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 ‘퀴즈 여제’에서 방송인으로 변신
Media - ‘퀴즈 여제’에서 방송인으로 변신
‘진보 논객’으로 잘 알려진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시사프로그램은 ‘전쟁’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임백천 임윤선의 뉴스 콘서트(이하 뉴스콘서트)’ 51회 방송(6월 13일 오후 4시30분 방영)을 통해서다.
전쟁과도 같은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임윤선(35) 변호사의 존재는 단연 돋보인다. ‘뉴스콘서트’에서 MC 임백천과 공동 진행을 맡은 임 변호사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말투로 대화를 주도한다. 출연진의 말을 경청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그의 ‘본업’과 맞닿아있다.
그는 지난해 말 방영된 MBC ‘최강연승 퀴즈쇼Q’에서 7연승을 거두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변호사’ 중 한 명이 됐다. 당시 상금으로 국내 퀴즈쇼 사상 최고 액수인 3억원을 거머쥐어 화제를 모았다. 퀴즈에서 그가 보여준 집중력과 순발력을 눈 여겨 본 이영배 프로듀서(PD)는 그를 시사 프로그램 MC로 끌어들였다.
이 PD는 “다양한 인포테이너가 활동하고 있지만 임 변호사처럼 반듯하면서도 활발한 이미지를 갖춘 사람은 드물다”며 “생방송이라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럴 때마다 임 변호사의 순발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뉴스콘서트’의 진행을 맡은 후 오전에는 변호사로, 오후에는 MC로 ‘이중 생활’을 하는 임 변호사를 6월 13일 서울 순화동 JTBC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뉴스콘서트’ 진행을 맡은 후 주변 반응이 어떤가.
“오후에 방송 분장을 해야 하다 보니까 정작 오전에 재판 갈 때는 민낯으로 가기 일쑤다. 그럴 때면 상대편 변호사나 재판장의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웃음). 동료 변호사들은 출연료가 얼마인지 궁금해한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무조건 더 많이 말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부추긴다.”
진행을 맡은 지 어느덧 세 달이 다 됐다. 진행 소감은.
“재미있다. 나는 뭔가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일을 좋아한다. 학창 시절에는 연극부에서 혼자 기획·연출·주연을 도맡을 정도로 즐겼다. 변호사 업무가 주로 다른 사람의 일을 돕고, 수습하는 일이다 보니 내가 주도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면이 적다. 반면 방송 일은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하나 손수 만들어 나갈 수 있어 즐겁다.”
함께 진행을 맡은 임백천과의 호흡은 어떤가.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임백천씨는 나보다 정확히 스무 살 많다. 방송 경력은 무려 30년이나 차이 난다. 오랜 방송 경력을 지녔지만 굉장히 소탈하고 겸손한 분이다.”
예전부터 방송 일에 관심이 있었나.
“방송에 나온다거나 화려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사법시험이 아닌 아나운서 시험을 보지 않았을까. 나는 늘 모범생 콤플렉스를 안고 살았던 것 같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싫은 건 아니지만 재미가 덜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그러던 2010년 8월, 방송국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이거구나’ 싶어 방송에 출연을 결심한 게 계기가 돼 여기까지 왔다.”
방송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팩트를 다룬다는 점에서 변호사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문어체와 전문용어를 많이 써서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어려운 말을 쉬운 표현으로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지 고민될 때가 종종 있다. 또 내가 행동이 큰 편이라 카메라 화면을 벗어날 때가 많아 주의하려고 애쓴다. 그 외에는 임백천씨가 너무 날씬해서 상대적으로 내가 거대해 보인다는 점 정도이다(웃음).”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임백천씨가 대화를 편안하게 끌어주는 역할이라면 나는 이야기를 듣고,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적절히 의문을 제기하는 역할이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파악해 대화 속의 모순점을 찾으려 노력한다. 다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배운다는 자세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때로는 반론을 제기할 타이밍을 놓칠 때가 있다. 아직 좀 더 익숙해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출연자가 있나.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순형 전 국회의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우리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이다. 이분들의 겸손함에 늘 감탄한다. 게스트로 나온 분 가운데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기억에 남는다. 일흔이 넘었는데도 눈에서 총기가 느껴졌다. 말씀을 할 때도 비문 한번 쓰지 않을 만큼 논리적이고 일목요연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모시고 싶다.”
‘뉴스콘서트’가 다른 경쟁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실 예전에는 시사 프로그램을 잘 안 봤는데, 요즘은 정치·사회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나처럼 관심이 없던 사람도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큰 매력이 아닐까. 다른 프로그램에 나가면 취조 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여기선 편하게 이야기했다고 출연자들도 만족해하더라.”
전문 직종에 종사하며 방송 활동을 하는 ‘인포테이너’가 늘었다. 자신의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진행이 가능하단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인포테이너들은 주로 집단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패널 역할을 맡는다. JTBC ‘썰전’에서 MC로 활약하는 강용석 변호사도 실질적인 역할은 패널이고, 김구라씨가 주로 진행을 맡는다. 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있었는데 내가 그 범위를 좀 더 넓힌 것 같다.”
‘퀴즈 여제’ ‘미모의 변호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데 그 중 마음에 드는 건?
“그냥 변호사로 불리는 게 가장 편하다. 나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다만 지금 ‘뉴스콘서트’를 진행하는 일이 너무 즐겁고, 열심히 하고 있다. 방송을 통해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하루를 소비하는 게 아닌 하루를 채우는 기분이다. 매일 공부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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