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년의 직장 대이동 막 올라
日 중년의 직장 대이동 막 올라
일본에서 전문 커리어 컨설턴트가 주도한 비공개 채용 소개나 이직 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대형 채용서비스 회사 인텔리전스가 운영하는 DODA(이직 정보 사이트)의 기노시타 마나부 편집장은 “등록자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 효과에 따른 경기회복으로 일본 노동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활기를 띠고 있다. 채용인원 대비 구직자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2013년 11월 전월 대비 0.02포인트 상승해 1.0배를 기록했다. 1을 밑돌면 구직자 수가 채용 예정 인원보다 많다는 뜻이다. 약 6년 만에 1배를 회복했다. 기업의 채용의지도 긍정적이다. 채용광고 업계와 전국구인정보회사의 지난해 9월 조사에서는 정직원의 채용 의욕에 대해 ‘높다’ ‘약간 높다’고 대답한 기업이 70%를 넘었다.
고 말했다.
일본 고용 관행이 부른 35세 한계론일본 고용시장의 또 다른 커다란 지각변동은 정설로 통하던 ‘이직 35세 한계론’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 중도채용 연령은 30세를 전후로 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35세를 넘으면 이직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직 35세 한계론이 20~30년 전부터 나돌았다.
엔재팬의 기쿠치 부장은 “과거 한계선이던 35세 라인이 43세까지 오르고 있다”며 “회사는 30대 초반의 관리직 경험자를 원하지만 그 세대는 인재가 많지 않아 40대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노시타 편집장에 따르면 이직에 성공한 사람 중 35세 이상 비율은 2007년 10% 정도에서 매년 상승해 지난해에는 20%를 웃돌았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중년 이직이 많지 않았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의 전형적인 고용 관행에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뿌리 내려온 ‘신입사원 일괄채용’ ‘종신고용’ ‘연공서열형 임금’이 그것이다.
정년까지 일하는 것을 전제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입사 후에는 경력이 쌓일수록 임금이 오른다. 쉽게 해고되지 않고, 해고하기도 어렵다. 또 중년이 되면 임금 격차가 커져 구직자와 기업 사이에 ‘임금 미스매치’가 발생하기 쉽다. 임금 수준이 높고 경력 때문에 오히려 경직화된 중년층은 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용 환경도 크게 변하고 있다. 우선 법적으로 채용 연령 제한을 없앴다. 2007년 10월부터 고용대책법 개정에 따라 기업이 노동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연령을 제한하는 것을 금지했다. 구인광고에서 ‘35세 미만’등의 요건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연령 조건만보고 지원을 포기하는 사람이 줄었다. 성과·실적주의가 일본기업에 확산된 것도 연관이 있다. 직책이나 능력이 없으면 급여가 오르지 않는다. 기존 연공서열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중년 이직의 임금 미스매치도 줄어들었다.
기업 측도 장기근속자를 꾸준히 키울 여유가 없어졌다.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육성하거나 기존 사업과 융합시키려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업종으로부터 인재를 불러들인다. 이때 기존 인재들을 키우거나 젊은 인재를 보충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이코약품(大幸藥品)은 신사업을 벌이면서 5~6년 전부터 40세 전후의 중년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 중인 일본의 저출산·고령화와 그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도 35세 한계론을 위협한다. 최대 쟁점은 단카이 주니어(1971~74년의 2차 베이비붐 세대)의 동향이다. 2차 대전 후 출생한 단카이 세대의 자녀로 전 세대 중 인구가 가장 많다. 그 세대가 이미 40세 전후의 중년이 된 것이다. 단카이 주니어가 35세 전후였던 수년 전까지는 중도채용 대상인 젊은 층이 충분했다. 그러나 단카이 주니어 이후로는 젊은 세대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기업이 직원을 충원하려 해도 35세 이하에서는 원하는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를 절감한 일본 정부는 중년 인재의 유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정리해고를 추진하는 기업이 직원 재취업을 지원하는 ‘노동이동지원조성금’에 대한 예산 330억엔(3400억원)을 올해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대신 무분별한 해고를 막기 위해 지급되던 ‘고용조정조성금’은 545억엔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지금까지 일본의 노동정책은 고용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이제는 실업률을 낮추면서도 노동력이 원활히 이동하는 것을 중요시하게 된 것이다. 과거 많은 고용을 창출해 온 전기·반도체 업계가 쇠퇴하는 가운데 여기서 발생한 잉여인력을 신성장 산업으로 이동시키지 않으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채용업계도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수요가 많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이직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제는 젊은 세대의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이 세대의 이직만으로는 유지가 어려운 형편이다. 일본 인재서비스 산업협의회가 지난해 가을 내놓은 대안이 ‘중년 매치프레임’이다.
일반적인 경력직 채용에서는 연령이나 출신 대학, 이력, 전문기술·지식과 같은 스펙이 주요 선발 기준이 된다. 그러나 새로운 직장에서는 이 외에도 업무 추진방식이나 사교성 등 직무 이외의 업무수행능력이나 관리 경험도 요구한다. 이 같은 전문성 이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잣대를 만들고 외부에서 활용 가능도록 가시화하는 게 중년 매치프레임의 기본 개념이다.
일본 채용 업계는 이를 기업에 보급해나갈 방침이다. 인재서비스 산업협의회 부이사장을 겸임하는 다카하시 히로토시 인텔리전스 사장은 “그동안 고용시장에 중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불충분했다”며 “앞으로 중년 구직자가 저평가되는 경향을 개선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을 중년에 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채용관련 업체 아데코(Adecco)는 올 1월부터 ‘직업능력검증형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경력직 채용 선발 과정에서의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노력이다. 우선 아데코가 이직 희망자를 정직원으로 고용하고 직업훈련을 실시한다. 그 다음 경력직을 채용할 예정인 기업에 가서 일정기간 근무한다. 이후 구직자와 채용기업이 합의하면 이직이 성사된다. 이직이 결정될 때까지는 계속 아데코 소속의 정직원으로 머문다.
오쿠무라 신스케 아데코 사장은 “서류 선발이나 면접을 통해 사람을 뽑을 경우 기업이 채용을 만족스러워 하는 경우는 잘 해야 60%정도인데, 일정 기간 함께 일한 후 뽑으면 만족도가 90%까지 높아진다”며 “이는 중년 이직의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년 대이동 준비인터넷을 통한 이직에도 새로운 조류가 생겨나고 있다. 기존 이직 정보 사이트의 구인광고나 인재소개와는 다른 형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LinkedIn)이 대표적이다. 세계 약 2억5900만명이 등록돼있다.
일본에서는 2011년 10월부터 일본어판이 운용돼 지난해 등록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링크드인은 특히 해외 이직 서비스에 강한 사이트다. 회원인 직장인이 프로필에 이력을 세세하게 기록해 두면 기업의 채용 정보와 자동으로 매칭해 표시해준다. 기업의 채용담당자가 유망한 인재를 발견해 직접 접촉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러한 기능의 매력은 전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구인정보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재 활약하고 있는 유망 직원과 접촉할 기회가 된다.
구인광고나 인재소개 등 기존 형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지금 이직을 희망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이직 현재층(現在層)’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이직을 원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면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찾기 어렵다. 반면 지금 당장 이직할 생각은 없지만 언젠가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이직 잠재층(潛在層)’이다.
최근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이 뜨고 있다. 원하는 인재와 직접 접촉하는 채용 방법 ‘다이렉트 리쿠르팅’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는 인맥에 의한 소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링크드인처럼 인터넷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새로운 연결형태가 생겨났다.
회원제 이직 정보 사이트 ‘비즈리치’도 다이렉트 리쿠르팅을 지원하는 서비스의 일종이다. 비즈리치의 강점은 인재 데이터베이스의 ‘질’에 있다. 연봉이 500만엔 이상 되어야 회원 등록이 가능하다. 이력도 심사한다. 2009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후 4년만에 회원이 20만 명으로 증가했다. 1400여개 기업이 채용에 활용하고 있다.
창업자 미나미 소이치로 사장이 비즈리치를 설립한 것은 인재업계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기업과 인재 사이에서 이직을 지원하는 헤드헌팅 업체는 이직에 성공한 이직자 연봉의 30%를 성공 보수로 받는다. 헤드헌팅 업체는 당연히 연봉이 높은 기업을 구직자에게 소개한다.
미나미 사장은 “결과적으로 우수한 인재의 이직은 대기업으로 편중돼 중소기업에게는 불리하다”며 “서로 필요로 하는 기업과 구직자가 있을지 모르는데 채용업계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즈리치를 통한 이직의 70~80%는 구직자가 아니라 기업의 접근으로 이뤄진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비즈리치 회원에게 직접 접촉해 자신의 회사에 대해 이해시키고 흥미를 가지게 한다. 모든 회사가 같은 조건 아래서 채용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SNS의 대표격인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원테들디(Wantedly)’는 이직 잠재층을 노린 서비스다. ‘야후 옥션에 불만 있는 디자이너 모집’ ‘꿈 꾸는데 늦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원함’와 같은 문구와 함께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채용정보를 취급한다. 사이트의 각 페이지에는 ‘이야기를 들으러 가고 싶다’는 버튼이 있다. 클릭해서 초대 메일을 받으면 실제 기업과 방문 약속이 잡힌다.
사무실에서 현장 직원과 이야기하거나, 기업에 따라서는 점심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서로 의견이 맞으면 채용으로 이어진다. 원테들리 등록자는 현재 6만3000여명으로 절반가량이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층이다. 벤처 업계에서 관리 능력이 있는 40대 이상 인재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앞으로 연령층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일단 들어나 보자’ 인터넷이 이직 잠재층 끌어들여기존 헤드헌팅 업체도 가만있을 수 없다. 대형 업체인 리쿠르트 그룹은 ‘비즈아이큐’라는 SNS사업 외에도 IT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특화 서비스 ‘코드아이큐’를 2012년 시작했다. 기업 개발자가 출제한 프로그래밍 과제에 답하면 평가가 돌아온다. 뛰어난 답을 한 개발자에게 기업이 흥미를 가지고 접촉해 채용으로 이어진다.
개발을 담당한 미키 타쿠로 영역기획총괄부 프로듀서는 “IT 개발자는 이력서만으로는 실력을 알 수 없고, 자부심이 높아 이직 서비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진화가 가져온 이직의 새로운 형태는 기존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기업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줄 뿐 아니라 직장인의 경력 형성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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