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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투자의 장래는 중소형주에

Money Tech - 투자의 장래는 중소형주에

서재형 대신자산운용 대표 취임 후 중소형주 펀드 내놔



펀드 손실로 투자자와 갈등을 빚으며 고전하던 대신자산운용이 올해 초 한국창의투자자문을 합병하면서 재도약에 나섰다. 수장으로 서재형 전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를 선임했다.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펀드’ 운용을 맡아 2007년 한 해에만 62%의 수익률을 기록해 운용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다.

2007년 태양광 사업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며 OCI(옛 동양제철화학)를 3만~4만원대에 매입해 1년 만에 10배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후 한국창의투자자문을 세워 한 달 만에 1조원이 넘는 돈을 끌어 모으며 자문형랩 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창의투자자문이 대신자산운용과 합병하면서 대신자산운용 대표로 펀드시장에 복귀했다.

그는 “대형주가 시장을 이끌던 시대는 지났다. 중소형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실제로 취임 후 첫 상품으로 ‘창조성장 중소형주’ 펀드를 내놨다. 우량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상품이다. 출시 한 달여 만에 이 펀드에 130억원이 몰렸다. 특히 서 대표가 공을 들였다는 점과 수익률이 괜찮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대신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로 떠올랐다.

취임 후 첫 상품으로 중소형주 펀드를 내놨다.

“대형주가 계속 시장을 이끌지 의문이다. 2000년대 들어 주가 상승을 이끈 정보기술(IT)·자동차·금융·건설 기업의 성장 여지가 적다. 투자자는 조금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 가치를 둔다. 지금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은 대기업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찾는 작은 기업에 있다. 중소형주가 정책·펀더멘털 측면에서 유리하다. 개인적으로 성장주를 좋아하기도 한다. 나의 투자원칙은 성장 가치주에 집중하는 것이다.”

기존 대기업의 성장 전망이 어둡다는 뜻인가?

“지금까지의 성장은 미국·중국이 양적완화를 하고 일본이 양적완화를 하지 않은 게 전제였다. 그런데 이런 환경이 반대로 바뀐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는 가시화됐다. 미국의 제조업이 자국으로 회귀하고 셰일가스로 제조업 원가가 내려가면서 미국이 좋아지면 한국이 좋아진다는 등식도 깨졌다. 지금 우리 수출기업은 비(非) 달러 통화 수출 비율이 70%에 가깝다. 미국보다 신흥시장으로의 수출 비중이 크다. 원화 가치가 떨어져도 수출 회복은 쉽지 않다.

미국에 수출하려고 한국에서 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던 중국은 이제 자체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꽤 지었다. 글로벌 경제의 연결고리가 단절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저임금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던 시절도 끝났다. 공교롭게도 제조업 기반이 미국으로 회귀한 시기와 일치한다. 그래서 중국은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이자율은 낮게 유지한다.

성장률이 7.5%인데 금리가 3%면 저절로 그림자금융과 신용팽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은 그래서 생긴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중국의 양적완화 시기는 지나갔다. 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기업에도 영향이 클 것이다. 동시에 일본은 열중쉬어 자세를 풀고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양적완화정책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 수출기업에게 불리한 형국이다.”

그럼에도 무역수지는 괜찮은데.

“착시일 뿐이다. 불황형 흑자다. 뜯어보면 이동통신 기기가 전체 무역 흑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산업은 평준화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추격하고, 단가는 떨어지고, 시장은 포화상태다. 지금의 무역 수지가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벌어놨던 돈이 있어 크게 떨어지진 않지만 양적완화 종료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심하게 흔들렸다가 잠시 회복한 뒤 또 내려가기를 반복하는 박스권을 전망한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대형주가 더 안전하지 않을까?

“흔히 주가수익비율(PER)로 비교한다.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 우리 주가가 싸다는 것이다. PER 저평가, 주가순자산비율(PBR) 저평가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배당뿐이다. 그러나 한국은 배당수익률이 가장 낮은 시장이다. 따라서 저평가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주가 레벨이 낮다는 건 착시다. 주가 추이를 보면 국내 증시는 2000년 이후 줄곧 올랐다.

그러나 성장은 더디고 배당은 적다. 높은 주가를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유동성 측면에서 봐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과거처럼 투자 붐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투자 여력이 있는 40~50대는 채권에 몰린다. 대형주가 오르기 어려운 환경이다.”

어떤 중소형주를 찾아야 하나?

“세상의 변화를 봐야 한다. 2004년 내가 처음 펀드에 넣은 종목이 당시에는 중소형주였지만 지금은 대형주가 됐다. 그 당시의 인구 구조·산업·기후·의식 변화와 관련된 기업을 찾아서 투자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변화를 탐색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건 인류의 영원한 테마다.

지금은 정보화 사회다. 여기에 고령 인구가 늘어난다. 그렇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주목할 만하다. 친환경이 대세인 만큼 자동차 산업에서도 차량 경량화에 필요한 소재 기업이 유망할 수 있다. 급증하는 중국의 안경 수요와 맞물려 안경검안기술 기업도 노릴 법하다. 이런 산업이 지금은 미미해 보이지만 미래에 성장성이 돋보일 수 있다. 크게 성장할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사서 기다리는 것이 관건이다.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거기서 어떤 산업이 태동할까, 어떤 기업가가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재무·기술·투자 능력이 있나를 따져봐야 한다. 현업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배워야 한다. 어떤 산업이 성장할 지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그 산업에서 어떤 기술과 회사가 유망한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직접 현장에 가서 듣고 공부해야 한다. 이게 투자다. 로또 같은 확률 게임이 아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는 2차전지가 주목 받는다.

“2차전지는 유망 아이템이다. 거의 모든 IT 제품 개발의 장애물이 전지다. 다른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2차전지는 아직 소재에 따른 한계가 있다. 배터리 하나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양은 소재 물질을 바꾸면 않으면 한계를 넘기 어렵다. 전지 용량 탓에 IT 발전이 정체됐다. 앞으로 누가 획기적인 신물질을 개발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코넥스 개장 후 가장 먼저 펀드 약관을 개정해 투자의 길을 열었다.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

“지금 당장의 투자 가치를 본 것은 아니다. 펀드가 설정된 후 가입자가 늘어난 상태에서 약관을 변경하려고 하면 절차가 복잡해 미리 손을 썼을 뿐이다. 좋은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만 있으라는 법도 없고 코넥스에는 없다는 법도 없다. 시장에 따라 투자 제한을 두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코넥스에도 언제든지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이 들어올 수 있다.”

코넥스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아직은 활성화가 요원하다. 기업도 몇 개 안 올라왔고 거래도 없다. 그나마도 지분 분산이 되지 않은 기업이 많다. 기업 가치가 좋아도 유동성이 따라주지 않으면 투자에 제약이 생긴다. 하지만 이제 갓 출발한 시장이다.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3억원 이상의 위탁자산이 없으면 매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투자 통로가 필요하다. 코넥스 종목을 편입하는 펀드가 하나씩 등장할 것이다.”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
코스닥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창업 초기 중소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만든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자기자본 5억 원, 매출액 10억 원, 순이익 3억 원 가운데 한 가지만 충족하면 진입할 수 있다.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까지는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로 분류되는 연기금ㆍ금융회사·벤처캐피털·예탁금 3억 원 이상의 개인 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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