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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st cancer - 예쁘게 보이고 싶어

breast cancer - 예쁘게 보이고 싶어


지난 1월 31일 아침, 바람 부는 맨해튼 중부 빅토리아 시크릿 본사. 그 속옷 회사의 상징인 핑크색·흰색 줄무늬 가방 6개를 손에 든 두 여성이 그 건물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가방 안에는 섹시한 여성 속옷 대신 서명운동 참가자들의 사인과 댓글 프린트물이 가득했다. 그 란제리 대기업에 유방암 생존자용 ‘서바이버 브라(survivor bra)’를 출시해 달라는 청원이었다. 어림잡아 12만 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두 여성은 27세의 앨러나 메이든과 그녀의 모친 데비 배럿이었다. 유방암으로 유방절제수술을 받은 지 21년이 지난 배럿은 가슴에 맞는 브라를 찾는 데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딸 메이든이 마침내 Change.org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1월 초 그녀는 유방암 생존자의 가슴 보형물에 맞는 브라 모델을 출시해 달라는 글을 빅토리아 시크릿에 올렸다. 한 주 만에 서명이 1000건에 육박했고 3주도 안돼 무려 10만 건으로 불어났다.

그 뒤 모녀는 리미티드 브랜즈의 태미 로버츠 마이어스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리미티드 브랜즈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이다. 회사 측은 서명운동 소식을 듣고 그 문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오하이오주에 있는 리미티드 본사로 모녀를 초청해 경영진 및 연구팀과 제품회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메이든은 “정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회사 고위층이 관심을 갖고 이 문제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싶어하는 듯해 기쁘다”고 말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란제리를 주류 대열에 올려놓은 회사다. 유방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은 브라를 그처럼 쉽게 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금은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배럿은 버지니아주 솔트빌의 소읍에서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유방절제 여성용 브라 전문점에서 70달러가량을 주고 제품을 구입한다.

메이든은 서명운동을 시작한 동기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브라 하나를 사려면 큰 마음 먹고 나서야 한다. 엄마에게 나와 마찬가지로 긍정적이고 정상적인 브라 쇼핑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보형물 달린 브라를 취급하는 백화점이나 란제리 상점은 거의 없다. 취급한다 해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으며 구석에 쑤셔 박혀 있어서 따로 요청해야 볼 수 있다.

Breastcancer.org의 온라인 토론장에는 유방절제 여성용 브라를 판매하는 상점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불만이 많이 올라왔다. 보험이 적용되는 제품이 거의 없으며 별실에서 따로 제품을 볼 때는 굴욕적인 기분이 든다는 내용 등이다. 이런 글도 있었다. “내 보험이 적용되는 제품을 파는 상점은 주중 오전 9시~오후 5시만 문을 연다. 브라 하나 사려고 직장에 못 나가다니 불공평하지 않은가.”

메이든 모녀가 빅토리아 시크릿을 찾아갈 때 들고 갔던 Change.org 서명운동의 댓글 인쇄물 내용도 비슷했다. “아내가 이중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아내의 브라를 파는 곳은 의료용 의류 공급업체뿐이다. 가격도 상당히 비싸고 대체로 ‘할머니 브라’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제품을 내놓는다면 유방절제술을 받은 많은 여성이 더 경제적이고 패셔너블한 브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남편이 올린 글이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그들이 오래전부터 캠페인을 벌여왔던 운동의 지지자들 말에 귀 기울이는 듯하다. “우리는 유방암과 싸우는 사람들을 지지한다.” 회사가 이미 암 연구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며 한 대변인이 말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유방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날을 맞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때까지 우리 회사가 지원을 확대해나갈 또 다른 길이 있는지 귀를 열고 배워나갈 계획이다.”

메이든은 자신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면 브라에서 멈추지 않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녀 모친과 다른 생존자들은 몸에 맞는 수영복과 캐미솔(어깨 끈이 달린 속옷)을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당분간 모녀는 수많은 여성의 삶을 약간 더 편하게 만드는 운동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든이 서명 문서를 전달하기 전에 말했다. “유방절제 후 회복과정에서 내 몸이 아름답다는 느낌을 되찾는 일이 중요하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여성들이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들기로 유명하다. 이번 기회에 그런 느낌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기를 바란다. 우리 엄마와 같은 유방암 생존자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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