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s & cons - 앤절리나 졸리의 선택
pros & cons - 앤절리나 졸리의 선택
양측 유방절제술은 섹시함과는 무관하다. 앤절리나 졸리가 이 수술을 받았다고 발표한 다음날 그녀의 주치의가 ‘유두 격리(nipple delay)’ 시술을 포함해 수술의 자세한 과정을 밝혔다. 현재 졸리의 회복 상태는 양호하며 유두도 온전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몇몇 전문의로부터 고통스러운 수술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술 성공 발표 이후에도 남아 있는 의문점들을 짚어 봤다.
‘유두 격리’는 정확히 어떤 시술인가?
졸리는 2월 중순 유방절제술을 받기 2주일 전에 유두 격리 시술을 받았다. 유방절제술에서 유두를 보존하기 위한 복잡한 과정이다. 우선 유두 밑의 조직을 잘라 악성이 아닌지 확인한다(만약 악성일 경우 유두 보존은 위험한 모험이 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혈관을 절단한다. 유두가 나중에 잘려나갈 유방 조직이 아니라 주변의 피부로부터 대부분의 혈액을 공급받는 데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두 격리는 복잡한 과정이지만 유두 밑의 조직을 떼어내면 유방절제술 이후 유두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뉴욕유방재건 발전센터의 외과 과장 조슈아 러바인은 이렇게 말했다. “유방절제술 이후 유두 조직이 서서히 죽어갈 위험을 줄이는 시술이다. 그런 경우 유두는 검게 변하고 결국 제거해야 한다.” 러바인에 따르면 유두의 생존 여부는 수술 후 2~3일이면 판가름난다.
유두 격리의 성공률은 얼마나 되나?
러바인에 따르면 정확한 확률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술 경험이 많은 의사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졸리의 주치의 크리스티 펑크 박사는 2008년부터 유두 격리 시술을 시행해 왔으며 자신의 환자 중 유두를 잃는 경우는 2%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펑크는 핑크 로터스 브레스트 센터의 웹사이트에 올린 블로그 포스트에 “앤절리나의 경우 본인이 이 시술을 받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썼다. 하지만 러바인에 따르면 유방이 큰 여성들에게 유두 격리가 시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유방이 큰 경우 흉골부터 유두의 거리가 40㎝에 이르기도 한다”고 러바인은 말했다. “혈액의 이동 거리가 그만큼 멀다는 말이다.” 혈액 공급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유두를 살리지 못할 확률이 높다.
유두를 보존하면 주변의 감각도 보존되나?
유방절제술과 재건술 이후에도 유두를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지만 신경말단은 살리지 못한다. 다시 말해 유두의 외형은 그대로 있지만 미용 기능 외에 다른 기능은 하지 못한다. “날씨가 추워도 유두가 발기하지 않으며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보스턴 소재 데이나 파버 암연구소의 유전학·예방센터 주디 가버 소장의 말이다. “유방 전체의 감각을 잃는 건 많은 여성에게 큰 희생이다. 유방암을 유발하는 BRCA1이나 BR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 중 다수는 아무리 설득해도 유방절제술을 받지 않는다.“
졸리는 유방 재건에 실리콘 대신 환자 자신의 신체 조직을 이용하는 자가조직 재건술(TRAP flap)을 택할 수도 있었다. 자가조직 재건술을 시행할 경우 감각을 보존할 확률이 현저히 높아진다. “자신의 신체 조직을 이용하면 신경이 유방 속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러바인은 말했다. 게다가 허벅지 살이든 엉덩이 살이든 살아 있는 신체 조직을 이용하면 “젊고 아름다운 유방”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왜 실리콘 이식을 택하는 여성이 더 많을까? 자가이식은 더 많은 수술이 필요하고 회복 기간도 현저히 길어지기 때문이라고 러바인은 말했다(그는 자가이식 환자들에게 수술 후 한 달 동안 휴직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결과는 자가이식 재건술의 경우가 더 좋다고 그는 말한다. “외형과 감각, 기능 면에서 자연 유방과 흡사하다.”
수술한 졸리의 유방이 “자연스럽게” 보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졸리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 부분을 모호하게 언급했다. 그녀는 특유의 솔직함으로 “결과가 아름다울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유방을 절제한 뒤 “여성성이 덜해졌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섹스 심벌로 명성을 쌓은 여배우가 건강을 위해 여성성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신체 일부를 기꺼이 포기했다. 그녀가 삶에서 무엇을 우선시하는지 많은 것을 말해 준다. 또 그녀가 수술 후에도 여성성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느낀다는 사실은 그녀의 수술이 성공적이었음을 말해 준다.
졸리의 주치의는 그녀의 신체 유형이 “동종이식(allograft) 재건술에 가장 적합했다”고 말했다. 유방의 외형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합성물질(동종이식재)과 함께 눈물방울 모양의 실리콘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실리콘 이식 재건술의 이점은 실리콘으로 만든 유방이 자연 유방처럼 쉽게 나이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물론 결점도 있다.
“때때로 보형물 표면에 물결무늬가 생기는 리플링(rippling)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재수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가버는 말했다. 또 다른 부작용은 ‘수축(contraction)’인데 실리콘 보형물의 형태가 변형되는 경우다. 가버는 또 유방 재건술을 받는 여성 대다수가 여러차례의 소규모 후속 수술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졸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졸리는 또 유방절제술을 받을 때 유방 밑주름(의학 용어로는 유방하선 절개선)을 절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러바인에 따르면 이런 절개 방식은 유방이 큰 경우엔 잘 시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방이 작은 경우에는 미용상 가장 좋은 방식이다. 가버는 또 “수술 자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진다”고 말했다. “재건된 유방의 외형으로 볼 때 이런 수술 방식은 사람들이 재건한 유방인지 알아보기 매우 어렵다”고 러바인은 말했다.
러바인에 따르면 졸리는 수술의 미용적 효과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는 듯 보이지만 1년 반 후 수술 자국이 희미해지면 누드 화보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 많은 사람이 그녀가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 조차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 LIZZIE CROCKER 기자
의학적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다 - 예방적 양측 유방절제술은 유방암 발병 위험을 90% 감소시켜앤절리나 졸리는 5월 14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에서 자신이 유방암 예방을 위해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런 조치는 매우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예방적 양측 유방절제술의 효과를 보여 주는 의학적 증거는 꽤 탄탄하다. 미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유방암 발병 중간위험군과 고위험군 여성이 이 수술을 받을 경우 발병 위험성이 약 90% 감소한다. 예방적 양측 유방절제술의 권고는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여러 연구를 근거로 한다. 이들 연구에서 모두 위와 같은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
메이요 클리닉의 한 연구에서 유방암 가족력이 강한 여성 639명에게 이 수술을 시행한 결과 유방암 발병 위험이 원래 예상치보다 90% 감소했다. 혈액검사로 BRCA 유전자 돌연변이 판정이 가능해진 이후 동일 연구팀이 유전적으로 유사한 이 그룹의 수술전후 발병 위험을 분석한 결과 역시 같은 정도의 감소 효과가 발견됐다.
졸리는 기고문에서 밝힌 대로 작고한 어머니 마셸린 버트란드로부터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결함 유전자”를 물려 받았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는 수학자이자 유전학자인 메리-클레어 킹 박사가 유방암 및 난소암과의 연관성을 주장한 뒤 20년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돼 온 분야다.
BRCA라는 이름은 일반적으로 ‘breast(유방)’와 ‘cancer(암)’의 첫 두 글자씩을 따온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이름을 지은 킹에 따르면 BRCA는 19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신경학자 피에르 폴 브로카의 성(Broca)에서 앞뒤 두 글자씩을 따온 것이다. 브로카는 1861년 뇌의 특정 영역이 언어를 관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유방암 가족력 사례를 최초로 연구했다.
BRCA 돌연변이는 400~8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며 상염색체우성소질(autosomal dominant trait)로 유전된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사람의 자녀 중 절반이 이 형질을 물려받는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BRCA 유전자의 역할은 간단하다. 이 유전자는 원래 불완전한 DNA 복제로 초래되는 일상적인 유전자 결함을 치료하는 ‘관리자(caretaker)’ 역할을 한다. 하지만 BRCA 돌연변이를 지닌 사람은 이 일상적인 치료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유전적 결함이 축적 돼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닌 여성이 70세까지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릴 위험은 50%가 넘는다. 이 돌연변이는 비교적 희귀하기 때문에 전체 유방암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10%밖에 안 된다. 하지만 돌연변이를 지닌 사람이 그런 위험성을 알게 되면 행동을 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행동은 현대 의학에서 바라는 대로 간단하지가 않다. 21세기의 기적인 유전자 기반 의학 덕분에 우리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수정 구슬을 갖게 됐다. 하지만 치료책은 전혀 현대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19세기 방식처럼 여전히 잔혹하다. 유방절제술이 대표적인 예다.
하긴 유방 조직뿐 아니라 흉벽근까지 잘라냈던 예전의 근본적인 유방절제술과는 사뭇 달라졌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여전히 유방절제술을 몹시 꺼린다.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사망한 우리 어머니는 수술실로 실려들어가면서 집도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유방을 그냥 놔둬요. 내가 당신의 성기를 자른다면 어떻겠어요?”
다행히 어머니 시대보다 의학이 몰라보게 발전해서 유방재건술이 보편화된 요즘 많은 여성이 그런 공포감 없이 유방절제술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BRCA 유전자 돌연변이와 예방적 유방절제술의 이야기는 앞으로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와 다른 암과의 연관성이 계속 밝혀지면서 다양한 형태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불행하게도 유전학을 기반으로 한 진단과 치료책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 하고 있다. 진단과 치료책은 언제나 각각의 변덕스러운 속도로 따로따로 발전해 왔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돌연변이는 수시로 발견되는 반면 치료책의 개발은 한참 뒤쳐진다.
지금으로서는 BRCA 검사처럼 의미있는 검사와 유방절제술처럼 극단적이긴 하지만 효과적인 치료책, 그리고 앤절리나 졸리처럼 꿋꿋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21세기 유전의학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듯하다. 하지만 이 세 가지의 결합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많은 여성에게 이것은 진정한 현대의학의 기적이다.
- KENT SEPKOWITZ
내가 이 수술을 받지 않는 이유 - 유방암 발병 확률 높지만 예방 차원의 수술이 최선책이라는 확신 없어몇 주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난 의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의사는 내과의인 내게 검사 결과를 넌지시 돌려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 귀에 들린 건 “오른쪽도 암 암 암 암 암, 왼쪽도 암 암 암 암 암”이었다.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 잘못됐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 중엔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없다. 유방 X선 검사도 음성으로 나왔다.
평소에 유방암 걱정은 하지도 않았다. 의사는 내가 유방암 축소술을 받은 뒤 그런 사실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난 말을 더듬거리며 “잠깐만요,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내 경우는 유방상피내암종(LCIS)으로 흔히 암 직전 단계나 유방암 0기로 간주된다. LCIS는 유방암 발병 확률을 12~30% 증가시킨다.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해결책 중엔 즉각적인 양측 유방절제술도 포함된다고 의사는 설명했다.
그 다음주 난 유방외과의를 만났다. 그녀는 내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0%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나 같은 경우라면 “양쪽 유방 모두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난 의사가 말한 수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내 발병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말한 수치가 틀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술을 강력히 추천한다고 대답했다. 의사의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면서 그녀가 유방절제술을 마치 손톱 손질이라도 되는 양 전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 다시 수술을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전에도 너무 겁이 나서 수술 일정을 두 번이나 취소했다. 과거엔 적극적인 의학적 개입을 지지했지만 가정방문의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환자들은 심신이 너무 쇠약해져서 병원까지 가지 못 하는 사람들이다. 그 중 대다수가 잘못된 수술로 장애를 입었다.
나는 신체 일부 절단이나 감염, 만성통증, 기억상실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도왔다. 대다수 내과의는 이런 환자들을 볼 기회가 없다. 나도 병원에서 내과 진료만 할 때는 수술환자 여덟 명 중 한 명이 30일 이내에 다시 병원에 입원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병원 내 감염 문제도 마찬가지다. 또 수술실에서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의사가 많다거나 응급진료연구센터에서 밝힌 대로 “의료사고 중 가장 흔한 경우가 의료행정 실수”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이런 문제점들뿐 아니라 수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의사들의 태도도 심각하다. 내게 유방절제술을 권한 의사의 판단이 경솔했다고 생각한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방암이 생활방식에 따른 질병이라는 자료가 늘어나고 있다. 여성건강계획(WHI, 호르몬 대체요법의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도 운동이 발병 위험을 현저히 낮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자 그녀는 “잘 모르겠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 어깨를 들썩했다. 그러고 나서 “수술을 받지 않겠다면 유방 X선 촬영을 6개월에 한번씩 하라”고 말했다. 내가 LCIS는 유방 X선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반박하자 그녀는 “나도 안다. 의미가 없긴 하다”고 말했다. 나 같은 경우 어떤 처치가 적절한지 모르는 게 확실했다. 모호성을 용인하지 않는 의료체제의 특성상 유방절제술이 해결책으로 떠올랐을 뿐이다.
내가 수술에 따른 위험을 지적했지만 그녀는 내 걱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신이 이런 문제를 겪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나를 간호사에게 보내 어떤 방법을 택할지 상의하도록 했다. 간호사는 수술과정을 설명하는 도표를 보여 줬다. 그런 다음 유방절제술에 관한 커다란 책을 꺼냈다. 난 수술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책 속의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난 간호사에게 “이식 수술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합병증을 앓는 환자를 너무 많이 봤다”는 말과 “내 신체 조직을 이용한 재건술이 더 낫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자 간호사가 허겁지겁 말했다. “그 수술은 열여덟 시간이나 걸린다. 게다가 3개월동안 보행보조기를 사용해야 한다.”
놀라운 말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엔 틀린 정보였다. 그래도 간호사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녀는 “그 수술은 권하지 않는다”면서 “원한다면 유방재건술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책을 열고 가슴에 두개의 큰 수술 자국만 있을 뿐 유방이 없는 여자의 사진을 보여 줬다.
섬뜩했다. 식이요법과 스트레스 감소 요법에 관해 듣고 싶었는데 이런 끔찍한 사진을 보게 되다니. 지난번 수술로 인한 고통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요즘도 가끔씩 가슴에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곤 한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행보조기를 사용하고 일을 석 달이나 쉴 수는 없어. 차라리 유방없이 지내는 편이 낫지. 살고 싶다면 다른 방법이 없어.’ 내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는 인조유방과 고름을 받아내는 의류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보장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험으로는 치료비의 일부밖에 충당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고 나서 내게 여러 가지 정보가 담긴 봉투를 건네면서 “당신은 운이 좋은 편이다. 우리 병원은 얼마 전 우수 유방암 센터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나왔을 때는 완전히 기진맥진했다. 환자들이 의료진에 왜 그렇게 반감을 갖는지 이제 알겠다. 환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진료가 체제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내게 수술을 적극권고했고 난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식이요법과 운동, 밀착 관리를 의논하려고 병원을 찾았지만 유방을 절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단다. 유방암 발병 확률이 100%에 가까운 일부 환자에겐 유방절제술이 적절할지 모른다. 하지만 수술에 따른 위험(수술 합병증과 감염, 수술도구와 이식으로 인한 합병증 등)도 만만치 않다. 환자에게 이런 위험을 말해 주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내 경우 유방절제술이 적절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따라서 내게 꼭 맞는 치료법을 찾을때까지 위험한 유방을 계속 지니고 있을 생각이다.
- DANIELA DRAKE
‘프리바이버’들에게 용기를! - 암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암 유발 소인을 지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관과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앤절리나 졸리는 5월 14일 뉴욕타임스에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은 사실을 당당하게 밝혔다. 사람들은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그녀의 행동은 또 한 단체에 더 없이 좋은 홍보 기회가 됐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 보유자를 위한 소수의 기관 중 하나인 FORCE가 그 단체다. BRCA1이나 BRCA2 유전자 돌연변이는 유방암 발병 확률을 85%, 난소암 발병 확률을 50%까지 증가시킨다.
FORCE는 프리바이버[previvor, ‘predisposition(병을 유발하는 소인)’의 ‘pre’와 s‘urvivor(생존자)’의 ‘vivor’를 합성한 신조어]들을 위한 회의와 워크숍을 주최하고, 상조회를 운영한다. 프리바이버는 암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전암성 세포나 암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으로서 그 요인을 극복한 경우를 일컫는다. 현재 건강하지만 정신적 상처를 남기는 큰 수술을 감행하는 졸리 같은 사람들이 프리바이버에 포함된다.
몇 년 뒤엔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할지 모른다.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막 지낸 8개월 전 BRCA2 돌연변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유전학 상담사는 내게 “그래도 결혼해서 예쁜 아기도 낳고 행복한 엄마가 될 수 있다. BRCA 돌연변이는 사형선고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 뒤에 그녀가 읽어준 통계 수치(내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보다 73%나 높다)를 들으니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지만 난 그래도 그녀의 말을 믿었다. 지금도 여전히 믿는다.
사실 이 이야기는 5년 전에 시작됐다. 당시 대학에 다니던 나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에 갔다. 그 때 우연히 어머니의 책상 위에서 확대수술을 받은 듯한 유방의 사진이 실린 안내책자를 봤다. 그래서 난 ‘어머니가 유방확대수술을 받는다고? 어머니는 유방이 작지도 않은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럴리가 없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안내책자는 유방확대수술이 아니라 유방재건술을 소개하는 자료였다. 어머니는 나 모르게 검사를 받았다. 집안에 유방암 가족력이 있었기 때문에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53세였던 어머니는 BRCA2 유전자 돌연변이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유방암의 징후는 전혀 없었다. 가족력을 생각하면 어머니가 암에 걸리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했다. 의사들은 어머니에게 “아직은 암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친척 아주머니 세 명과 여자 형제 두 명, 그리고 수많은 사촌 자매들이 유방암과 싸우는 걸 지켜봤다. 하지만 자신이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간단한 혈액검사로 발병 위험은 갑자기 현실이 됐다.
어머니는 FORCE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 단체는 어머니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줬다. 6개월 후 어머니는 집에서 약 1000㎞ 떨어진 곳에서 예방적 양측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언니들과 나는 어머니의 고통스러운 회복 과정을 지켜보면서 간호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다 나으면 우리 중에 어머니의 유방이 가장 멋질 거라고 농담을 했다. 그 말은 맞았다. 그러나 수술은 쉽지 않았고 회복 과정은 더 힘들었다. 하지만 난 어머니에게 다시 한번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어머니가 똑 같은 선택을 하리라고 확신한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게 힘이다. 그리고 졸리가 말했듯이 알고 나면 그것이 곧 자신의 “현실”이 된다. 남은 건 그 현실을 직시하는 일뿐이다.
난 BRCA2 돌연변이 양성 진단을 받은 뒤 몇 개월 동안 그 무거운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아직은 내 인생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고통스러운 유방 X선 검사를 한 차례 받았고, 곧 MRI 검사를 받는다. 앞으로 한동안 6개월에 한번씩 두 검사 중 하나를 받게 될 것이다.
이 검사 일정을 지키려면 약간의 스케줄 조정이 필요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 프리바이버들에게 인생이란 자신을 가까이서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여행의 연속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2013년 현재 우리에겐 그 여정을 함께할 많은 동반자가 있다.
현재 미국에는 나처럼 가족력으로 인해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 여성이 230만 명 있다. 또 BRCA 돌연변이 보유자로 추정되는 여성은 75만 명에 이른다. FORCE에 따르면 놀라운 것은 그 중 자신이 보유자라는 사실을 아는 여성이 10%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약 67만5000명의 여성이 자신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FORCE의 사무국장 수 프리드먼은 5월 14일(이 날은 그녀가 이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바쁜 날이었다)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단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줬다. “처음엔 인터넷 게시판으로 시작했다. 1999년 12월 31일 게시판을 열었다. 남편은 TV로 타임스 스퀘어에서 벌어지는 ‘볼드롭’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방에 있던 나는 ‘여보, 나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었어요’라고 소리쳤다.”
당시 35세였던 프리드먼은 유방암 수술 후 회복 중이었으며 그 때 자신이 BRCA 돌연변이 보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졌다. “난소를 제거해야 할까? 만약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한다면 또 어떻게 될까?” 아무데서도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 때 이런 기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고 그녀는 말했다. “아무도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누구도 이들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FORCE 회원들은 병원 및 연구소와 협력해 유방암과 난소암에 관한 획기적인 임상실험에 참여한다. 이 단체는 9월 29일을 ‘미국 프리바이버 데이’로 지정하는 의회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 또 스티브 번스타인 감독과 협력해 BRCA의 역사를 기록한 영화 ‘디코딩 애니 파커(Decoding Annie Parker, 헬렌 헌트·서맨사 모튼 주연)’를 올해 안에 상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졸리의 발표만큼 주목을 끈 일은 아직까지 없었던 듯하다. FORCE의 마케팅 부사장 캐런 크레이머는 졸리의 기고문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만 계속했다. 앤절리나 졸리의 행동은 매우 용감했다. 그녀는 우리가 오랫동안 이루려고 싸워 왔던 일을 한 순간에 해치웠다.”
- ABBY HAGLAGE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에도 중소도시의 새로운 기회가 올까
2로또 1146회 1등 당첨번호 ‘6·11·17·19·40·43’,…보너스 ‘28’
3“결혼·출산율 하락 막자”…지자체·종교계도 청춘남녀 주선 자처
4“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설 것”
550조 회사 몰락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 징역 21년 구형
6노르웨이 어선 그물에 낚인 '대어'가…‘7800t 美 핵잠수함’
7'트럼프의 입' 백악관 입성하는 20대 女 대변인
8주유소 기름값 5주 연속 상승…“다음주까지 오른다“
9트럼프에 뿔난 美 전기차·배터리업계…“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