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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RODUCT - ‘패스트 팔로워’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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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애플보다 한발 앞서 스마트워치 발표했지만 기기의 완성도를 두고 평이 엇갈린다



더는 표절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일까? 삼성전자는 애플의 신제품 발표를 5일 앞둔 9월 5일 베를린 가전제품 박람회에서 주요 모바일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신형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는 9월 말부터 정식 판매될 전망이다. 예정대로 출시된다면 경쟁사인 구글의 ‘구글글래스’나 애플의 ‘아이워치’에 앞서 착용식 기기의 시장을 열어젖히는 셈이 된다.

갤럭시기어의 기기 성능 자체는 기존의 스마트폰보다 약간 처지고, 비슷한 시기 발매를 앞둔 퀄컴과 소니의 스마트워치에 비하면 조금 나은 정도다. 크기는 1.63인치, 무게는 74g로 일반 손목시계에 비해 작고 가볍다. 화면은 갤럭시 시리즈와 같은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AMOLED)를 사용했으며 800MHz 싱글코어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채택했고 저장공간은 4GB다. 부착된 카메라는 190만 화소로 최신형 스마트폰에 비해 다소 낮다. 가격은 299달러다.

갤럭시기어를 바라보는 외신의 시각은 다소 차갑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배터리다. 갤럭시기어는 완전충전 시 연속 25시간 사용가능하며, 충전을 위해 별도의 충전기가 필요하다. 소니와 퀄컴의 스마트워치 배터리가 3~5일 지속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짧다.

기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갤럭시기어의 기능이 “현재 스마트폰이 담당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했다. 갤럭시기어는 70여 개의 앱을 비롯해 사진과 동영상 촬영, S보이스를 통한 음성명령, 문자메시지나 E 메일 내용 일부 열람 기능을 갖췄다. 다만 이런 기능을 전부 활용하려면 갤럭시노트3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갤럭시기어의 기능 상당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와의 연동을 통해야만 가능한데, 현재 지원하는 호환기기가 갤럭시노트3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기기의 정체성이다. 국내 한 IT업계 전문가는 “어떤 시장을 겨냥했는지 알 수 없는 제품”이라고 촌평했다. 굳이 시계에 카메라가 들어갈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며, 정작 들어가야 했을 심박수 측정기능 등 삼성전자의 건강관리 프로그램과의 연동기능은 빠졌다는 것이다. 이메일을 작성하거나 음악을 다운로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삼성측은 갤럭시기어를 “젊은 얼리어댑터들을 겨냥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갤럭시기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기기가 새로운 유행을 창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때 사치품이었던 스마트폰을 이제는 누구나 가지고 있듯이 스마트워치 또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갤럭시기어가 길을 터 놓으리라는 것이다.

이런 반응으로 미뤄볼 때 갤럭시기어는 불확실한 스마트워치 시장을 앞서 헤쳐나가는 일종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닐 모스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이사는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이 “소비자와 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늠하는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우선 최소 요건만 갖춘 제품을 내놓고 반응을 지켜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얼리어댑터들’의 반응을 수집해 발빠르게 후속기종 개발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짧은 배터리, 다소 부족한 기능, 비싼 가격, 그리고 갤럭시노트3하고만 호환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초기 판매가 신통치는 않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그럼에도 갤럭시기어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경쟁사보다 먼저 신제품을 내놓는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앞으로 어떤 스마트워치 기기가 나오든 갤럭시기어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다른 어느 업체보다 먼저 시장반응을 수집할 기회를 얻었고, 애플과 구글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펼칠 향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에 충분한 입지를 확보했다. 현재로서 갤럭시기어의 의의는 이같은 전략적 관점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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