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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新사업의 숨은 함정 ⑨ - 하면 된다? ‘되면 한다’가 더 중요

Management 新사업의 숨은 함정 ⑨ - 하면 된다? ‘되면 한다’가 더 중요

디지털 광속변화 시대에 과도한 의욕 금물 … 신사업은 속도조절도 중요



직장 상사 중 최악의 상사는? 한 때 유행한 비즈니스 유머다. 정답은 ‘멍부’다. ‘멍청한데 부지런한’ 상사란다(최상의 상사는 똑똑하고 게으른 ‘똑게’). 멍부는 한번 세운 계획을 목숨을 걸고 밀어붙인다. 사업계획서 상에 시나리오도 없고 유사시를 대비한 플랜B도 없다.

중도에 계획 변경은 용납할 수 없고 퇴출계획(Exit Plan)이란 말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로시란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가 떠오른다. 이렇듯 긍정적 마음가짐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일종의 영적(靈的) 믿음이 종종 신사업을 곤경에 빠뜨린다. 일명 ‘돈키호테(DonQuixote)’ 바이러스다.

신사업에 집착하면 차가울 정도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도 돈키호테가 된다. 유튜브에는 ‘The monkey business illusion’이라는 제목의 재미있는 동영상이 있다. 동영상에는 흰색과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여학생 여러 명이 서로 농구공을 패스하고 있다. 이 중 흰색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몇 번 패스하는 지를 세는 것이 과제다.

그런데 동영상 중간에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이 슬그머니 나타나 자기 가슴을 양손으로 두드리며 지나간다. 영상이 끝난 후 패스 회수를 카운트한 사람들에게 그 고릴라를 보았는지 물어보면 절반 정도는 언제 고릴라가 나타났느냐고 어리둥절해 한다.

한 가지에 몰입하면 그 외의 것은 놓치게 되는 인간의 인식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마찬가지로 당장 눈앞의 신사업 아이템에만 집중하다 보면 시장 상황과 사업의 기본 변수가 변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처음 계획대로만 밀어붙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돈키호테가 등장하는 것이다.



불도저 CEO의 시대는 갔다환경 변화가 비교적 완만했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돈키호테적인 자신감이 성공의 큰 열쇠였다. 버겁다 싶을 정도의 도전적 목표(Stretch goal)를 정해놓고 한눈 팔지 않고 돌진하는 것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제는 ‘하면 된다’에서 ‘되면 한다’로 세상이 변했다.

디지털 광속변화의 시대에 과도한 자신감은 오히려 사업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특히 신사업의 경우에 시장과 기술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 정한 목표에 일로매진(一路邁進)하는 것은 눈을 가리고 운전대를 잡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찬란했던 성공신화가 돈키호테 출현의 변명일 수는 없다. 그토록 자랑스러워 마지 않는 한 때의 성공도 객관적으로 따지고 보면 운(運)이 따랐기 때문일 수 있다. 워런 버핏은 “CEO로서 당신이 거두는 성과는 당신이 노를 얼마나 잘 젓느냐보다 어떤 보트에 올라타느냐에 더 좌우된다”고 말했다.

1960~70년대 한국의 산업화 초기는 선진국 경제가 기지개를 펴는 가운데 특별한 기술과 자본이 없어도 근면·성실이 어느 정도 성공을 보장한 시기였지 않았는가. 전쟁터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병사가 모두 람보는 아니듯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현재와 미래에도 계속 먹힌다는 보장은 없다. 신사업의 성패를 스스로의 힘만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할까』에는 파콤이라는 이름의 땅 욕심 많은 농부가 나온다. 파콤은 어느 날 1000루블이라는 싼 값에 자신이 하루에 둘러보는 만큼의 땅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는다. 해가 뜨자마자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먹지도 쉬지도 않고 달리기 시작한 파콤. 출발점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돌아와야 할 거리도 멀어져 갔다.

해질 무렵 기진맥진한 상태로 간신히 출발점으로 되돌아 왔지만 체력이 고갈된 파콤은 그 자리에서 탈진해 죽고 만다. 결국 그가 차지한 땅은 정확히 그의 시신이 누울 만큼뿐. 신사업을 추진하는데 파콤과 같은 오류가 종종 눈에 띈다. 이름하여 ‘파콤(Pakhom)’ 바이러스다.

파콤 바이러스는 과속(過速)과 과식(過食)을 유발한다. 우선 과속이 문제다. 신사업은 100m 달리기보다는 마라톤이나 철인경기에 더 가깝다. 요~땅 소리를 듣자마자 전속력으로 내달려서는 얼마 못 가 무너지고 만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과 유럽의 실패 기업의 40%는 붕괴 직전 5년 동안 약 30%의 연 평균 성장률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웅진과 STX가 주저앉은 이유를 신사업 아이템 자체보다는 추진 속도가 과했다는 데서 찾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파콤처럼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멀리 달려 탈진해 버린 것이다. 신사업도 경제속도(Economy speed)를 준수해야 결승선까지 갈 수 있다.

다음은 과식이다. 미국 남가주대의 리처드 루멜트 교수는 “나무를 심는 일은 언제나 잡초를 뽑는 일보다 흥미롭다. 그러나 꾸준히 잡초를 뽑아주지 않으면 정원은 곧 사라지고 만다”고 했다. 더하기만큼 빼기도 잘하라는 말이다. 신사업은 취함과 버림을 패키지로 인식하고 숨을 고르며 가야 한다. 미국의 GE를 정상으로 이끈 잭 웰치 회장의 성공 방정식 중 하나는 ‘1등 아니면 2등’ 전략이다.

그 이면에는 3등 혹은 4등짜리는 비록 아깝긴 해도 큰 시각에서 털고 간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신사업은 신사업대로 하고 기존 사업은 기존 사업대로 끌고 갈 거라면 그 신사업은 하나마나다. 신사업은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출발점이다. 현재의 모든 사업부문을 잠재적인 매각 대상(up for sale)으로 간주하라. 시장의 경고 사이렌을 끝까지 다 듣고 움직이면 그 땐 이미 늦은 것이다.

돈키호테는 다국적이다. 미국 기업인의 81%는 자신의 성공 확률을 70% 이상이라고 응답했고, 33%는 아예 실패율 제로라고 단언했다고 한다(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신사업이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구성원들의 열정과 몰입, 성공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런 열정과 믿음을 객관적 실적과 데이터로 검증해야 한다. 냉정 없는 열정, 머리 없는 가슴만으로는 곤란하다. 낙관주의와 현실주의 사이의 균형을 잡아줄 조직 내 관리 시스템과 역할 정립이 중요하다.



더하기만큼 빼기의 철학도 중요국내 기업들에 만연한 필승(必勝) 문화도 손질이 필요하다. ‘자신있습니다. 책임지겠습니다’를 권장하는 조직에서는 불도저식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한 시대 흐름에 맞게 신사업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도 스마트해야 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융합에 강한 나라다. 비빔밥·잡채·구절판이 그렇다.

거기에 최근에 폭탄주까지 더해진다. 폭탄주는 학제적이다. 화학(성분배합)·물리(회오리 생성)·문학(건배사)·예술(원샷 혹은 파도타기)이 총망라된다. 우리 기업들의 신사업에 이런 융합적 요소를 최대한 가미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했던 것, 남들이 했던 것을 돈키호테처럼 순진하게 답습하는 것은 구시대적 착오다. 뭔가를 섞어야 한다. 그것도 창조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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