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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WARMING - 풍차로 허리케인을 막는다

GLOBAL WARMING - 풍차로 허리케인을 막는다

근해에 풍력발전 지대를 조성하면 허리케인을 저지하면서 전력도 생산할 수 있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날씨를 통제하려 애써 왔다. 고대 근동 사람들은 특별한 사당에 부적을 붙여 놓아 폭풍우 신에게 자비를 빌곤 했다. 훗날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북서부의 공통 문화권)의 마야인들은 날씨를 조작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여자들을 우물에 던져 넣어 비를 내리게 하려 했다.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보지 못하자 과학이 그 뒤를 이어받으며 약간 더 큰 행운이 따랐다. 예컨대 1940년대 베르나르 보네거트(소설가 커트 보네거트의 형)가 주도한 ‘구름씨 뿌리기 (cloud seeding)’다. 구름에 요오드화은 같은 화학물질을 뿌려 빗방울이나 눈송이의 생성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몇몇 경우 이 방법으로 강수량이 10% 늘어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작물에 물을 주고자 할 경우엔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사는 집이 허리케인에 한 줌의 성냥개비처럼 날아가 버리지 않기를 바랄 경우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과학자들이 대자연의 강력한 폭풍우들을 통제하려 갖가지 아이디어들을 시도했지만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수년간 공상과학보다 더 희한한 제안들이 다수 쏟아져 나왔다.

예를 들어 폭풍우의 눈을 핵으로 공격하는 방안은 매년 허리케인 시즌마다 제안된다고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말한다. 폭풍우의 한복판에 거대한 얼음덩이를 떨어뜨리는 방안, 허리케인의 아랫부분을 연기로 채우는 아이디어도 있다(이 방법은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 대학의 다니엘 로젠펠드 연구팀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스탠퍼드대 공학자가 최근 내놓은 허리케인 길들이기 전략은 공상과학보다 더 과학적인 듯하다. 풍력발전 단지를 세우는 방법이다. 토목 및 환경공학 교수인 마크 Z 제이컵슨은 20년 넘게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대기오염, 기후 및 에너지 인프라를 연구해 왔다. 그의 최근 연구 중에는 근해의 풍력발전 설비를 주로 이용하는 미국의 새 에너지 개발 방안도 있다.

슈퍼 폭풍우 샌디가 지나간 직후 뉴욕시에서 이 방안을 주제로 강연할 때 청중 한 명이 물었다. “바다에 풍력 터빈을 다수 설치할 경우 터빈들이 허리케인으로 쓰러지지 않을까요?”“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제이컵슨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것을 알아볼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동해안이나 걸프만 또는 멕시코 만안 전체를 따라 터빈을 세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제이컵슨은 샌디와 카트리나 등 여러 폭풍우 관련 데이터뿐 아니라 다른 풍력 터빈들의 기계적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다. 델라웨어대의 크리스티나 아처, 윌렛 켐프턴과 함께 그런 데이터 등을 토대로 이들 해안선에 풍력발전 설비로 완충 지대를 설치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했다.

그들은 폭풍이 육지에 다다를 무렵의 풍속을 풍력발전 설비들이 대략 절반 가량 줄일 잠재력이 있음을 알아냈다. 어떤 방법일까? 바람이 터빈 날개를 돌리며 통과할 때 바람의 운동 에너지 중 일부가 전기 에너지로 바뀐다. 이론상 이 같은 변환 과정 중 바람에서 운동 에너지가 추출되면서 실제로 바람의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카트리나는 사피어-심슨 허리케인 등급(Saffir-Simpson Hurricane Wind Scale)에서 강력한 4등급 폭풍이다. 육지에 도착할 때의 풍속이 시속 225㎞였다. 동부 허리케인은 대부분 더 약하다. 평균 속도가 시속 119~177㎞ 선이다. 그런 허리케인의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면 열대성 저기압이나 폭풍의 수준으로 위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제이컵슨은 말한다.

폭풍 해일(storm surge)은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해안을 따라 평소 조류보다 훨씬 높이 솟아 오르며 통상적으로 광범위한 홍수를 유발할 때를 말한다. 풍력발전 지대가 폭풍 해일을 최대 79%까지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제이컵슨의 조사는 예상한다. 풍속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폭풍 해일을 계산하기는 어렵다. 사피어-심슨 허리케인 등급은 2010년부터 항목분류에서 해일을 제외했다. 그러나 폭풍해일은 “종종 허리케인이 생명과 재산에 미치는 최대의 위협”이라고 NOAA는 말한다. 따라서 폭풍해일이 줄면 재해 피해도 감소할 수 있다.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경우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했다면 풍속을 시속 158㎞까지 떨어뜨리고 폭풍해일을 79% 줄일 수 있었다.
그의 계산에 근거할 때 뉴욕에서 워싱턴 DC에 걸쳐 터빈 10만 개의 풍력발전 지대를 조성했다면 샌디의 풍속을 시속 140㎞까지 떨어뜨리고 폭풍 해일을 34% 줄일 수 있었다. 카트리나의 경우 같은 수의 터빈으로 풍속을 시속 158㎞까지 떨어뜨리고 폭풍해일을 79%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이들 허리케인을 약화시키는 풍력발전 설비들이 상당량의 청정 에너지를 생산하는 부가적인 혜택도 있다. 근해에 1만4000개의 풍력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2050년까지 뉴욕주 에너지 수요의 45%를 공급할 수 있다. 제이컵슨의 에너지 인프라 통계에서 나온 수치다(현재는 미국 어디에도 근해 풍력발전 설비가 없다. 반면 유럽에는 2080개의 근해 터빈이 설치되어 전력망에 연결돼 있다고 유럽풍력에너지협회가 밝혔다).

기상 전문가 공동체는 강한 회의로부터 절제된 흥분에 이르기까지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매력적인 이론이라고 NOAA의 허리케인 연구원 마크 D 파월은 말한다. 제이컵슨은 풍력발전 설비로 허리케인에 대처하는 방안을 생각한 최초의 과학자로 손꼽힌다. NOAA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파월은 말한다.

그래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허리케인 헌터’ 비행기를 터빈 설치 추천 지역에 띄울 계획이라고 한다. ‘허리케인 헌터’는 매 시즌 기상 연구 목적으로 폭풍 속으로 날려보내는 비행기들이다. 이들 지역에서 수집한 허리케인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허리케인이 터빈 날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과학자들이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케리 에마누엘은 매사추세츠 공대의 기후 학자다. 제이컵슨 아이디어의 단순함을 높이 평가한다. “아주 간단명료한 계산”이라고 그가 말했다. “상당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혁신적인 돌파구라는 뜻은 아니다. 에마누엘은 제이컵슨의 가설이 어떤 식으로든 검증이 가능할지 우려한다.

“자연에서 테스트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후원하는 허리케인 통제 프로그램 스톰퓨리 프로젝트(Project Stormfury)를 한 예로 든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운영됐지만 실패로 끝났다. 스톰퓨리는 비행기를 이용해 허리케인 구름의 씨앗을 뿌리면 그 구름들이 얼면서 바람이 약해지리라고 가정했다. 하지만 명백한 실패였다(구름을 얼려 허리케인을 잠재우는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에마뉴엘이 말했다. “통제된 환경에서의 실험이 아니다”고 그가 설명했다. “허리케인이 약해질 경우 원래는 약해지지 않았을 상황이었으리란 걸 어떻게 알겠는가? 강해질 경우 원래는 더 강해지지 않았으리란 걸 어떻게 알겠는가?”

비용 문제도 있다. 터빈이 제 값을 하리라고 제이컵슨은 주장한다. 수십 억 달러 규모의 허리케인 피해를 예방하는 한편 전력도 생산한다. 하지만 제이컵슨 모델의 10만 개 터빈 설비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풍력발전 설비 가격도 실행 가능성에 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로드아일랜드 앞바다의 풍력발전 설비안은 불과 5개의 터빈으로 이뤄진다. ‘프로비던스 저널’에 따르면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3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게다가 회의론자들도 있다. 제이컵슨의 풍력발전 이론에 관해 처음 물었을 때 뉴욕에 있는 퀸즈 칼리지의 북부 허리케인 전문가 니콜라스 카치는 비명을 올렸다. “맙소사!” 이어 카치는 그 전제를 단호히 부정했다. “풍력발전 단지가 바람의 에너지를 그만큼이나 약화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그가 말했다. 하지만 강한 불신을 나타내면서도 그 제안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

수년전 그는 에마뉴엘을 포함한 다른 여러 과학자들과 함께 허리케인에 관한 PBS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시청자 전화참여 코너도 있었다. 전화를 한 시청자 중 한 명도 풍력발전 설비로 이들 대형 폭풍을 억제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 신사는 “플로리다 해안을 따라 풍차를 세워 바람으로 허리케인을 아프리카로 돌려 보내자고 했다.” 카치가 웃으며 회상했다.

풍력발전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과학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허리케인의 영향을 약화시키기 위한 어떤 방법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제방으로부터 방파제, 방조제, 모래언덕까지 모두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선 NOAA는 허리케인을 약화시키거나 예방할 가능성을 전혀 조사하지 않고 있다. 대신 “허리케인에 관한 예측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파월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알면 도시들이 불가피한 상황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다. 그리고 너무 늦기 전에 대피하는 방법이 여전히 상책일지 모른다.

물론 허리케인의 확실한 대책 한 가지는 있다고 카치가 말했다. 물이 범람할 만한 곳에 건물을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 회피와 완화가 유일한 정답이다. 해발 6m 이하의 지역은 버리는 식”이라고 그가 말했다. “인기 있는 방법은 아니다.”

뉴올리언스나 뉴욕 같은 지역이 때로는 허리케인의 진로에 놓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수세기에 걸친 개발과 정착을 포기하는 일 또한 불가능하다. 이들 깊게 뿌리내린 지역 공동체의 입장에서 그곳을 떠나는 대안은 아예 고려할 가치도 없다. 그래서 제이컵슨의 풍력발전 설비 같은 새 이론이 이제껏 거의 깜깜하던 암흑 속에 한 줄기 희망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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