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s - 일석이조 비지니스 ‘소매외교’
trends - 일석이조 비지니스 ‘소매외교’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산 녹차, 유자차 등 건강에 좋은 식품류가 인기다. |
외교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각국 정상들과 장관들이 밀실에서 모여 회담을 벌이던 전통적인 방법과 달리 다른 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를 홍보하는 공공외교가 각광받고 있다. 공공외교란 문화와 공여 등 소프트파워를 통해 외국인들의 마음을 얻는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 및 단체, 개인도 공공외교를 펼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말 화제가 된 가수 싸이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지난 1월 16일 유튜브 12억뷰를 돌파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를 알렸다. 한 문화평론가는 싸이가 외교관 수백 명의 역할을 혼자해냈다며 그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렇다고 문화외교가 공공외교의 전부는 아니다. 소매업은 외국인에게 자국의 문화와 가치관을 알리는 좋은 수단이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는 소매업으로 외교 효과를 누리는 ‘소매외교’가 활발하다. 펄 리버(중국), 이틀리(이탈리아), 데스파냐(스페인) 등 많은 소매업체가 현지인에게 자국 음식과 의류 등을 팔면서 문화를 알린다(33쪽 참조).
김치유에스(KimchiUS)는 뉴저지주에 위치한 한국 가전제품 전문 매장이다. 전기밥솥부터 김치냉장고, 노래방기기 등 한국 특유의 가전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온라인 쇼핑몰 kimchius.com에서는 상품 판매뿐아니라 김치 조리법도 소개한다. 미국 전역으로 배달이 가능해 마음만 먹으면 주방을 한국 가전제품으로 모두 채울 수도 있다.
일본에 있는 유통업체 라꼬레샵의 양청해 대표는 유통을 통해 한일 화합을 꿈꾼다. 라꼬레샵은 한국의 음악, 드라마, 의류, 화장품 등 최신 한류 상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이다. 양 대표는 쇼핑몰과 함께 한류 전문 인터넷신문 ‘라꼬레’(www.lacoree.jp)도 운영한다. 국내 언론매체와 협력해 TV드라마, K팝 등 관련 기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웹사이트에 게재한다.
일본의 한 대기업에서 10년 간 근무했던 양 대표가 한류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심하게 경색된 한일관계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좋지 않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무실에 항의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다.” 양국의 인식을 개선하려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사람이 모이면 여론이 형성되고 영향력도 생긴다. 사업이 좀 더 발전되면 라꼬레샵 오프라인 매장도 개설할 생각이다.”
‘소매외교’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는 한국 식자재다. 말레이시아 대형 마트에 한국 식자재를 납품하는 이마태오 KMT 교역 대표는 “해외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문화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식문화는 전파가 아주 빠르다. 사업 초기에는 한국음식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1990년대 말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해 연매출 약 2000만원에 불과하던 KMT교역은 한국음식이 말레이시아에서 인기를 끌면서 2012년에는 연매출 14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음식을 찾는 현지인이 늘면서 가격이 저렴해지자 갈수록 인기가 많아진다. 따라서 한국 식당도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에 설립된 한국마트는 현지인들에게 식료품과 함께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한국문화대사관이다. 한국식품 도·소매업체 ‘코리아푸드’는 유럽인들의 식탁에 한국 음식을 올리는 게 목표다. 재영한인 서병수(68) 회장이 1999년 설립한 이 회사는 현재 영국과 슬로바키아에 물류기지를 두고 영국에 9개 매장, 슬로바키아에 1개 매장이 있다. 소매업뿐 아니라 도매업에도 나서 유럽 15개국 1500곳 이상의 거래처에 한국 식자재를 공급한다.
유럽 전체를 통틀어 규모가 가장 큰 한국식자재 도·소매상이다. 2012년도 매출액이 4천만 달러에 달한다. 상품 대부분을 한국에서 수입하지만 두부와 가래떡 등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음식은 영국 내 직영 공장에서 만든다. 매일 아침 한국의 각종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코리아푸드는 향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지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한인들을 고객으로 삼는 일반적인 한인식품매장과 달리 이들의 주요 영업 대상은 현지인이다. 코리아푸드 하재성 이사는 “고객의 약 90% 이상이 영국인, 중국인 등 현지인이며 한국 고객은 10% 이내”라고 밝혔다. “꾸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고객 대부분을 현지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 음식이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건강식이라는 인식 덕분이다.
코리아푸드 매장에서 인기 있는 품목은 김치, 해남고구마, 두부, 라면, 햇반 등이다. 하재성 이사는 “두부는 야채 샐러드 재료로 인기”라고 말했다. “일반인은 물론 채식주의자들에게도 각광받는다.” 이마태오 이사는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 음식이 타 음식에 비해 비싼 편이다. 고급스럽고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유자차와 알로에쥬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다. 라면과 과자류, 김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도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인스턴트 떡볶이가 의외로 큰 인기다. 한국 여행과 드라마를 통해 떡볶이를 알게 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음식 홍보활동도 활발하다. 코리아푸드는 런던 시장이 주최하는 ‘템즈 축제’에 매년 참가한다. 템즈 축제는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런던시 최대의 야외행사다. 코리아푸드는 이 행사에서 매년 한국 요리 무료 시식회와 막걸리 시음회를 열고 즉석에서 한식을 조리해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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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소매업체는 한국 특산물을 소개하는 창구이기도 한다. 미국 H마트는 2011년 초 충청북도와 협약을 맺고 충주 사과를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기도와 협력해 도내 15개 농식품 업체를 초청해 구매상담회를 개최하고 경기도 특산품을 마트에 입점시켰다.
또 경상북도가 설립한 경북통상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매년 미국에서 경북 특산물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H마트는 13개 주에 41개 점포를 개설한 미국 내 최대 아시아 유통업체다. 1조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리며 미 전역으로 한국식자재를 공급한다.
KMT교역은 전라남도로부터 유자차, 김, 유기농 과자류를 수입해 말레이시아 전역의 식품매장에 공급한다. 코리아푸드도 한국 지자체 및 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2009년부터 농수산물유통공사와 한국농수산물 판촉활동을, 전라북도청과는 매년 12월 전북특산품전을 개최한다. 국내 한식품기업과 공동으로 영국 축구구단 AFC 윔블던과 스폰서 계약을 맺고 구단측에 한국식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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