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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경매 당일에는 입찰표 받지 말라

Real Estate - 경매 당일에는 입찰표 받지 말라

미리 받아 작성해둬야 실수 줄여 취소·변경 사항 없는지 확인해야



현장 조사를 마친 이정재(가명)씨는 자료를 모아 입찰가격을 정하고 경매에 필요한 준비물을 챙겼다. 우선 은행에 가서 최저가의 10%인 1920만원을 수표로 찾아놨다. 입찰장에서 허둥대지 않도록 도장과 인주도 챙겼다.

경매 정보는 출력해두고 볼펜도 가방에 넣었다. 신분증이 있는지도 살폈다. 이만하면 준비물은 다 챙긴 것 같다. 다음으로 서울 남부법원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했다. 몇 시에 집에서 출발할지 계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등기부등본을 떼어보았다. 처음에 확인한 후 그 사이에 더 등재된 게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가압류나 압류는 경매 중에도 등재되는 일이 많다고 책에서 본 기억이 있다. 혹시 예고등기나 문제가 될 만한 가처분은 없는지도 확인했다. 다행히 등기는 전과 동일했다.



등기부등본은 입찰 직전 다시 확인드디어 그의 첫 경매 입찰일. 밤새도록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며 다시 계산해보고 이 아파트가 좋은지 여자 친구와 마지막까지 통화하고 새벽 2시쯤 잠들었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경매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매사이트에 들어가 다시 한번 살펴봤다. 변경이나 취하 없이 제대로 진행한다고 나왔다. 벌써 조회수가 만만치 않다.

오전 10시 경매 시작을 앞두고 한 시간 일찍 법정에 도착했다. 법원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북적였다. 가장 먼저 법원 게시판에 붙은 경매진행 물건 목록을 살폈다. 경매 당일 아침에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드디어 10시. 집행관이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경매 시작을 알리자 사람들이 입찰서와 봉투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혹시 틀릴지 몰라 두 장을 받아 왔다. 앞쪽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보니 입찰하려고 했던 경매물건 목록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았다.

한적한 곳으로 가서 차분하게 입찰표를 썼다. 정성껏 기재를 하고 도장도 찍었다. 이제 입찰가만 적으면 된다. 마지막 남은 입찰 금액란을 남겨두고 머뭇거리기를 10분. 물건 목록 앞의 많은 사람을 보니 300만원을 더 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 1억9500만원을 적기로 했다. 그리고 비슷한 금액이 나올 것을 대비해서 8만원을 더 쓰기로 했다.

마감시간 10분 전에 입찰표를 내고 자리에 앉아 결과를 기다렸다. 곧이어 이씨가 입찰한 사건번호가 불렸다. 중간중간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앞으로 나간다. 응찰자는 모두 9명.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예상보다 높은 경쟁에 이정재씨는 서서히 마음을 비웠지만 집행관이 불러주는 최고가 매수인의 가격에 놀랐다.

자신이 적은 금액보다 무려 500만원 가량 더 많은 1억9990만원이었다. 감정가 대비 83.2%로 서울 강서구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인 82.9%보다 다소 높았다. 이씨는 3등을 했다. 소형 아파트 인기가 높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입찰표를 제출하고 받은 ‘입찰자용 수취증’을 확인하고 곧바로 보증금을 돌려줬다. 바로 옆의 최고가 매수인을 보니 집행관이 ‘영수증’을 내준다.

입찰보증금을 돌려 받고 나오는 길에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3등으로 패찰됐다는 말을 했더니 “처음인데 3등한 것도 잘한 거”라고 위로를 받았다. 우리의 목적은 좋은 가격에 낙찰을 받는 것이지 단순히 낙찰이 목표는 아니라는 얘기를 했다. 기운을 내서 다음 입찰할 물건을 다시 골라보기로 했다. 이씨는 여자 친구와 덤덤하게 통화했지만 가양동 아파트 조사를 하며 정이 들었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다음 입찰을 기약하면서 법원에서 발길을 돌렸다.

이씨는 첫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빈틈 없는 준비는 돋보였다. 그처럼 입찰 하루 전에는 그간 들인 공과 노력이 허사가 되지않도록 최종 입찰 채비를 갖춰야 한다. 우선 경매 진행 여부 점검이다. 경매는 취하·변경·정지·연기 등 가변적인 요인이 많은 만큼 경매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입찰 법정에 와서 경매물건에서 빠진 걸 뒤늦게 발견하거나 심지어 법정에서도 몰라 취하나 변경된 물건에 입찰표를 제출하는 사람도 있다. 경매 물건에 대한 변경 내용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사전에 대법원 사이트나 경매정보사이트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입찰 준비물 확인이다. 본인이 직접 응찰하는 경우에는 신분증과 도장이 필요하다. 신분증은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중 어느 것도 무방하다. 도장은 인감도장일 필요는 없다. 대리인이 입찰에 참가할 경우에는 대리인의 신분증과 도장, 본인 인감이 날인된 위임장, 인감증명서를 갖춰야 한다. 인감증명서는 법원에서 발급 받을 수 없으므로 미리 챙겨둔다. 공동 입찰이라면 공동 입찰자 전원의 신분증과 도장이 있어야 한다.

공동 입찰자 목록과 양식은 법정에서 배포하므로 기재하면 된다. 법인이 참가하는 경우에는 법인등기부등본, 법인인감증명서, 대표이사 신분증, 법인 임감도장이 필요하다. 도장을 찍기 위한 인주는 법원에 2~3개 가량 비치돼 있지만 방해 받지 않을 만한 장소에 가서 기록하려면 소형 인주를 가지고 가는 게 좋다.

입찰보증금도 신경을 써야 한다. 대개 최저가의 10%이지만 재매각인 경우는 20%이므로 입찰할 물건이 어느 경우에 해당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입찰보증금은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 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1000원짜리 한 장이라도 모자라면 결격사유가 된다. 입찰봉투가 작기 때문에 수백 만원을 만원 단위로 준비하면 전부 넣기 어렵다. 수표로 준비하면 간편하다. 수표는 뒷면에 사건번호와 이름을 적어 이서한다.

한 법정에서 두 가지 이상의 물건에 동시 입찰할 때는 보증금이 서로 바뀔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입찰 당일 아침 법원 안에 있는 은행 현금인출기로 돈을 찾다가 입찰에 못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현금인출기는 하루 인출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에 인출하려면 법원 안에 어떤 은행이 입점해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통장을 지참하는 게 좋다.



보증금·입찰금 바꿔 쓰면 무효등기부등본과 정보를 최종 확인해야 한다. 경매 정보는 늘 업데이트된다. 최종적으로 확인해서 달라진 게 없는지 확인하고 등기부등본도 가능한 다시 한번 열람해보는 것이 좋다. 경매물건의 조회수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매정보사이트에는 경매물건의 조회수가 기록돼 있다. 조회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업체별로 다르다. 여러 번 접속하더라도 동일 아이디는 하루에 한번만 인정하는 곳이 있고, 시간 간격을 두고 접속한 경우라면 여러 번으로 인정하는 곳도 있다.

금일 조회수와 누적 조회수도 함께 제공된다. 조회수가 많은 물건이 꼭 경쟁률이 높진 않지만 사람들의 관심여부는 파악할 수 있으므로 봐두는 게 좋다. 법원 위치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교통편도 미리 알아두자. 특히 지방의 경우는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챙겨야 한다.

이씨처럼 경매 초보가 늘면서 입찰장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많이 발생한다. 입찰표를 쓸 줄 몰라 구경 온 사람에게 물어보면서 자신의 응찰금액까지 공개하는 주부도 있었다. 응찰하러 가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게시판 공고내용도 보지 않은 채, 경매 절차가 취소·취하·변경된 물건에 입찰표를 제출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사건번호만 쓰고 물건번호를 기재하지 않아 단독 입찰했음에도 무효 처리된 사람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잘못 쓴 입찰표를 버리지 않고 볼펜으로 지운 뒤 수정해 제출했다가 2위 입찰자에게 물건을 넘겨준 사례도 있다. 취하·변경된 물건에 입찰표를 제출했거나 보증금과 입찰금을 바꿔 쓰거나, 수정된 입찰표를 넣은 사람은 무효 처리된다. 초보자들은 미리 법정에 가서 입찰표를 받아 작성한 후 해당 입찰일에 제출하는 게 좋다. 꼭 당일날 입찰표를 써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입찰표는 경매가 열리는 날에 가면 누구나 무료로 구할 수 있다.



입찰자용 수취증 낙찰되지 않았을 때 입찰보증금을 내주기 위한 일종의 영수증. 잊어버리면 보증금을 받을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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