 있겠지만 해외영업 경력이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상사 눈빛 무서워 출산도 미뤘다”결혼과 출산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기업 문화도 여전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원무과에서 일하는 유현아(29·가명)씨. 비정규직 신분인 유씨는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출산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직장을 옮기고 싶다. 그러나 여의치 않다. 유씨는 “지금의 경력을 그대로 인정받으려면 관련 분야로 옮겨야 하는데 정규직으로 받아줄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옮기더라도 곧바로 결혼한다고 하면 따가운 시선이 쏟아질 것 같아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보험회사 회계팀에서 일하는 최연희(30)씨 역시 “입사 후 6개월 만에 결혼했는데 그 얘길 꺼냈을 때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과장님의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며 “회사에 죄를 짓는 느낌이라 남편이 아이를 갖자고 하는데도 1년만 기다려 달라며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여성들은 “아무래도 여성이니 박 당선인이 좋은 정책을 펴 줄 것 같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소리씨는 “기업 문화가 안 바뀌는데 정책으로 해결될 지 의문”이라며 “여성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하면 정책과 공약은 결국 숫자놀음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회사에 다니는 김지연(28)씨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됐다고들 하는데 실제 그런지 잘 모르겠다”며 “승진 명단을 보면 여전히 남자가 절대 다수라 사내에서 롤 모델이 될만한 여자 선배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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