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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 세계 무대에 파장 일으키다

start-up - 세계 무대에 파장 일으키다



창조경제 바람을 타고 ‘제2의 벤처 붐’이 일고 있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주최한 글로벌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인턴십 프로그램(GSIIP)은 한국 스타트업의 세계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됐다. GSIIP는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해외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벤처캐피털 퀄컴벤처스의 권일환 한국지사장은 “이런 프로그램으로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늘면 벤처 환경이 점점 좋아질 것”이라며 “이미 해외 시장에 나간 벤처 1세대들이 투자 유치나 인맥 관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GSIIP로 10개의 스타트업이 국내외 벤처캐피털리스트로부터 투자를 받고 글로벌 기업과 서비스를 제휴할 기회를 얻었다. 이 가운데 유망한 스타트업 두 곳을 취재했다.




모바일 보안전문업체 에스이웍스“1 등보다 하나뿐인 기업 되겠다”모바일 보안 시장에서 모바일 앱 악성 소프트웨어의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모바일 앱 보안전문기업 악산테크놀러지스(Arxan Technologies)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7년까지 총 200조 건의 앱이 다운로드될 것”이라며 “정부기관과 기업, 개인이 앱 보안 상태를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이웍스(Seworks)는 ‘바이너리 레벨 난독화 기술’을 보유한 모바일 보안전문업체다. 이 기술은 앱 내부의 핵심기술과 소스코드를 암호화해 해킹 위협으로부터 보안을 강화해주는 모바일 보안 소프트웨어다. 앱의 소스코드를 1차로 보호하고, 해커가 소스코드를 읽지 못하게 난독화해 이중으로 앱을 보호한다. 홍민표(37) 에스이웍스 대표가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

홍 대표는 중3 때부터 독학으로 해킹을 배웠다. 컴퓨터에 빠지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주산이었다. 수학을 잘해 주산학원에 간 홍 대표에게 어머니는 “이제 주산의 시대는 갔으니 컴퓨터를 배워라”고 조언했다. 컴퓨터 학원에서 게임과 프로그래밍을 배운 홍 대표는 밤마다 해킹에 빠져들었다.

2000년에는 KAIST가 주최한 ‘세계해킹대회’에서 1등을 했다. 현재 40여 명으로 구성된 해커 집단 와우해커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해킹이 재미있어 평생 일로 하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철 없을 때는 외국 사이트를 공격한 적도 있지만 이제 ‘화이트 해커’로서 해킹 실력을 좋은 일에 쓰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쌓아 온 실력으로 에스이웍스의 간판 제품인 ‘메두사’가 탄생했다. 메두사는 모바일 앱 보안 전문 프로그램으로 B2B(기업 간 거래) 방식으로 유통된다. 코스콤, 삼성에스원 등의 회사가 에스이웍스의 고객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글로벌 모바일 기업 퀄컴의 벤처캐피털인 퀄컴벤처스로부터 15억원을 투자 받아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소프트뱅크벤처스도 이 회사에 15억원을 투자했다.

권일환 퀄컴벤처스 대표는 “에스이웍스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 스토어에 있는 유료앱 톱100 중에서 70%는 해킹당합니다. 특히 금융 거래와 관련한 앱은 해킹 당할 위험이 높습니다. 이런 위험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83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앱 시장에 큰 타격을 주고 있어요. 에스이웍스는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앱을 위한 바이너리 레벨 난독화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이 앱은 기존의 소스코드 난독화 솔루션보다 안전하고 이중으로 지켜주기 때문에 모바일 보안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였습니다.”

홍 대표는 에스이웍스의 경쟁자로 악산테크놀로지스를 지목했다. 그가 자신 있게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 나선 것은 기술력을 믿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시작한 보안 회사가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에스이웍스는 실력 있는 해커들로 구성된 팀이

고 처음부터 세계 시장이 타겟이었습니다.” 그는 “넘버 원보다 유니크(unique)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에 구미뿐만 아니라 일본, 싱가폴에 지사를 설립하고 메두사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번역 서비스 업체 플리토 “번역하지 마세요, ‘플리토’ 하세요”미국 시장조사업체 ‘커먼 센스 어드바이저리’ 조사에 따르면 언어와 관련한 아웃소싱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347억 달러(약 37조원) 정도다. 154개 국가에 2만7600개의 통번역 서비스 업체가 있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아직 없다. 플리토는 2012년 8월 이정수(33) 대표, 강동한(34) 이사, 김진구(35) 이사가 공동 창업했다. 세 공동 창업자는 SK플래닛에서 함께 근무하다 이 대표의 제안으로 의기투합했다. 이 회사는 이미지·보이스·텍스트의 번역 플랫폼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번역을 신청하면 수백 명의 아마추어 번역가에게 이 내용이 전달된다. 번역가들의 수많은 결과물 중에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그 번역가는 포인트를 받는다. 포인트는 현금으로 바꾸거나 플리토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기부금으로 낼 수도 있다. 플리토는 사용자와 번역가를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얻는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번역 서비스를 시작해 올 3월까지 175만 건의 번역 요청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요즘은 매일 평균 1만8000건의 번역 요청이 들어온다. 수수료는 건당 20~50%다. 올 3월 기준 70만 명의 번역가가 등록돼 있고 250만 명 사용자가 170개국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영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17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

플리토가 주목 받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나 일반 대중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아마추어 번역가를 활용해 번역 플랫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플리토는 스마트폰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모바일을 이용해 접근 가능성이 커지고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여 참여자 범위를 무한하게 넓혔다”고 설명했다. 이런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은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벤처캐피털 DSC인베스트먼트의 윤건수 대표 역시 플리토의 잠재력에 주목해 8억원을 투자했다.

윤 대표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들이 번역 서비스를 더 필요로 한다”며 “번역의 필요성을 잘아는 아시아 회사로서 소비자의 니즈를 더 잘 파악해 유럽·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특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플리토가 글로벌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영국 테크스타즈 런던 (구 스프링보드 런던)의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창업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 역시 윤 대표가 투자를 결심한 이유다. 테크스타즈 런던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12년 12월 이 대표는 테크스타즈 런던에서 13주 동안 ‘IT 스타트업 트레이닝’을 받았다. 테크스타즈 런던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선발된 스타트업에 각 팀 당 1만8000달러를 투자하고 그 투자금에 6%의 지분을 갖는다. 세 달 동안 시장 전략, 아이디어, 고객 관리, 파트너 협력 구축, 프로젝트 개발, 펀드레이징 등과 관련한 지식을 제공한다. 이 대표는 “제품 홍보 전략, 제품 개발과 관련한 문제 해결 방법, 법적 절차 등을 배우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어 좋았다”며 “사업 초기에 돈이 없어 사지 못한 소프트웨어나 서버도 쓸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테크스타즈 런던의 매니징 디렉터 존 브래드포드 역시 플리토의 플랫폼이 다른 번역 서비스와는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기존의 많은 온라인 번역 플랫폼은 번역 서비스가 필요한 회사들을 상대로 B2B 비즈니스를 진행한다. 하지만 플리토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인터넷과 언어 능력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번역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현재 플리토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JYP 등과 데이터 공유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와도 서비스 제휴를 했다. DSC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이후 올해 3월까지 투자 받은 자금은 30억원이다. 이 대표는 이 자금으로 미국, 중국에 사무실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목표 매출은 50억원이다. “‘번역하지 마세요, 플리토하세요’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이해하는 날이 올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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