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s brinkmanship - 북한의 기이한 엄포
perspectives brinkmanship - 북한의 기이한 엄포
3월 30일 북한은 남한과 ‘전쟁상태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그 전날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 정세를 볼 때 미제국주의자들과의 계산을 해결할 시기가 왔다”고 발언했다. 그 젊은 지도자(29세로 알려졌다)는 자신의 생각을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하게 전달했다. 동시에 미국과 태평양의 군사시설을 “무자비하게 타격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
물론 허풍이다. 하지만 그런 강경 발언이 특히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통치하는 비정상적인 정권은 지금 혼란에 빠져 있다. 따라서 언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지 모른다.
북한은 해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전에 과장된 엄포를 늘어놓다가 훈련이 시작되면 잠잠해진다. 그러나 올해엔 그들의 으름장이 계속되면서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진다. 먼저 북한은 휴전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미국에 선제 핵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처럼 폭탄발언을 하루에 한 건씩 터뜨리는 건 북한 정권 내부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의 급사 후 정권을 물려받았다. 이는 무엇보다 김정은이 자신에게 충성하는 심복들을 요직에 심거나 정권 4대 축(군, 보안기구, 당, 김의 일가)의 질서를 잡는 데 필요한 복잡한 줄타기를 배울 시간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최고사령관’으로 칭송받는 김정은은 두 친척의 후원에 의존해야 했다. 고모인 김경희와 그녀의 남편 장성택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입지가 몹시 취약한 상태다. 특히 장성택이 관료들을 숙청할 뿐아니라 김정일이 구축해놓은 권력구조를 해체하는 상황이다. 김정일은 조선노동당보다 군을 선호했다. 하지만 장은 김정은의 이름을 앞세워 군의 기세를 꺾으면서 당에 힘을 실어줬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당연히 북한의 정정 불안을 초래했다. 군은 그동안 불법거래를 통해 수입을 올려 왔지만 장에게 그런 특혜의 대부분을 빼앗겼다. 김정일 정권에서는 북한 외환거래의 70%가량을 장성들이 담당했다. 하지만 장의 조종으로 김정은이 그런 사업의 통제권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군의 해외투자 통로로 알려진 조선대풍 국제투자그룹을 폐쇄했다.
악명높은 노동당 39호실 폐쇄의 배후에도 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 비자금 관리기구는 마약밀매, 달러화 위조, 짝퉁 비아그라 생산 같은 불법행위의 중심에 있었다. 그렇다고 김정은 정권이 불법행위에서 손을 뗀다는 뜻은 아니다. 코리아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그에 따라 외부자금 조달 책임이 당으로 넘어갈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당은 김정일 아래서 파리를 날리다가 활
기를 되찾았다.”
게다가 김과 장은 고위 장성들을 해고했다. 대표적인 예가 존경받는 총참모장이던 리영호 차수(대장의 한 단계 위)의 숙청이다. 지난 7월 그가 해임될 때 리의 반대세력과 충성파 간에 총격전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루머가 사실이든 아니든 김정은이 유력한 리영호를 제거한 일은 일선 지휘관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은 분명했다. 혼란의 징후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리의 후임자 현영철도 그뒤 강등됐다.
김정은의 군 고위층 흔들기가 너무 지나쳤을지 모른다. 요즘 김정은의 공격적인 발언은 대부분 수구파 장성과 제독들을 달래려는 시도로 보인다. 김과 장이 평양에서 최고 권력자일지 모르지만 군을 장악하지는 못했다. 정권의 다른 축들에 대한 통제력도 확고히 다지지 못했다. 그런 혼란 속에서 강경파들이 득세한 듯하다.
그리고 북한의 유일한 공식 우방인 중국이 북한을 길들이기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국 공산당도 순탄치 못한 권력승계를 마무리하는 데 애를 먹는 중이다. 2012년의 혼란 속에서 여러 모로 볼 때 인민해방군이 집권 그룹 중 가장 영향력 있는 파벌로 떠올랐다.
중국 장성들은 북한 군 고위층과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지금도 친북 입장을 견지한다. 일례로 중국 군부는 북한의 신형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용의 이동식 발사장치 최소 6대를 그들에게 넘겨줬다. 북한의 핵전쟁 수행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중국이 호전적인 북한의 고삐를 죄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사주하는 듯하다.
따라서 김정은은 중국이 자신의 고삐를 조일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엄포를 거듭할수록 자진해서 물러서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북한 정권이 수십 년에 걸쳐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며 정통성을 구축해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과 미국이 연례적인 합동군사훈련을 계속하면서 대응태세를 갖춘 동안 북한이 무력 도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이같은 유동적인 상황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한반도에서 무력충돌로 향하는 문의 빗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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