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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정수현의 바둑경영 - 준비 안된 통일은 ‘대박’ 아닌 ‘쪽박’

Management | 정수현의 바둑경영 - 준비 안된 통일은 ‘대박’ 아닌 ‘쪽박’

이어진 바둑돌은 강하고 안정된 상태 … 눈앞의 비용에 위축되지 말아야
3년 4개월 만의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월 20일부터 2박 3일 동안 금강산에서 열렸다. 류길제 통일부장관이 최고령자인 김성윤(96)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 담화문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통일은 대박’이라고 주장한 이전의 화두를 구체화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있지만 존재감을 별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대다수 국민들이 통일을 당면과제가 아닌 먼 나라 일로 치부해 왔기 때문이다.

남북통일에 대해선 우리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편이다. 그러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과 통합될 경우 빚어질 혼란과 남한에서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통일에 대한 논의나 준비는 별로 없었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책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들어 있었고 수시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틈에 이 노래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통일은 사실 남북한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숙원사업이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우리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묘수라고 할 수 있다. 자원과 일자리가 부족하고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자영업자들이 대부분 3년 내에 문을 닫고,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통일이 된다면 이런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통일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비전과 강한 염원으로 보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강렬하게 원해야 통일도 가까워질 것이다. 남북통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바둑을 통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1도]는 초보자 시절 접하는 기초적인 모양이다. 남북한의 현재 상황을 바둑돌로 표현하면 이 그림과 같다. 백돌이 남한과 북한처럼 위아래로 두 점씩 분단되어 있다. 이렇게 분단된 돌은 힘이 약하고 생존의 위협마저 느끼게 된다. 각각의 돌이 따로따로 안전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안전을 위하여 국방비에 쏟아 붓는 예산을 생각하면 분단된 돌이 여러 면으로 이중의 부담을 진다는 것을 알수 있다.

[2도]에서는 이 모양이 백1로 연결되었다고 하자. 이렇게 통일이 되면 백돌은 매우 강해지며 생존에의 위협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통일된 한국은 이 백돌처럼 강해진다. 강해지면 주변국에 대한 입김도 세질 것이다. 또한 양쪽이 부담하던 예산을 절감해 효율성을 살릴 수 있다. 이것은 초보자 때 배우는 극히 기본적인 내용인데, 좀 더 현실적인 모양을 살펴보자.

[3도]에서는 흑1로 상하의 백이 분단된 모양이다. 북쪽의 백돌은 삶의 조건을 확보하지 못해 생사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남쪽의 백돌은 30집에 가까운 자산을 가진 부자다. 그렇지만 백집 속에 들어 있는 흑돌을 놓고 따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것은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남한의 여러 가지 골치 아픈 문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4도]의 경우 이 모양이 백1에 두어 통일이 된다고 하자. 이렇게 되면 두 백은 하나로 합쳐지면서 힘이 강해지고 많은 이익이 생긴다. 우선 북쪽의 백돌은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남쪽의 백돌도 내부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

남북통일의 효과를 바둑돌에 비유해 표현해 보았다. 통일이 되면 힘이 강해지며 경제성도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조금은 실감나지 않은가. 물론 통일이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지배층이 현재와 같은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한 남북 합의에 의한 통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처럼 시대의 흐름을 읽고 결단을 내릴 사람이 나오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사태를 주변국에서 언급하고 있다. 이 경우 준비가 안 돼 있다면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될 수도 있다.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급변사태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준비가 안돼 있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중국·일본도 한반도 급변사태 준비하는데…문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위기상황에서의 순발력과 문제해결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래를 멀리 바라보고 준비하는 능력은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그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들이 현세주의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래를 내다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것에는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 통일 대박론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통일이 되었을 때의 다양한 가치를 평가하지 못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비용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런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은 비단 통일 문제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통일을 진정한 대박으로 만들려면 연결된 바둑돌처럼 통일한국이 매우 강하고 안정된 상태가 된다고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의 한국을 예측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기업들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통일한국에 대비하며 전략을 짜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포석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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