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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덜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다

시름 덜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다

류현진·응답하라 1994·짜파구리·미생·알뜰폰·송강호·SUV ... 스포츠 영웅, 그 때 그 시절의 추억, 약자의 성공 스토리에 열광



많은 직장인이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 아침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삶이 팍팍해진 탓인지 추억과 향수에 젖을 수 있는 복고풍 콘텐트와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TV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독특한 음식 조리법이 유행하자 이를 따라 하는 사람이 급증해 식품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는 새로운 유행을 낳고 우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 올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제품·인물·콘텐트 등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트렌드 변화와 관련 기업의 부침을 알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연말마다 한국인의 삶을 바꾼 그 해의 히트상품을 뽑고 있다. 올해도 주요 경제연구소의 소비자 동향 조사,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순위, 상품의 판매량과 대중적 인기를 고려해 이코노미스트 편집부에서 후보군을 선정했다. 이어 모바일 리서치업체 오픈서베이(OPENSURVEY)를 통해 20~50대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를 통해 선정한 류현진·응답하라 1994·짜파구리·미생·알뜰폰·송강호·SUV 7가지를 올해의 히트상품으로 뽑았다.

지난해에는 유튜브를 타고 세계적인 엔터테이너 반열에 오른 ‘강남스타일’의 싸이, 전국민 스마트폰 시대를 연 ‘갤러시S Ⅲ’와 ‘갤럭시 노트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행한 모바일 게임 ‘애니팡’이 선정됐다. 자동차 필수품이 된 블랙박스, 여행비용을 대폭 줄여준 저비용항공도 이름을 올렸고 스테디셀러로 숙취해소음료 ‘컨디션’과 아이스크림 브랜드 ‘베스킨라빈스’를 따로 뽑았다. 2011년에는 금·스티브 잡스·꼬꼬면·카카오톡·갤럭시S Ⅱ가 뽑혔다.

올해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한국인이 눈에 띈다. 싸이의 뒤를 이어 류현진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히트상품에 경기침체의 그늘도 엿보인다. 고가의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탓도 있겠지만 한 푼이라도 통신비를 아끼려는 고객이 늘면서 알뜰폰이 선전했다. 복고풍의 회귀, 라면의 유행은 소비가 위축된 시장 심리를 반영한다. 웹툰 ‘미생’도 고달픈 ‘88만원 세대’의 성공스토리로 관심을 모았다. 미생은 웹툰이 주류 문화콘텐트로 떠오르는 기폭제가 됐다.



달라진 시대상 반영이적료와 연봉을 합쳐 약 654억원을 받고 LA다저스에 입단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 정규시즌 14승 8패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세계 무대에서도 기죽지 않고 거침없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모습에 한국은 물론 미국 팬들도 열광했다. 그가 나온 TV광고 제품의 매출이 오르고 그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이 급상승하는 등 ‘류현진 효과’를 톡톡히 봤다.

복고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도 있다. 케이블 tvN에서 방영한 ‘응답하라 1994’는 94학번 대학 새내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청자들에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배경으로 깔린 1990년대 초반 히트 가요가 다시 인기를 끌고, 당시 유행한 과자가 다시 잘 팔리는 부수효과도 낳았다. 제과업체는 상품 디자인을 1990년대 버전으로 내놓으며 복고풍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우리 사회의 주축인 3040세대가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정서에 호소한 것이다.

MBC의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등장한 ‘짜파구리’는 식품업계를 흔들었다. 농심의 라면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섞어 만드는 ‘짜파구리’가 입소문을 탄 덕분에 매출이 급증했다. 기존 조리법대로 요리하지 않고 자기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기업도 이를 활용한 이벤트나 마케팅 행사를 자주 벌이고 있다.

하나의 문화 장르로 자리잡은 웹툰 중에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조회수 10억회를 넘겼다. 종합상사에서 일을 배우며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계약직 사원이 주인공인 이 만화는 실제 회사원들이 일하며 부딪치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뤄 ‘직장인의 필독서’로 꼽혔다. 샐러리맨의 삶을 바둑에 빗대 그린 이 작품 덕분에 바둑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기존 통신료보다 30% 정도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알뜰폰도 ‘조용한 열풍’을 몰고 왔다. 전화와 문자만으로 만족하는 40대 이상의 고객과 통신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사람들이 주로 가입해 올해 안에 25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스마트폰, 무제한 데이터요금제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틈새시장이 열린 것이다.



관련 기업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올해 최고의 흥행배우로 꼽히는 송강호는 ‘설국열차’, ‘관상’에 이어 개봉한 ‘변호인’으로 2000만명 관객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 관객의 10%를 송강호가 책임진 셈이다. 그가 연기한 관상쟁이 캐릭터는 운명을 꿰뚫는 비범함을 보여줘 사람들이 실제 자신의 관상을 보러 몰려가거나 각종 프로그램에 패러디가 유행했다.

캠핑과 레저생활이 대중화되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자동차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점도 주목거리다. 특히 승차감과 연비를 개선해 여성 운전자의 사랑도 받았다. 내년에도 신제품이 쏟아져 한동안 SUV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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