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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현지 기업가 통해 본 메콩강 4국 경제탐험 7

business - 현지 기업가 통해 본 메콩강 4국 경제탐험 7

치타랏 필라판뎃 KP 미주키 총괄매니저는 “라오스의 사반-세노 경제특구는 30년간 세금 혜택이 있어 외국기업 진출이 활발하다”고 들려줬다.



1975년, 라오인민혁명당이 이끄는 라오스애국전선이 공산혁명을 일으켰다. 그해 12월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가 됐다. 연립정권이 세워진 지 1년 만이었다.

당시 20대 초반으로 미국의 한 대학에서 산업기술(Industrial arts)을 공부하던 치타랏 필라판뎃(60)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루아침에 정권이 바뀌어버린 것은 둘째치고 당장 고국에 돌아갈 방법이 묘연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장 파트타임, 대학 경비 일을 가리지 않고 했다. 낯선 땅에서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인종차별도 심했다.

그래도 가족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고국에 금의환향하겠다는 다짐이 그를 붙잡았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타국에서 보냈다. 그 사이 아들·딸 자식 둘이 생겼다. 하지만 중년이 되도록 번듯한 일은 주어지지 않았다.

치타랏이 나이를 먹는 동안 라오스도 변했다. 꽁꽁 닫혀있던 나라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75년 공산화 혁명이 시작되기 전 해외 도피나 망명을 했던 사람들조차 하나 둘 고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1당 독재의 공산주의 국가지만 미얀마·캄보디아 등 주변국에 비해 정치가 안정돼 있는데다 외국과의 교류도 점차 늘고 있었다. 치타랏도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경제성장 가능성이 보였고, 나 같은 사람이 라오스에 이바지할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마침 라오스에서 KP라는 가족기업을 3대에 걸쳐 운영하던 형의 부탁도 있었다. 그러나 걱정도 많았다. 치타랏은 “경제 인프라가 부족하고 일반인의 업무처리 속도가 느려 사업이 잘 될지 미지수였다. 무엇보다 이 나라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2002년의 일이다. 그는 라오스 공산화 이후 고국을 등졌다고 수십 년 만에 귀국한 해외 유학파 중의 한사람이다.

치타랏은 지금 라오스 사반나켓에서 KP미주키의 총괄매니저로 일한다. KP미주키는 니콘의 하청업체다. 직원 670명, 월 매출이 300만 바트(약 1억1200만원) 정도다. 주 생산품목은 니콘 디지털 카메라에 들어가는 액정화면(LCD)과 셔터 부속 부품이다. 태국·일본·라오스의 합자회사로 KP가 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치타랏은 2009년 사반나켓에 KP미주키를 세웠다. 2만㎢ 면적의 사반나켓은 라오스 제2의 공업도시다. 이른바 ‘동서경제회랑(이코노믹 코리도)’이 관통하고, 라오스 대표 경제특구인 사반-세노 경제특구(SEZ)로 지정된 요충지다. 동서경제회랑은 서쪽으로는 미얀마 항구도시 모울메인에서 시작해 태국 매솟, 라오스 사반나켓을 거쳐 베트남 다낭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2000년대 들어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메콩 유역 개발사업(GMS)’의 하나로 조성한 인프라다.

2018년까지 유통망의 역할은 물론, 각종 산업단지, 국경무역소와 관광 등이 복합된 일종의 ‘경제벨트’ 9곳을 완성하겠다는 것이 ADB의 목표다. 치타랏은 “동서회랑과 경제특구의 혜택을 기대하고 사반나켓에 공장을 세웠다”며 “이곳에는 우리 같은 생각은 가진 기업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SEZ 내 기업은 30년간 세금이 거의 없다”며 “앞으로 동서회랑이 활성화하면 미얀마·태국·베트남·캄보디아로 판로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오스는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8%에 달하는 등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다. 광산개발과 수력발전 등으로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이 때문에 중국·일본 등 외국기업의 진출이 활발하다. 도요타는 560만 달러를 투자해 사반나켓에 인테리어 내장재 공장을 짓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니콘 역시 이 지역에 800만 달러를 들여 디지털카메라 조립공장을 건설 중이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다. 치타랏은 “라오스에는 미답의 영역과 비즈니스 기회가 많지만 인구가 700만으로 내수시장이 작고 사람이나 시스템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반나켓에는 일본기업이 많고 수도 비엔티엔에 가면 중국 회사가 많다”며 “중국이 관여하는 프로젝트가 많아 경쟁이 심하다”고 덧붙였다.

치타랏은 미국에서 돌아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에서 오래 산 탓에 영어도 능통하고 문명사회의 기초가 튼튼해 이곳에서 기회를 찾는데 큰 도움이 돼요. 미국에서의 고된 경험이 지금은 약이 됩니다.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삼성·LG가 라오스에서 파트너를 찾거든 우리 KP미주키를 꼭 소개시켜 달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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