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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LEARNING - 토플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ENGLISH LEARNING - 토플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영어 말하기, 쓰기 시험에 대처하는 공부법을 알아본다
토익 대신 영어 말하기 평가를 택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난다.



학창 시절의 즐거웠던 경험에 대해 이유를 포함해서 이야기해 보시오. 준비시간 15초. 답변 시간 45초. “교사에게 있어서 교과 지식보다도 학생과 양호한 관계를 구축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자질이다”라는 의견에 찬성인가, 반대인가. 이유와 구체적인 예를 들어 당신의 생각을 기술하시오. 답변 시간 30분.

이상은 비영어권 인구의 영어 실력을 측정하는 토플(TOEFL) 시험에서 출제된 말하기, 쓰기 문항이다. 너무 어렵다고? 확실히 읽기, 듣기 같은 수동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말하기, 쓰기 같은 능동적 능력까지 측정하는 토플은 대다수 일본인과 한국인에게 아주 어려운 시험이다.

그런 토플을 대학입시나 경력직 공무원 채용시험에 도입하려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정책의 시비를 놓고 논란이 인다. 토플 도입이 영어 실력 향상에 직결될지도 미지수다. 그럼에도 영어를 배우는 우리에게 토플이 무시하기 어려운 존재가 돼 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동안 일본에서 영어 시험은 읽기와 듣기만으로 구성된 토익(TOEIC)이 득세했다. 그러나 앞으로 토플(또는 GTEC나 IELTS 처럼 4가지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보다 일반화되면 취직이나 승진을 원할때 영어 말하기 점수를 제출하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고도의 영어를 이해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구사해 유창한 영어로 대답하는 능력이다. 어영부영 자리를 모면하는 생존형 영어와 차이가 크지만, 그 격차를 잘 줄일 수 있다면 회의에서 당당하게 영어로 논의를 전개하거나 유학 가서 전문성을 키우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깊은 골을 메우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외국어 학습에는 다양한 유행이나 통설이 있지만 외국어 습득이나 신경과학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뇌리에 새겨진 잘못된 통념이 방해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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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영어를 많이 접하면서 쓸 수 있는 지식을 늘려라가장 큰 장애물은 “영어 공부란 모르는 단어가 잔뜩 포함된 문장을 통해 새로운 표현을 배우는 것”이라는 통념일지 모른다. 말문이 막혀 땀을 흘릴 때 대다수 사람은 ‘문법을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제시했던 토플 문제에 자신있게 대답하고 싶다면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어려운 문제집을 사기보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늘려가는 편이 효율적이다.

우리는 우리말로 이야기할 때 소리를 인식해서 의미를 이해하고, 단어를 올바른 순서로 배열해 발음한다는 처리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수행한다. 외국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을 거의 자동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면 영어를 영어로 이해하거나 입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는 경지에 이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단어를 아무리 필사적으로 외운다 한들 ‘자동화’ 상태에 도달하진 못한다. 알고 있는 지식과 실시간으로 회화에서 쓸 수 있는 지식은 전혀 다르다. 두 지식을 처리하는 뇌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교나 사교육 업체에서는 ‘알고 있는’ 지식을 ‘쓸 수 있는’ 지식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단어나 구문을 외우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학술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토플에서는 1만 단어 이상의 어휘력이 필요하다. “단어장 등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효과는 크다”고 어휘 학습의 제1인자라 불리는 빅토리아대학(뉴질랜드 웰링턴 소재)의 폴 네이션 명예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동양인은 그런 학습에 지나치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쓸 수 있는 지식을 늘리고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하려면 아주 많은 영어, 그것도 머릿속에 쏙 들어올 정도로 쉬운 영어를 대량으로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간편한 방법 중 하나로 사전 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영문을 많이 접하는 ‘다독’을 추천한다.

일본인 대다수의 영어 습득량은 극도로 적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다루는 영문을 모두 합쳐도 책 한권 분량도 되지 않는다. 어려운 교재를 필사적으로 읽는 방법도 효율적이지 않다. 단어의 의미나 문장의 구조를 자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려면 읽을거리의 수준을 낮춰 모국어처럼 쉽게 영어를 처리하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경 지식이 있는 장르 소설을 읽는 것도 학습 효과를 높이는 요령이다. 기후세이토 쿠가쿠엔대의 오이시 하루미 교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영문 듣기와 읽기를 시키면서 뇌의 혈류량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사전에 배경지식을 부여한 경우 초급, 중급 학습자의 뇌도 상급자처럼 필요한 부위만 효율적으로 활성화됐다.

배경 지식 덕분에 뇌에 주어지는 부담이 줄어들고, 남는 힘을 내용 이해에 돌리는 덕분으로 추정된다. “토플 문제를 풀 때도 역사나 과학 등 폭넓은 지식을 저장해 놓음으로서 여유를 갖고 영어를 마주할 수 있다. 어휘 수만으로는 측정하지 못하는 종합 능력이 중요하다”고 오이시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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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연습으로 독해 일변도를 방지하라영어를 많이 접하기만 하면 정말 말이 입밖으로 나오게 될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특히 일본이나 한국처럼 영어를 쓸 필요성이 적은 환경에서는 실제로 영어를 말하는 연습도 병행하는 편이 효과적인 듯하다.

‘말을 한다’는 것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순식간에 언어 표현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그 연습을 몇 번이고 반복함으로써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작업을 부드럽게 해낼 수 있다.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지식 습득 뿐 아니라 직접 말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표현 연습을 병행하면 부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말할 필요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영어를 읽고 들을 때에도 자세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고 피츠버그대학의 시라이 야스히로 교수는 지적했다.

읽고 듣는 것을 수동적으로만 학습할 경우, 단어만 알면 대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문법 정보에 소홀해지기 쉽다(예를 들어 비틀즈의 노래 ‘예스터데이’ 받아쓰기를 할 때 동사에 ‘-ed’가 붙어 과거형이 된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결과 모처럼 대량의 지식을 습득하고도 읽기, 듣기에만 몰두하게 돼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내지 못한다.

다만 ‘말하는 연습을 하면 말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습득으로 축적된 ‘쓸 수 있는’ 지식의 토대 없이 회화 연습만 한들 “자기 멋대로 하는 이상한 영어가 될 뿐”이라고 시라이는 말했다. “표현 연습은 적절한 지식 습득과 병행해야 의미가 있다.”

토플은 영어권 대학 유학에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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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문구를 외워두면 융통성이 생긴다회화 연습 상대가 있다면 가장 좋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게 있다. 손쉬운 것은 영어를 읽거나 들은 다음 내용에 대해 직접 짧은 말을 해보는 것이다. 이 습관을 몸에 익히면 지식 습득에서 집중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고 시라이는 말했다. 매일 10분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영어 일기를 쓴 다음, 단어 수를 기록하는 방법도 시도해 볼 만하다.

이렇게 해도 실제 대화할 때 유창하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섀도잉’(shadowing)을 활용해보자. 즉석에서 사용 가능한 표현을 많이 저장해두면 여유가 생긴다. 섀도잉이란 문자를 보지 않고 영어 음성을 들으면서 듣는 즉시 그림자처럼 따라해보는 학습법으로 통역 연습에서 활용된다.

들은 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다 보면 듣기실력이 단련되지만, 효과는 그뿐만이 아니다. 자주 사용되는 단어 조합(예컨대 강한 비는 ‘strong rain’이 아니라 ‘heavy rain’이라고 한다)이나 흔히 쓰는 표현(I respect your opinion, but …) 등 정해진 문구가 어느 틈엔가 기억 한켠에 자리잡아 말을 할 때 따라 나오는 효과가 크다고 간사이가쿠엔대의 가도타 슈헤이 교수는 말했다.

이론 상으로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패턴은 무한하지만 실제로는 영어 표현의 상당 부분이 정해진 표현들로 구성된다. 섀도잉으로 입이 익숙해지고 정해진 표현을 단숨에 말할 수 있게 되면 그 다음 말할 거리를 생각할 잠깐의 여유가 생긴다. “즉석에서 말할 수 있는 재료가 많아질수록 의사소통이 편해진다”고 가도타는 말했다. “집을 지을 때 목재를 하나씩 쌓아올리는 대신 거의 완성된 구조물들을 조립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훈련을 거듭해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외국인을 상태로 논리정연하게 논의를 전개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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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으로 얘기하고 싶다면 먼저 모국어로 훈련하라토플에는 듣거나 읽은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쓰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은 곤란에 빠진다. 회사에서도 많은 서류를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회의에서 의견을 내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영어 능력만이 아니다.

“영어에서는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을 어느 정도 납득시킬 만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토플세미나 이케부쿠로교의 스가야 마사시 소장은 말했다. “그런데 애초에 자신이 뭘 주장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사안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경험이 극히 적다.”

그 원인은 일본의 학교 교육에서 ‘언어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 데 있다고 츠쿠바언어 기술교육연구소의 산모리 유리카 소장은 지적했다. 언어기술이란 문장을 비판적으로 읽거나 자신의 의견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상대가 어떤 근거에 기초해서 무엇을 주장하는지 재빨리 파악하지 못하면 상대의 모순을 찔러 반론을 펼 수 없다. 논리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으면 자신의 반론이 상대에게는 지리멸렬한 감상문으로 여겨진다.

서양권 국가나 식민지배를 겪은 아프리카,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국어 수업에서 그런 기술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그들은 토론이나 논문의 기반이 되는 ‘국제규칙’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가 틀려도 서로 이해하기 쉽다”고 산모리는 말했다. “일본인이 토론에 끼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부끄러움이 많아서가 아니라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어로도 못하는 걸 외국어로 하려고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모국어인 일본어로 언어기술을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누가, 언제’ 등 육하원칙(5W1H)에 입각한 정보를 의식적으로 집어 넣거나 근거를 제시하는 습관을 익히는 것이 선결 과제다. ‘The first reason is ..’ ‘I say this because ...’ 처럼 논리전개를 명시하는 표현을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런 표현을 집어 넣음으로써 사고가 정리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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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처럼 들리는 데 발음보다 중요한 것또 한 가지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영어스럽게’ 말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L이나 R 같은 개별 발음보다도 리듬이나 억양 같은 운율을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는 이제 세계공용어로 발음에 대해서는 상당히 폭넓은 변용이 인정된다. 토플 채점기준표에서도 이해 가능한 범위라면 어느 정도의 사투리는 감점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 특유의 운율을 무시하면 ‘영어다움’은 단숨에 사라진다. 일본인이 영어로 말할 때 강세나 억양을 의식적으로 강조하려 하더라도 염불처럼 단조롭게 들리기 십상이다.

성인이 영어를 배울 때는 개별 발음보다 먼저 운율을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고난대의 이바 미도리 교수는 말했다. 이바는 대학생을 4개 그룹으로 나눠 개별 발음과 운율을 서로 다른 순서로 연습시킨 뒤 학습 효과를 측정했다. 원어민을 포함한 채점자에게 가장 ‘영어답다’고 판정된 것은 운율을 가장 먼저 배운 집단이었다.

우선 자신이 말하는 것을 녹음해보면 좋다. ‘마더구스(Mother Goose)’ 처럼 운율이 있는 영어권 동요나 동시를 암송하거나 지휘봉을 들었다고 생각하고 박자에 맞춰 리듬을 몸에 익혀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물론 온갖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토플에서 고득점을 취득하는 영어 능력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기사 앞부분에 제시된 문제에 자신있게 대답하는 수준이 되면 영어 회의 같은 건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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