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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ACT BUSINESS - 정부 지원, 약보다는 독

IMPACT BUSINESS - 정부 지원, 약보다는 독

정부 공인 사회적 기업이 800개가 넘지만 ‘사회적 가치’만 강조하다 보니 기업 성장에 필요한 투자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2000년대 이후 자본주의의 자성 속에 떠오른 것이 사회적 기업이다. 자본과 사회적 가치가 만나자 그 속성이 부드럽게 변했다. 자본이 모일 수록 더 많은 사회 문제가 해결되고 가치가 생겨났다.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 사회적 기업이 자본주의의 보완책으로 제시된 이유다. 포브스코리아는 5월호부터 ‘사회적 기업, 무엇이 문제인가’란 제목으로 총 3번에 걸쳐 연재한다. 정부 주도로 사회적 기업이 빠르게 육성됐지만 인재·자생력·생태계 부족 등으로 갈 길이 멀다. 사회적 기업의 현 주소와 대안을 살펴본다.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빈민촌에서 화재가 여러 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최소 3명이 목숨을 잃고 4000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 불을 밝힐 전기가 없어 촛불과 램프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전기는 사실 전 세계 인구의 25%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중 등유로 불을 켜는 160만 명은 해로운 연기로 생명까지 잃는다. 유해 연기에 약한 아이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하버드대 여대생 줄리아 실버만과 제시카 매튜스는 제3세계의 전기 부족 문제를 ‘축구공’ 하나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다. 축구공을 차면서 생긴 에너지를 공 내부의 빈 공간에 전기로 충전하는 ‘소켓(Soccket,축구와 전기장치의 합성어)’을 개발했다.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는 학생들을 보며 “저 많은 사람의 에너지를 모을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시발점이었다.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된 소켓은 30분 공놀이만으로 전구를 3시간 동안 켤 수 있다. 두 여대생은 ‘언차티드 플레이’란 사회적 기업을 세워 공동 CEO가 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소켓은 2011년 100만 개가 팔렸다. 원래 축구가 유일한 놀이였던 저개발국가 아이들은 소켓을 차는 것만으로 밤을 밝힐 안전한 전기를 얻었다.

소켓의 사례처럼 사회적 기업은 사회 문제를 시장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해결한다. 주된 창업 목적이 사회적 가치란 점은 기존의 일반 기업과, 수익을 낸다는 점은 기부·비영리 단체와 구분된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며 지속적 수익을 창출한다. 부의 양극화를 초래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떠올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좋은 사례로 2009년 설립된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희만사)’이 있다. 희만사는 고금리에 시달리는 저신용자들을 돕는 대부업체다.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 비공식 대부업체에 손을 내밀었다 빚더미에 오른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다. 부채의 악순환을 벗어날 심도 있는 컨설팅과 재융자대출을 함께 제공해 빚의 고리를 끊는다. 2012년 봄까지 약 320건의 상담과 27억원의 재융자 대출을 통해 고객 전체의 이자 비용을 총 30억원 가량 절감했다.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지급 실적은 해마다 늘고 있다.

국내에선 정부가 사회적 기업을 주로 키웠다. 2007년 7월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시행해 고용노동부 주도로 사회적 기업이 생겨났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심사를 거쳐 인증하고 인건비·전문인력비 등을 3년 간 지원한다. 사회적 기업의 수는 5년 동안 크게 늘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800여곳에 이른다. 정부의 노력으로 사회적 기업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환경에 체계적인 법적 지원이 생겨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꾸준한 정책 홍보로 개념조차 생소했던 사회적 기업을 널리 알리게 됐다. 정부의 거대 자본 투입이 만들어 낸 결과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주도하다 보니 취약 계층 고용이 사회적 기업의 주된 역할처럼 인식된다. 정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 근로자 중 취약계층 비율은 50%로 고용 효과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취약계층 고용 여부에 따라 인건비를 지원하는 정책은 사회적 기업의 활동 반경을 좁혔다.

그 예로 사회적 기업 대다수가 국내에서만 활동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현재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인증한 사회적 기업 중 국내 801개, 국외 20개로 국내 사회적 기업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절대 다수가 제3세계의 열악한 환경·기아 문제 등을 위해 설립되는 해외의 사회적 기업과 대조적이다.

사회적기업의 전문 컨설팅과 평가를 하는 임팩트스퀘어의 박동천 공동 대표는 “미국은 사회적기업 70%가 개발도상국 문제 해결에 나선다”며 “우리나라는 해외 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기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고용 문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국내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취약계층만 강조하다보니 ‘사회적 기업=사회적 가치+수익 창출 기업’이 아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기업’으로 인식의 폭도 좁아졌다. 벤처캐피탈의 한 투자자는 “사회적 기업하면 기부 단체 같은 느낌이 들고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아 투자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에서 유독 ‘사회적 가치’만 강조하다 보니 기업 성장에 필요한 투자 유치 등에 걸림돌이 되버린 측면이 있다. 실제 다수의 사회적 기업이 성장 과정에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 사회적 기업=자선기업’ 인식의 한계해외 사례를 보면 국내의 사회적 기업 정의가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 그룹인 SOS의 연간 매출은 5억5000만 달러(약 6149억원)로 ‘사회적 기업 재벌’로 불린다. 1984년 설립된 SOS그룹은 노숙자·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병원 8곳을 운영하고 에이즈 환자 지원 사업, 아동보호를 위한 법률 지원 등 사업영역이 다양하다.

일본의 사회적 기업 K2인터내셔널은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적응을 도와준다. 직원 100여명에 연매출은 4억7000만엔(약 60억원)이다. 소비자가 신발 한 켤례를 사면 제3세계 어린이에게 신발 한 켤례를 기부하는 탐스슈즈는 세운지 5년 만에 신발 100만 켤례를 넘게 팔았다. 국내의 사회적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종도 다양하고 수익 창출에 대한 거부감도 덜하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선입견은 사회적 기업가를 고민에 빠뜨리기도 한다.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의 김정현 대표는 “사회적 기업가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 중 하나가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가치를 주는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돈을 벌려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익 창출이 필수적이지만 마치 기부단체처럼 여겨진 탓에 사회적 기업가들이 고민에 빠져든다.

사회적 기업 투자 중간기관인 D3주빌리의 진윤정 이사는 “사회적 기업이 수익 내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그만두는 직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인 D3주빌리의 리차드 빅스 전무이사도 “해외에서는 사회적 기업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개념이 광범위한데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하면 장애인 고용 업체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고 말했다. “정부 제도 때문에 사회적 기업의 영역이 좁아져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개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사회적 기업의 틀을 과감히 깨고 성공한 사례가 보청기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춘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다. 딜라이트는 맞춤형으로 제작되던 보청기 유통구조를 바꿔 수백만원에 이르던 보청기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췄다. 비싼 가격 때문에 보청기를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부 보조금인 34만원에 제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매출 41억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했다.

딜라이트는 초기부터 정부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포기하고 자생의 길을 택했다. 대신 미국의 대표적인 ‘비 코퍼레이션(B corp: 미국의 사회적 기업 인증기관)’ 인증을 받아 미국 내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 기업 혁신에 활용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투자금 20억원을 유치하고 전국 영업망을 갖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경제적 수익률(SROI)만 521.4%에 이른다.

트래블러스맵은 정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유엔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2011년 여행객이 몰디브에서 쓴 돈은 10억 달러에 달하지만 그중 현지인들에게 가는 돈은 2% 미만에 불과하다. 다국적 기업의 자본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트래블러스맵은 공정여행(환경파괴·자본횡포 등을 반성하는 착한 여행)을 추구한다.

지역주민의 경제이익 보전, 환경 보호, 문화 존중 등 3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예컨대 지리산 둘레길 상품의 경우 여행 경비의 72.8%를 현지 숙소·가이드·식사에 사용한다. 2010년 1월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아 2011년 연 매출 18억원을 기록했다. 사회적 기업 최초로 경영 공시를 했다.

하지만 정부 인증 사회적 기업 중 트래블러스맵 같은 성공사례는 드물다. 올해 2월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2010년까지 인증된 사회적 기업 491곳 중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곳은 79개로 전체의 16.1%(유효응답수 기준)라고 발표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 인증 사회적 기업의 영업이익은 1억원 이상이 4.1%, 5000만~1억원이 2.0%에 불과하다. 1억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낸 곳도 69.5%나 된다. 또한 총수입 대비 영업외수익(정부나 지자체 지원금 등) 비율이 50%가 넘는 곳도 40.7%로 집계됐다.

그런 까닭에 정부가 인증 사회적 기업에 지원하는 취약계층·외부인력 인건비가 오히려 사회적 기업의 자생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3년 동안 취약계층에는 월 100만원, 외부 전문 인력에는 월 200만원이 직접 보조금 형태로 지원되는 탓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옥’의 공유주택 ‘WOOZOO’.


소수 혁신 사회적 기업 육성 필요해그럼에도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큰 패러다임은 초기 육성 단계의 ‘일자리 창출’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자리 7만개를 만든다는 목표로 2017년까지 사회적 기업 3000개를 키우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미 800개가 넘는 사회적 기업의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질적 성장이 필요함에도 초기와 동일하게 양적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2012년 사회적 기업 지원 예산 1760억원 중 70%가 기술개발·경영지원 등 가치 투자가 아닌 고용 창출을 위한 인건비에 책정됐다.

사회적 기업을 무료로 컨설팅하는 소셜컨설팅그룹(SCG)의 고영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고용노동부가 주관할 것이 아니라 산업통산자원부나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시장을 고민하고 시장 변화에 따라 기획하는 부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고 대표는 “사업하려면 기술·인력·자본이 필요한데 고용노동부는 그걸 통제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회적 기업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어느 한 부서가 맡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차라리 대통령 직속 상설위원회로 키워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의 양적 성장 전략도 “소수의 혁신 사회적 기업을 먼저 키워 벤처붐이 일듯 퍼져나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공한 사회적 기업들의 국내·외 사례는 시장에 맞춰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고 대표의 조언을 뒷받침한다. 탐스슈즈의 성공에는 ‘판매 한 켤례 당 기부 한 켤례’란 획기적인 전략이 있었다. 또한 착한 신발의 품질이 별로일 것이란 편견을 깨고 제품 경쟁력을 키웠다. 탐스슈즈는 글리터링 스타일 등 기본 디자인에 새로운 소재와 패턴을 활용하는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는다.

딜라이트는 유통구조 혁신 뿐 아니라 작아서 잃어버리기 쉬운 보청기를 원가 20%에 살 수 있게 돕는 보험을 만드는 등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고안했다. 마이크임팩트는 강연을 전문적으로 기획해 영감을 불어넣는 차별화된 사업모델로 매출 30억원, 영업이익률 15%를 달성했다.

트리플래닛은 게임으로 나무를 키우면 실제 나무를 심고, 기업 광고로 후원을 받는다는 최초의 비즈니스 모델로 성과를 거뒀다(110쪽 참조). 사회적 기업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선구자가 되거나 상품·서비스 경쟁력을 키울 때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사회적 기업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와 맞닿아 있다.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것이다. 임팩트포럼의 이형교 간사는 사회적 기업의 현행 인증 제도에 대해 “허가제에서 인증제나 신고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건비만 받으려고 창업 3년이 지나면 인증을 반납하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정부의 현금성 지원을 줄이고 투자로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수에 무턱대고 지원할 것이 아니라 엄격한 평가를 거쳐 정말 가능성 있는 사회적 기업만 집중적으로 투자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 하에 사회적 기업에 맞는 제도나 교육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임팩트스퀘어의 도현명 대표는 “현행법으로는 기업이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분을 30% 이상 가지면 계열사로 편입되고 그렇다고 10% 미만을 투자 받으면 효과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회공헌적 목적의 재단과 기업 투자를 별도로 다루는 ‘사회적기업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영 SCG 대표는 “정부가 주도해 장기적으로 사회적 기업가를 키울 수 있는 국·공립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운동가는 많지만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기업가가 부족한 환경 탓 이다. 그는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사회적 가치와 시장을 함께 이해하는 인재를 국가 주도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민간이 주도해야 지속 가능하다”면서 “지역에 기초해 사회적 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현행제도에 있어서도 “사회적 기업의 성장 단계와 업종에 맞게 다양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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