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 공급 늘다 보니 수익률 뚝뚝
Real Estate - 공급 늘다 보니 수익률 뚝뚝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오피스텔 두 채를 갖고 있는 신모(57)씨는 요즘 오피스텔이 팔리지 않아 답답하다. 그는 3년 전 62㎡형(이하 공급면적)을 각각 1억2000만원에 사서 보증금 1000만원, 월 55만원에 세를 놨다. 그러다 막내 딸의 영국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작년 7월 매물로 내놨지만 아직도 팔리지 않았다. 한달 전에는 가격을 1000만원 더 내렸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신씨는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많고 현재 세입자가 살고 있어 별반 걱정을 안했는데 이렇게 안 팔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전성기를 누리던 임대수익형 부동산 상품에도 침체가 감지된다.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최근 3~4년간 주택시장 침체의 풍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저금리 기조에다 집값 급락으로 오갈 데없는 뭉칫돈이 대거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으로 향했다. 하지만 ‘단독 질주’ 하던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우려가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공급이 급증한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주택시장에 이어 오피스텔을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거래 침체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공급 증가→임대료 하락’ 악순환 우려서울 화곡동의 한 주택가. 2~3층짜리 주택이 몰려 있는 골목마다 신축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임대한다는 광고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전봇대에는 어김 없이 분양·임대를 알리는 A4 용지 크기의 전단이 붙어 있다. 50m의 짧은 골목길에 신축 도시형생활주택이 2채나 됐다. 주택가와 인접한 상업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피스텔 신축 현장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인근 A부동산공인 김모 사장은 “(인근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중) 어림잡아 30% 정도는 빈집”이라고 전했다.
국토해양부와 업계에 따르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은 올해 최소 11만여 가구가 입주한다. 오피스텔 3만 실, 도시형 생활주택 8만 가구로 올해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17만여 가구)의 64% 수준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도시형은 인·허가부터 입주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최소 8만 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도시형은 2011년과 지난해 각각 8만3859가구, 12만3949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다. 이 중 70% 정도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그동안 준주택이 대학가나 업무시설 밀집지역에 공급돼 젊은 직장인 등 1~2인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급이 한데 몰리면서 빈집이 늘어 투자수익이 예상보다 못한 것이다. 서울 화곡동 원룸의 경우 임대료가 보증금 500만원에 월 35만원 선으로 1년 전보다 월세가 15만원 정도 내렸다. 직장인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서초·강남구 일대 전용 33㎡형 오피스텔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는 1년 전보다 20만원 정도 내린 80만원 선이다. 분당·일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과 지방도 별반 차이 나지 않는다.
서울 서초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수익형 부동산의 특성상 임대료 하락으임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몸값도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입주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S오피스텔은 분양가보다 2000만원 정도 싼 매물이 나온다. 이 오피스텔은 수익형 부동산 바람을 타고 2010년 10월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이 평균 29대 1에 달했던 단지다.
투자 땐 임대수익률 잘 살펴야지방 중소도시는 더 심하다. 단독·다세대 주택촌이 형성된 충북 청주시 구도심인 내덕동. 정부가 도시형생활주택을 장려한 2년여 전부터 이 곳 단독·다세대 주택은 도시형생활주택으로 하나 둘 탈바꿈 했다. 대학이 인접한데다 청주공단과도 가까워서다. 내덕1동 단독·다세대 주택촌의 경우 한 집 건너 한 집씩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신축됐다. 공급이 넘치다 보니 대부분 공실이다. 집집마다 임차인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임대료는 급락세다.
내덕동에서는 임대료가 1년 전만 해도 보증금 100만원에 월 40만원 선이었으나, 지금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20만원 선이다. 1년 새 반 토막 난 셈이다. 내덕 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가격에라도 임차인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주변에서는 여전히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임대료 인하로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기존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거래도 잘 안 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 서울에서 오피스텔 거래(실거래가 기준)는 단 1건 있었다. 신고가 누락된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팔리지 않는 것이다.
분양시장도 시들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만 해도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공급된 오피스텔에는 사람이 몰렸다. 평균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그런데 이 경쟁률이 ‘허수’라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청약 경쟁률은 높은데 계약율은 기대에 못 미쳐서다.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 보금자리지구에 공급된 오피스텔은 청약 경쟁률이 최고 160대 1을 기록했지만 분양한지 6개월이 넘는 현재까지도 계약율은 80%를 밑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나섰다.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매입을 늘려 임대주택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기 힘들다. 매입 물량이 아주 적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기존 또는 신축 다가구·다세대주택 매입임대사업의 일환으로 도시형생활주택 매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체 물량에 비해 매입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올해도 매입 규모를 크게 늘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H공사는 올해 도시형생활주택 매입 계획을 지난해의 70%(400여 가구) 수준으로 짰다. 그나마 지방은 이런 계획도 없다. 충청도의 한 관계자는 “관리상 문제 등으로 개별가구 매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올해 역시 적지 않은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분양업체가 제시하는 임대수익률을 잘 살피라고 조언한다. 임대수익률이 대개 연 6~7% 수준에 맞춰져 있는데 이 기준이 되는 임대료가 적정한지를 살펴야 한다.
서울 강남역의 S오피스텔도 분양 당시 임대료(월세 110만원)로는 임대수익률이 연 6%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 임대료로는 공실이 없다 해도 연 4%대에 불과하다. 분양대행사인 내외주건 정연식 상무는 “준주택은 공급이 늘면 공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역세권이 아닌 곳은 가급적 피하고 주변 개발계획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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