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중소·중견기업 후계경영자⑩ 윤유진 유성식품 이사
유망 중소·중견기업 후계경영자⑩ 윤유진 유성식품 이사
곡물 130여종 가공하는 국내 최대 방앗간 기업 … 과자·국산차·맥주·막걸리·라면 원료 공급
국내 현미녹차 원료 70% 공급유성식품은 1982년 윤 이사의 아버지 윤필노(71) 회장이 설립한 기업이다. 쌀과 콩, 옥수수 등을 찌고 빻아서 납품하는 회사다. 당시 국내 제과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과자 원료용 곡물 공급에 나섰다.
기업도 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 납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윤 회장은 좋은 재료를 엄선해 밤을 새워가며 일했다. 단 한번도 납기일을 어기지 않으며 신뢰를 얻었다.
당시 유성식품의 주력 상품은 오리온 치토스와 콘칩에 사용되는 쌀가루였다. 윤 이사는 “다른 곳과 달리 이익 대부분을 장비에 투자한 덕에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입사한 1997년 회사는 또 한번 도약했다. 현미녹차가 유행하며 대기업에서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유성식품은 주요 농협과 태평양, 동서식품에 현미 공급을 시작했고, 한국 최대 현미 공급업체로 성장했다. “최신 설비를 도입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었고, 거래처에 꾸준히 신용을 쌓은 덕에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현미녹차의 70%를 유성식품이 공급했습니다.”
윤 이사의 주요 업무는 영업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경영자는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기업을 찾아 다니며 신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원료를 어떻게 마련해서 공급할지 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틈틈이 현지 농가를 찾아 곡식 수확량과 상태를 파악하고 계약해야 한다. 이후 공장의 주요 장비 운용 상황을 파악해서 어떤 기계를 사용할지 정한다.
모든 공정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는 “쌀가루를 공급할 때에도 기업과 제품에 따라 다른 원료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과자용 칩에는 정부미를, 고급 제품에는 가을에 추수한 햅쌀이 필요하다. 기업마다 원하는 쌀의 종류도 다르다. 경기도 이천쌀, 전라도 나주쌀,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쌀을 따로 구분해서 공급해야 한다.
쌀맛이 제각각이라 자칫 실수하면 제과기업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 작은 실수가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윤 이사는 곡물 가공을 단순하지만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먹거리를 다루는 사업이라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분야라는 것이다. “단 한번의 실수로 그간 쌓은 신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먹거리 파동의 여파로 문닫은 회사가 한 둘이 아닐 겁니다. 99%로는 부족한 게 식재료 사업입니다.”
기업에 커다란 위기가 온 일도 여러 번이다. 윤 이사는 뉴스에 먹거리 파동이란 단어가 보이면 정신이 아찔하다고 말한다. 그는 2007년 녹차파동 당시를 떠올렸다. 국내 녹차 제조 기업들은 중국산 녹차 원료를 사용했다. 그런데 여기서 농약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녹차 소비가 급감하자 유성식품 생산라인도 가동을 멈췄다. 이유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던 사건도 있다. 역시 유성식품은 커다란 손실을 기록했다. 이유식에 들어가는 주요 곡물 가공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재고다. 곡물 특성상 보관이 어렵다. 눈물을 머금고 곡물을 폐기 처분해야 했다.
“2007년 녹차파동으로 회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리야 국내산 현미를 가공하고 있었지만 녹차 판매가 급감한 탓에 가공한 현미를 공급할 길이 없었습니다. 쌓아 놓은 현미 포대 앞에서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나아진 점도 있습니다. 이후 기업들이 국내산 녹차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농가 발전에 도움도 되고 더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생은 했지만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유성식품에서 가공한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OB맥주에서 목 넘김이 부드러운 맥주를 제조할 때 사용한 쌀가루, 서울 장수막걸리에 들어간 곡물, 롯데·오리온·CJ제일제당에서 생산하는 과자의 주원료,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에서 제조하는 라면에 사용된 곡물 등 부지기수다. 막걸리가 인기였을 때는 장수막걸리는 물론 포천 일동막걸리를 비롯 경기도 주요 지역에 막걸리 원료를 납품했다. 이유식 시장이 성장했을 때에는 이유식용 분쇄기만 8대를 운영해 제품을 공급했다.
콩 가공식품이 차세대 먹거리대기업 주문량을 소화해낼 수 있는 곡물 가공기업은 지금 유성식품 한 곳뿐이라 경영은 안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윤 이사는 지속성장을 위해 다음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그의 고민거리는 한국인의 달라진 식생활이다. 과자 소비도 예전 같지 않고, 녹차 소비도 해마다 줄고 있다. 유성식품이 찾은 대안은 콩 가공식품이다. 콩고기·콩비지·콩가루 등 콩을 활용한 식품 재료를 개발 중이다. 콩은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자 건강식품이다. 웰빙 문화가 확산되며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공기로 곡물을 굽는 장비도 새로 장만했다. 뜨거운 공기로 제품을 가공하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제과 기업이 신상품을 구상할 때 도움이 된다. “한국인이 먹고 마시는 제품 상당수에 우리 원료가 들어갑니다.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것이 방앗간 집 큰아들의 소박한 꿈입니다. 정신 바짝차리고 원료 가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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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동막골길 부근은 공업단지다. 다양한 업종의 중소·중견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종 설비에서 나오는 매캐한 공기로 가득한 공단 길을 지나다 보면 문득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게 한다. 콩 볶는 냄새, 쌀 굽는 냄새, 그리고 뻥튀기 기계 앞에서 맡던 옥수수 냄새가 흘러 나오는 건물이 나온다.
국내 최대 곡물가공기업 유성식품이다. 이곳엔 다양한 곡물 가공용 장비가 있다. 볶음기·분쇄기·익스투루더 등 40여종의 기계가 밤낮 없이 130여 종의 곡식을 다룬다. 윤유진(43) 유성식품 이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방앗간”이라고 회사를 소개한다. 그리곤 “곡식을 복고 찌고 삶는 일은 한국에서 단연 우리가 최고”라고 말했다.
국내 현미녹차 원료 70% 공급유성식품은 1982년 윤 이사의 아버지 윤필노(71) 회장이 설립한 기업이다. 쌀과 콩, 옥수수 등을 찌고 빻아서 납품하는 회사다. 당시 국내 제과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과자 원료용 곡물 공급에 나섰다.
기업도 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 납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윤 회장은 좋은 재료를 엄선해 밤을 새워가며 일했다. 단 한번도 납기일을 어기지 않으며 신뢰를 얻었다.
당시 유성식품의 주력 상품은 오리온 치토스와 콘칩에 사용되는 쌀가루였다. 윤 이사는 “다른 곳과 달리 이익 대부분을 장비에 투자한 덕에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입사한 1997년 회사는 또 한번 도약했다. 현미녹차가 유행하며 대기업에서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유성식품은 주요 농협과 태평양, 동서식품에 현미 공급을 시작했고, 한국 최대 현미 공급업체로 성장했다. “최신 설비를 도입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었고, 거래처에 꾸준히 신용을 쌓은 덕에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현미녹차의 70%를 유성식품이 공급했습니다.”
윤 이사의 주요 업무는 영업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경영자는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기업을 찾아 다니며 신제품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원료를 어떻게 마련해서 공급할지 답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틈틈이 현지 농가를 찾아 곡식 수확량과 상태를 파악하고 계약해야 한다. 이후 공장의 주요 장비 운용 상황을 파악해서 어떤 기계를 사용할지 정한다.
모든 공정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는 “쌀가루를 공급할 때에도 기업과 제품에 따라 다른 원료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과자용 칩에는 정부미를, 고급 제품에는 가을에 추수한 햅쌀이 필요하다. 기업마다 원하는 쌀의 종류도 다르다. 경기도 이천쌀, 전라도 나주쌀,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쌀을 따로 구분해서 공급해야 한다.
쌀맛이 제각각이라 자칫 실수하면 제과기업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 작은 실수가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윤 이사는 곡물 가공을 단순하지만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먹거리를 다루는 사업이라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분야라는 것이다. “단 한번의 실수로 그간 쌓은 신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먹거리 파동의 여파로 문닫은 회사가 한 둘이 아닐 겁니다. 99%로는 부족한 게 식재료 사업입니다.”
기업에 커다란 위기가 온 일도 여러 번이다. 윤 이사는 뉴스에 먹거리 파동이란 단어가 보이면 정신이 아찔하다고 말한다. 그는 2007년 녹차파동 당시를 떠올렸다. 국내 녹차 제조 기업들은 중국산 녹차 원료를 사용했다. 그런데 여기서 농약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녹차 소비가 급감하자 유성식품 생산라인도 가동을 멈췄다. 이유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던 사건도 있다. 역시 유성식품은 커다란 손실을 기록했다. 이유식에 들어가는 주요 곡물 가공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재고다. 곡물 특성상 보관이 어렵다. 눈물을 머금고 곡물을 폐기 처분해야 했다.
“2007년 녹차파동으로 회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리야 국내산 현미를 가공하고 있었지만 녹차 판매가 급감한 탓에 가공한 현미를 공급할 길이 없었습니다. 쌓아 놓은 현미 포대 앞에서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나아진 점도 있습니다. 이후 기업들이 국내산 녹차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농가 발전에 도움도 되고 더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생은 했지만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유성식품에서 가공한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OB맥주에서 목 넘김이 부드러운 맥주를 제조할 때 사용한 쌀가루, 서울 장수막걸리에 들어간 곡물, 롯데·오리온·CJ제일제당에서 생산하는 과자의 주원료, 오뚜기와 한국야쿠르트에서 제조하는 라면에 사용된 곡물 등 부지기수다. 막걸리가 인기였을 때는 장수막걸리는 물론 포천 일동막걸리를 비롯 경기도 주요 지역에 막걸리 원료를 납품했다. 이유식 시장이 성장했을 때에는 이유식용 분쇄기만 8대를 운영해 제품을 공급했다.
콩 가공식품이 차세대 먹거리대기업 주문량을 소화해낼 수 있는 곡물 가공기업은 지금 유성식품 한 곳뿐이라 경영은 안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윤 이사는 지속성장을 위해 다음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 그의 고민거리는 한국인의 달라진 식생활이다. 과자 소비도 예전 같지 않고, 녹차 소비도 해마다 줄고 있다. 유성식품이 찾은 대안은 콩 가공식품이다. 콩고기·콩비지·콩가루 등 콩을 활용한 식품 재료를 개발 중이다. 콩은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자 건강식품이다. 웰빙 문화가 확산되며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공기로 곡물을 굽는 장비도 새로 장만했다. 뜨거운 공기로 제품을 가공하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제과 기업이 신상품을 구상할 때 도움이 된다. “한국인이 먹고 마시는 제품 상당수에 우리 원료가 들어갑니다.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것이 방앗간 집 큰아들의 소박한 꿈입니다. 정신 바짝차리고 원료 가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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