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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비세 인상 그 후 일본 경제는 어디로

日 소비세 인상 그 후 일본 경제는 어디로

2차대전 때처럼 ‘부채 화폐화’로 하이퍼인플레이션 우려
소비세 인상 하루 전임을 알리며 할인 제품을 쌓아놓고 팔고 있는 일본 도쿄의 한 전자 매장.



소비세 인상은 일본 사회와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규모 돈 풀기로 반짝 생기를 찾았던 경제는 별탈 없이 운항을 지속할 수 있을까. 연초부터 일본 안팎의 전문가들이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두려움이 깊어갈수록 일본 당국의 정책도 위험수위를 더할 수 있다. 이런 초조함과 무모함이 일본 경제를 어디로 이끌지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실로 1년여 만에 다시 갈림길에 섰다.

4월 1일을 기해 일본의 사업자와 소비자가 사고파는 재화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소비세 인상분(5→8%)은 근원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를 2%포인트 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밤 사이 가계의 실질 소득은 그만큼 줄었다. 때를 같이 해 오르는 게 많다.

일본의 70~74세 인구의 의료비 부담이 20% 높아지고 이들의 연금은 0.7% 감액된다. 전력회사와 가스회사들도 에너지 수입가격 상승을 이유로 다시 요금을 인상했다. 가계에 미치는 충격을 덜기 위해 전기와 가스요금에 붙는 소비세 인상분은 5월치 요금에 반영한다고 하니 두 달 연속 요금이 오르는 셈이다.

가계 살림에는 그야말로 더블펀치다. 엔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이미 생필품 가격 상승을 경험한 서민들에게 소비세 인상까지 더해져 살림살이는 점점 팍팍해지게 된다. 이와 달리 요란스럽던 임금 인상은 몇몇 대기업 임직원에 국한됐을 뿐이다.

근로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임직원과 비정규직은 아직까지 큰 혜택을 입지 못했다.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춘투를 지나면서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이 1~1.5% 가량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는데, 갑자기 3% 중반에 이른 물가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물건값 오르는데 임금은 제자리그렇다고 살림살이가 당장 표나게 위축되지는 않는다. 물건 값이 몇 엔, 몇 십엔 오른다 해서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겠냐고 큰 소리치는 기업인도 있다. 하지만 민간의 고통은, 저소득층의 고통은 시간을 두고 누적적으로 깊어간다. 저들의 처진 어깨를 위해 아사다 마오는 당분간 더 빙판을 누벼야 할지 모른다.

4월을 맞이하는 아베 내각의 분위기는 아주 결연하다. 재무성은 연간 예산의 40%를 4~6월 중 쏟아 붓겠다고 나섰다. 아베 신조 총리는 “부활의 발판을 무너뜨리는 일은 없다”고 호언하며 그간 유명무실했던 세 번째 화살(성장전략)을 다시 꺼내 들었다. 경제특구의 구체안을 관계부처가 조속히 마련해 실행에 옮겨달라고 독려한 거다. 이렇게 부산을 떠는 것은 그만큼 소비세 인상에 대한 일본 정치권의 트라우마가 뿌리 깊기 때문이다.

시장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곳은 일본은행(BOJ)이다. 내수가 가파르게 꺾여 일자리와 성장률이 크게 훼손되면 물가목표 달성도 힘들어지니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추가 완화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양적완화의 주요 수단이 되는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은 이미 지난해 내놓은 양적·질적 완화책(QQE)만으로도 일본국채(JGB)시장에 심각한 왜곡을 가하고 있다.

일례로 3월 28일 익일물 단기레포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채를 담보로 단기 자금을 빌리는 측이 이자를 지불한 게 아니라 웃돈을 받아갔다는 이야기다. 회계연도말(2014년 3월 말) 기관들의 국채수요가 급증한 탓도 있지만 BOJ가 시장 내 국채를 쉼 없이 빨아들여 유통되는 국채가 고갈된 탓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채시장의 수급이 조금만 엇나가도 국채가격이 심하게 요동친다. 아직은 BOJ가 국채금리를 힘으로 억누르고 있지만 BOJ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순간 국채시장의 긴장감은 고조될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BOJ가 국채매입을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까. 향후 양적완화 확대는 잘해야 한번 정도다. 보조 수단으로 ETF 매입 확대 등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최근 하마다 고이치 내각참여가 외신과 했던 인터뷰 내용은 흥미롭다. 하마다는 아베노믹스의 주요 브레인으로 아베의 경제 스승이라 일컬어진다. 주요 발언부터 보자. “4월 소비세율 인상 영향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국채매입을 두 배로 확대해야 한다. 금기에 맞서야 한다. 금기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경기가 심각하게 나빠지면 신규 발행되는 장기 국채를 BOJ가 모두 사들이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현재 일본은행은 연간 50조엔씩 국채 보유액을 늘리고 있다. 하마다의 말처럼 국채매입액을 또 다시 두 배로 늘리면 국채시장이라는 것 자체가 사라진다. 그냥 BOJ가 국채를 직접 인수하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중앙은행에 의한 부채 화폐화(Debt monetization)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중 취했던 그 정책이다.

일본은행이 발간한 100년사(史)를 보면 이 시절에 대한 내부 통찰이 담겨 있다. “1935~1944년에 걸쳐 약 10년 간 정부 일반회계 지출은 10배 팽창했다. 그 기간 일본은행은 국채 무제한 인수자로 변질돼 버렸다.” 패전 후 일본을 기다린 것은 하이퍼인플레이션이다. 일본은행의 이 같은 통찰은 두 번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반성이다.

하마다가 필요하면 ‘깨라’고 말한 ‘금기’는 바로 이 같은 ‘부채 화폐화’를 의미한다. 극강의 돈 풀기로 나아가자는 이야기다. 예일대 명예교수인 하마다가 이런 정책이 불러올 부작용을 모를 리 없다. 현실화 가능성을 논하기 앞서 하마다가 보기에 일본은 2차 대전을 치른다는 각오가 필요한 비상 시기인 거다.

혹은 향후 또 다른 금융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취할 수 있는 정책, 남은 정책이라곤 ‘금기 깨기’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그리고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내뱉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어떤 종류의 실험이 됐든 일본이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면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손가락을 깨물며 지켜볼 것이다.



아베의 경제 스승 “금기를 깨라”일본의 2분기(4~6월) 경기 흐름은 소비세 영향으로 부진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3분기다. V자 반등이 아닌 횡보세를 보인다면 내부 동요는 커질 것이고 ‘돈 풀어 안 되면 더 풀면 된다’는 식의 해법에도 근본적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아베의 정치적 돌파구는 우경화다. 이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무기수출의 빗장을 열기로 한데 이어 4월 중 ‘안보법제간담회’의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집단자위권’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베는 4월 23~25일 일본을 방문하는 오바마와 만나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을 논의할 것이다. 이는 향후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대와 아시아 안보에서 일본의 역할, 그리고 미국의 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등 대(對)중국 봉쇄전략의 기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주변국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금융부실 해소와 구조조정 등 내부적으로 힘겨운 숙제를 안고 있는 중국의 올해 핵심 대외 노선은 ‘반일(反日)’이다.

최근 독일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2차대전 중 일본의 잔학행위는 우리의 기억에 새록새록 하다”고 돌직구를 날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꽃피는 봄날 경제만 불안한 게 아니다. 대중의 불만과 불안감을 등에 업고 한반도 주변 정세마저 다시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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