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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긴축·증세 소문만 요란했다

美 긴축·증세 소문만 요란했다

연방정부 지출 오히려 늘어 … 재정 적자도 거의 줄지 않아



5월 초 각 언론은 미국 연방 정부가 4월 한달 큰 폭의 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면서 미국의 시퀘스터(재정 지출 자동 삭감)와 증세 효과가 나타났다고 대서특필했다. 여기에 미 의회 예산국(CBO)이 2012-2013 회계연도의 재정 적자 폭을 6500억 달러로 축소 전망했다는 내용도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언뜻 보면 마치 미국이 ‘긴축’에 성공한 듯 보인다. 또 미국의 부채 문제도 크게 우려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미 당시에도 미국 재무부의 일간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재정 적자는 거의 감소하지 않았으며, 연방정부의 부채증가 속도도 줄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묘한 착각은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미국 재무부의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연방정부의 지출은 3360억 달러, 세입은 1970억 달러로 나타났다. 5월 한 달 동안의 재정 적자는 1390억 달러에 달했다.

또 이번 회계연도(2012월 10월~2013년 9월)의 5월 말까지 8개월 동안의 재정적자 규모는 6260억 달러에 달했다. 회계연도 종료 시점까지는 4개월이 더 남았는데 미 의회 예산국이 전망한 6500억 달러 적자 수준에 이미 근접한 것이다. 결국 5월의 미국 재정 흑자와 적자 축소 전망은 일시적인 착시 현상이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를 지난해의 세입·세출과 비교해보자. 2012회계연도 때 8개월 동안(2011년 10월~2012년 5월) 지출은 2조4084억 달러였으며, 세입은 1조5564억 달러였다. 당 기간의 적자폭은 8520억 달러에 달했다. 또 2012회계연도 전체 기간 동안의 재정 적자는 1조892억 달러였다(세입 2조4491억 달러, 세출 3조 5382억 달러).



5월의 재정 적자 축소 전망은 착시2013회계연도 8개월 동안은 지출 2조4269억 달러, 세입 1조8000억 달러로 나타났다. 8개월 동안의 재정 적자는 약 6300억 달러에 달한다. 지출 측면에서는 다소 특이한 양상을 보였다. 연방정부의 재정 지출은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다소 감소했다. 그러나 시퀘스터에도 4월과 5월에는 전년보다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즉, 시퀘스터 효과는 사실상 발생하지 않았다.

5월 미 재무부 보고서를 보면 3월부터의 재정 지출 자동 삭감에도 재정 지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간(약 180억 달러)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정치권은 2011년 민주·공화 양당 합의에 따라 3월 1일부터 재정 지출 항목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지출을 10%씩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미국 정부 지출 감축이 경기 회복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5월까지의 연방정부 재정현황을 보면 시퀘스터의 실제 영향은 거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시퀘스터가 말뿐이지 실제 지출 삭감은 거의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명목상으로는 미 정치권이 지출 삭감을 결의했지만, 실제는 개별 예산법안을 통해 지난해와 다름없는 정부 지출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에서는 2008년 이후 의회에서 통합예산법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계속 사안별로 별도 예산법안을 통과시켜 예산안을 짜고 있다). 심지어 일부 예산항목은 오히려 지출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예컨대 미 의회는 그동안 폐쇄 논란을 벌인 항공안전국에 대한 예산을 그대로 승인했으며, 농업 부문에 대해서는 1조 달러 규모의 추가 보조금 법안을 논의중이다.

지출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권의 ‘증세’ 주장에도 세입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번 회계연도의 8개월 동안 약 2500억 달러의 세입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건 2%의 경제성장에 따른 자동적 세입 증가분을 감안하고(연방정부 재정 규모가 국내총생산 22%로 지난해와 동일하다고 가정), 지난해 말과 올해 초의 증세를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일회성 배당 급증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를 떠올리면 큰 차이라고 볼 수 없다.

예컨대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세입이 지난해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한 건 이 같은 일회성 배당에 대한 세금 징수 효과로 파악된다. 전반적으로 올해 미국의 세입 증가는 전년 대비 연간 약 8% 가량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실제 세입 증대가 얼마나 되는지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증세 목소리만 컸다재정 수지 측면에서 보면 2013회계연도의 8개월 사이 적자는 6263억 달러로 전년 동기(8445억 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12월과 1월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가 차지하는 규모를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두 달 동안의 배당소득 증가에 따른 일시적 세입 증가 효과는 약 1050억 달러로 추정된다(2012회계연도의 같은 기간과 적자폭이 동일하다고 가정).

따라서 연초의 재정절벽과 증세 우려로 인한 일시적 배당 소득이 없었더라면, 미국의 이번 회계연도 5월 말까지 재정 적자폭은 7300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2회계연도의 같은 기간 적자인 8445억 달러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숫자와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는 지난 4월의 연방정부 세입급증(4067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이라는 일시적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4월의 세입 증가는 연방정부가 일부 자산을 매각하고, 구제금융 기간 동안 지원한 금액을 회수하는 등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이었다.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2013회계연도의 재정 적자 규모는 약 8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일회성 요인을 모두 제외한다면 약 1조 달러가 넘을 것이다. 이는 지난해 재정 적자폭(1조900억 달러)과 거의 차이가 없다. 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6% 수준을 넘는다.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을 시행하는 유로존 국가에서는 재정 적자 목표치를 국내총생산의 3% 내로 제한했다.

이에 비하면 미국의 재정 문제는 증세와 긴축의 소리만 요란했을 뿐, 실제는 아주 약소한 정도의 흉내만 낸 셈이다. 지금까지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추이를 본다면 다음과 같은 추정이 가능하다.

첫째, 올 초의 증세(부시 감세 폐지와 급여세 2% 인상)와 현 수준의 시퀘스터로는 미국의 부채 증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효과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다. 더구나 2015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복지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되면 재정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현재 수준의 긴축으로는 재정 건전화는 불가능하다.

둘째, 부채의 한계 생산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의 국내총생산 증가율(2%)를 감안하면, 부채 1단위 증가 때 성과 증가는 0.35 수준에 머물렀다. 2009~2010년 이후 한계 생산성은 조금씩 높아졌지만 속도는 매우 완만하다. 즉, 부채가 증가해도 실제 국내총생산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매우 적다.

셋째,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구조는 상당히 경직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지출을 더 삭감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재정 지출 삭감 여지가 가장 큰 부문인 국방비 항목도 최대치는 연간 약 2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규모 증세 조치가 없다면 미국의 재정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양적완화는 증세 피하려는 수단?넷째, 만일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다면, 그리고 연준이 추가로 국채 매입을 하지 않는다면 국채 이자 지불을 위한 재정 지출요인이 커진다. 지난해의 경우 국채 평균 수익률은 약 2.5%에 불과했다(연준이 보유한 국채의 수익은 다시 재무부에 반납하기 때문에 정부의 이자 지급액은 이보다 훨씬 적다). 연방정부의 공공부채가 11조5000억 달러 정도이기 때문에 만일 국채 수익률이 역사적 평균인 5~6%대에 달한다면, 미국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증가하게 된다.

현재의 부채 증가 속도가 유지돼 미국이 해마다 1조 달러가 넘는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면(실제 이자를 지급하는 공공부채는 이 가운데 약 60% 정도), 연준이 양적완화를 완전 종료하고 수익률이 역사적 평균에 이르는 시점에서는 해마다 누적적으로 약 500억 달러 이상씩의 추가 지출요인이 발생한다.

이런 조건에서 금리 상승(국채 수익률 상승)을 어느 선까지 연방 정부가 감당할 수 있을까? 만일 재정 적자문제를 솔직하게 해결하려면, 미국은 대폭적인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사실 양적완화는 미국이 증세를 하지않기 위해 허공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시퀘스터 원래 ‘격리한다’ 또는 ‘가압류한다’는 뜻이다. 요즘은 미국 연방정부의 자동 예산삭감을 뜻하는 용어로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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