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DRAMA - 김희애와 잠시 ‘밀회’에 빠지다
JTBC DRAMA - 김희애와 잠시 ‘밀회’에 빠지다
40대 여성, 직업은 억대 연봉을 받는 예술재단 기획실장, 남편은 유명 사립대의 음대교수. 이 정도면 현실에서 부러울 게 없는 완벽한 삶이다. 그녀는 20세 청년을 만나게 되면서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청년은 자신이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왔던 퀵서비스 배달원. 그들의 위험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은 남편의 분노도 막을 수 없는 것인가.
최근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JTBC 월화드라마 ‘밀회’의 주인공 오혜원 역을 맡은 김희애(47)를 만났다. 깔끔한 검은색 투피스 정장에 긴 진주 목걸이로 한껏 멋을 부린 그는 드라마 속 그 모습 그대로였다.
40대 여배우로서 파격적이고 매력적인 역할을 맡은 것 같다. 놀랄 만한 변신인데, 오혜원이란 인물을 어떻게 생각하나.
젊은 사람을 사랑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솔직하게 얘기해봐요. 오혜원과 아름다운 천재 청년이 똑같이 교감했는데 마음이 안 움직일까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정신감정을 받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피아니스트 선생님에게 ‘실제로 이런 일이 있나요’ 하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완전히’ 흔한 이야기라고 하더라고요. 조사는 안 해봤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연기가 김희애 씨의 배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요.
터닝포인트요? 글쎄요. 행복한 일인 것만은 분명해요.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또 언제 이런 역할을 해볼 수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웃음)
유아인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칭찬할 점이 정말 많은 배우예요. 우선 너무 귀엽지 않아요? 눈이 참 맑아요. 남자의 거친 매력도 있고요. 피아노를 치면 아름다움도 느껴져요. 배우 중에서는 외모가 예쁜 사람이 있고, 정말 배우 같은 느낌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유아인 씨가 그래요. 상대 배우를 잘 만난 거죠. ‘배우 같다’ 이게 정말 특급 칭찬인 것 같아요. (밀회 2회에서 선재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감명을 받은 혜원은 그의 볼을 잡아당기며 “이건 특급 칭찬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지난 4월 8일에 방영된 8회에서 김희애와 유아인이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장면이 그려져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이날 베드신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연출 기법이 등장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직접적인 노출보다 청각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섬세하고 아름답게 두 사람의 베드신을 그렸다.
‘ 남녀의 사랑’ 외에도 김희애 씨가 생각하는 ‘밀회’의 또 다른 볼거리를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 육체적인 사랑, 그런 게 다는 아니에요. 우리 드라마에서 음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어요. 제 어머니가 70대인데 드라마에 나온 곡들이 너무 좋다고 리스트를 뽑아달라고 할 정도예요. 클래식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에게도 ‘클래식이 좋다’고 느껴지니까요.
김희애의 말대로 ‘밀회’는 작품의 설정뿐만 아니라 극중 ‘음악’도 큰 화제다. 남녀 주인공인 오혜원과 이선재의 사랑을 대사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해주는 장치가 바로 음악이다. 그들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피아노 격정신’으로 불리며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달궜다.
피아노 연주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노출 장면보다 자극적이라는 평이 많았는데 배우로서는 어땠나요?
(웃음) 저도 그 장면을 여러 번 봤어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번 봤죠. 사실 그전에는 내가 출연한 작품을 한 번 이상 본 적이 없어요. 우연히 TV채널 돌리다가도 제가 나오면 놀라서 다른 곳으로 돌리거든요. (웃음) 자꾸 보게 되고, 보고 싶은 장면이 있는 그런 작품이라 촬영하면서 저도 많이 놀라고 있어요.
피아노 합주 장면이 나오기까지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아요.
유아인 씨도 그랬을 거고, 저도 그 곡을 여러 번 들었어요[이 합주곡은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Fantasie in F Minor for Piano Four-Hands, D. 940)’다]. 여러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모두 찾아서 봤어요. 그들이 곡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죠. 표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과하면 부담스럽지만, 어느 정도는 표현해야 하잖아요. 어느 정도로 조절해야 할지 그게 가장 고민이 됐죠. 연주를 자주 듣고 봐서 그런지 ‘(배우로서) 나중에는 오혜원이라는 인물이 돼서 연주를 했죠. 정말 감동적이었고, 시청자들에게도 그 감동이 전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밀회’는 2012년 JTBC에서 방영한 ‘아내의 자격’에 이어 김희애가 안판석 감독과 호흡을 맞춘 두 번째 작품이다. 안 감독은 ‘아내의 자격’에서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강남 상류층의 위선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안 감독은 2012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희애 때문에 연출 노선을 바꿨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안판석 감독과 두 번째 작품으로 만났는데 ‘아내의 자격’에선 무엇이 좋았나요?
안 감독님은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 주세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고, 지적해줘요. 한번은 ‘좋은 드라마는 뭘까?’를 생각한 적이 있어요. 시청률일까요? 시청률만 높으면 좋은 드라마인가요? 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어릴 때 라면 먹으면서 힘들게 일할 때도 충분히 재미있고 행복했거든요. ‘아내의 자격’을 찍을 때도 너무 행복했어요. 감독님은 마치 얽힌 실타래를 풀듯 자연스럽게 작품을 만들어요. 지난해 4월 안 감독님이 ‘밀회’를 구상한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하고 싶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화려하면서도 고독한 직업이라고 하는데요.
한 작품 하는데 대본 받고, 촬영하다 보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려요. 그동안은 온전히 그 역할에 빠져 있어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어요. 오히려 외로움이 사치죠. 하지만 방송이 끝나거나 영화가 극장에서 막을 내리면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요. 김희애라는 배우와 함께해준 캐릭터를 떠나보낼 때는,그 캐릭터에게 고맙기도 하고 좀 더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그게 바로 외로움이겠죠?
혹시 잊을 수 없는 ‘밀회’ 같은 일이 있었나요?
드라마 ‘밀회’에 출연한 게 바로 ‘밀회’인 거 같아요. 저한테도 그렇고, 시청자에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한국 드라마사에서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자신도 있고요. 꿈은 크게 가지라고 들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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