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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버킷리스트’ - 홍콩

여행의 ‘버킷리스트’ - 홍콩

휴가라면 꼼꼼하게 즐기고 시간 빠듯한 출장이라면 잠시라도 시간을 내 꼭 찾아가야 할 9개 도시의 90개 명소를 뉴스위크가 엄선했다 -Edited by ROB VERGER




연향거(蓮香居)

홍콩식 브런치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낡고 허름한 식당이다. 예전에 이런 식당에서는 광둥어 문화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손님이 애완 조류를 데려올 수 있도록 새장을 걸어둘 공간을 마련해 놓았었다. 요즘은 뚱한 아주머니 종업원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딤섬 바구니가 잔뜩 쌓인 낡은 수레를 밀고 테이블 사이를 비집고 다닌다. 주말이면 외식을 즐기려는 가족들이 식당 안을 가득 메워 활기찬 분위기가 넘친다. 다양한 딤섬 중에 마음에 맞는 걸 골라 먹어 보자.

2/F-3/F, 46-50 Des Voeux Road West,Sheung Wan



오존 바

지난해 문을 연 홍콩 리츠 칼튼 호텔 118층의 바 오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반짝이는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며 기막힌 칵테일을 마셔 보자.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있는 이 바의 옥외 테라스는 아주 특별한 느낌을 준다. 높은 의자와 편안한 소파, 도시 풍경 감상을 위한 쌍안경이 준비돼 있다. 실내장식은 밝고 화려하다. 옷을 잘 차려입고 가서 기분을 내 보는 건 어떨까?

International Commerce Center, 1 Austin Road West, West Kowloon; ritzcarlton.com/en/properties/hongkong/dining/ozone



프라이빗 키친

부동산 임대료가 비싸고 공간이 부족한 홍콩에는 소규모 식당이 많다. 요즘엔 주로 건물 위층의 아파트를 개조해 식당으로 꾸민 이른바 ‘프라이빗 키친(private kitchen)’이 유행한다. 이런 식당에서는 솜씨 좋은 요리사들이 코스 요리를 내놓는다. 중국식(인기 만점의 ‘옐로 도어’)과 프랑스식(인테리어가 기발한 ‘르 블랑’)부터 퓨전(‘파주찌에’)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현지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인양(陰陽)’은 역사 깊은 중국식 공동 주택 건물에 있다. 이 식당의 주방장이자 사장인 마거릿 쉬옌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와 신계지(New Territories)의 하카 마을에서 배운 옛날식 요리법을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예약은 필수.

18 Ship Street, Wan Chi; www.yinyang.hk



스타 페리

스타 페리를 타고 청색 세일러복을 입은 승무원들과 통근 인파 속에 묻혀 보자. 스타 페리는 지난 125년 동안 빅토리아 항구를 가로 질러 홍콩섬과 카오룽반도 사이를 이어줬다. 느릿느릿 육중하게 움직이는 흰색과 초록색의 이 배들은 역사적일 뿐 아니라 실용적이기도 하다. 홍콩섬의 중심 상업지구와 호텔, 상점, 박물관 등이 모여있는 침사추이 사이를 오갈 때 지하철보다 더 편리하다.

게다가 요금도 25센트(편도)밖에 안 된다. 25센트짜리 스타 페리 티켓 한장만 끊으면 빅토리아 항구를 오가는 각양각색의 배를 실컷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푸른 산을 배경으로 고층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선 홍콩섬과 카오룽반도의 시가지 풍경도 한눈에 볼 수 있다. 홍콩에서 가장 저렴하고 실속 있는 관광 코스다.

Central Pier 7 and Tsim Sha Tsui Pier;www.starferry.com.hk



란콰이퐁

성대한 파티에 초대 받지 못했다고 섭섭해 할 건 없다. 홍콩의 압구정동으로 불리는 란콰이퐁 거리엔 바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게다가 밤엔 차량이 통제되는 보행자 전용거리다. 주류개봉금지법(Open Container Law, 공공장소에서 마개를 딴 술병을 들고 다니는 행위를 금지한다)이 없는 홍콩에서는 길거리에서도 종종 떠들썩한 술 파티가 벌어진다.

팝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즉석 야외 댄스 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술집(아니면 익숙한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술 한잔 사들고 같이 어울려 보면 어떨까? 아니면 잠깐 구경만 하고 조용한 바에 들어가 자리를 잡든가 말이다. 위스키 전문점 ‘에인절스 셰어’나 야외 테라스가 있는 ‘Blck Brd’, 뒷골목의 인디 술집 ‘클럽 71’을 추천한다.

Lan Kwai Fong, D’Aguilar Street and Wyndham Street, Central; lankwaifong.com



야우마테이 극장

홍콩의 현대성은 많은 전통 예술 형태의 종말을 초래했다. 하지만 광둥식 오페라 월극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오래된 영화관을 개조해 최근 문을 연 야우마테이 극장은 젊은 배우들을 투입하고 거의 매일 밤 공연을 올려 월극의 부활을 꾀한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짙은 분장을 한 배우들이 펼치는 이 멜로드라마가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겐 다른 볼거리들도 있다. 근처에 있는 아담한 절과 야시장, 구식 요리기구 상점들을 둘러보거나 길거리 음식 맛보기에 나서 보자. 저녁 공연이 시작되기 전 북쪽으로 걸어가면 몽콕 야시장이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그 거리를 느긋하게 걸어 보자.

6 Waterloo Road, Yau Ma Tei;www.lcsd.gov.hk/ymtt



빅 부다

홍콩의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 중 하나가 생긴 지 20년도 안 됐다니 재미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청동 좌불상 관광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케이블카를 타고 그곳까지 오갈 때다. 란타우섬의 경사진 언덕 위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안에서 남중국해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좌불상 근처의 싸구려 관광지는 신경 쓰지 말고 풍경을 즐겨라. 좌불상 주변의 조용한 시골 길을 산책해도 좋다. 아니면 버스를 타고 어촌 타이오나 청샤 해변, 해변 마을 무이오에 가서 시골 섬 생활을 엿보는 것도 괜찮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홍콩은 약 260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도심에서만 시간을 보낸다면 아쉽지 않을까?

Tian Tan Buddha, Lantau Island, np360.com.hk



맞춤 양복점

맞춤 의상은 식민지 시절부터 홍콩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념품이다. 물론 요즘은 기성복 정장이나 중국, 베트남에서 만든 유명 브랜드 모조품이 더 저렴하다. 하지만 홍콩 상류층은 여전히 오랜 전통을 지닌 양복점이나 새로 문을 연 최첨단 의상실에서 옷을 맞춰 입는다.

‘W.W.챈’은 이탈리아산 원단으로 만든 깔끔한 맞춤 정장을 전문으로 하며, ‘아모리(Armoury)’와 ‘머스태시(Moustache)’는 좀 더 젊은 취향의 최신유행 스타일을 추구한다. 기본적인 버튼다운셔츠는 ‘잰트즌(Jantzen)’, 장식이 더 들어간 셔츠는 ‘커프스(Cuffs)’가 전문이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이 입고 나와 유명해진 섹시하고 우아한 청삼(長衫)을 맞추려면 린바 테일러스(Linva Tailors, 38 Cochrane Street in Central)로 가면 된다.

wwchan.com; thearmoury.com; moustachehongkong.com; cuffs.hk



더 피크(빅토리아산 정상)

막노동꾼들이 사람과 짐을 산 위아래로 져 나르던 시절 이곳은 홍콩 부유층과 유명인사들의 전용 공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달라졌다. 여전히 상류층이 자주 찾지만 지금은 케이블카와 버스, 택시로 올라갈 수 있다. 복잡한 쇼핑몰과 티켓을 끊어야 하는 전망대를 피해 정상 주변을 돌아보자. 루가드로와 할렉로를 따라 걸으면 관광 인파에서 벗어나 홍콩 시내와 자연 풍경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더 피크에서 시작하는 하이킹 프로그램도 많은데 도심에서 벗어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thepeak.com.hk



전차

108년 역사를 지닌 홍콩의 전차는 매력적이며 늘 사람들로 붐빈다. 홍콩섬 서부의 케네디 타운부터 서부의 샤우케이완까지 북쪽 해안의 거의 전구간을 운행한다. 요금은 거리에 상관없이 25센트다. 달리는 전차 안에서 홍콩의 대표적인(그리고 매우 이질적인)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돈이 좀 들겠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내렸다 탔다 하면서 전구간을 달려봐도 괜찮다.

건어물 상점이 즐비한 솅완과 유행의 거리 가우 스트리트, 조깅과 타이치(전통무술) 연습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빅토리아 공원 등을 지난다. 해피 밸리 경마장에 내려 영국 식민지 시절의 자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9월부터 6월까지는 거의 매주 수요일 경마가 열린다. 현지인과 외국인 무리에 섞여 행운의 말에 푼돈을 걸어 보자.

hktramway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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