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PANGYO-ASSETPLUS INVESTMENT MANAGEMENT

PANGYO-ASSETPLUS INVESTMENT MANAGEMENT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강남을 벗어나 판교에 사옥을 지었다. 주식 가격과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주식 가치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확고한 운용 철학으로 ‘100년 펀드’를 키울 터전이다.
판교에 신사옥을 지은 강방천 에셋플러스 자산운용 회장. 사옥의 불빛이 판교의 밤을 환하게 비춘다.



4월 3일 판교역 1번 출구에서 맞은편 판교 테크노밸리 단지로 이어지는 거리로 들어서자 번쩍번쩍 빛나는 새 빌딩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한쪽 벽면이 통유리에 독특한 모양의 회색 건물 앞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얼굴을 보면 알만한 여의도 유명 인사들이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신 SK증권 대표, 조재민 KTB자산운용 대표,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대표 등 금융사 CEO들이었다. 여기에 국내 가치투자 대가로 손꼽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가 보였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판교에 사옥을 지은 강방천(54)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 달 전 본사를 강남 파이낸스센터 빌딩에서 이곳으로 옮겼다. 이날은 본사 오픈식이었다. 한국형 ‘실리콘 밸리’로 불릴만큼 IT기업이 몰리는 판교에 금융사 본사가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교 신사옥은 지하 5층, 지상 11층 규모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하 에셋플러스)의 슬로건 ‘리치투게더, 리치코리아(Rich Together, Rich Korea!)’에서 딴 리치투게더센터로 불린다. 11층엔 운용사로는 드물게 직원 전용 휴게실을 마련했다. 요즘 아침마다 직원을 위한 뷔페식 식사를 제공한다. 한 켠에는 에셋플러스가 15년간 지켜온 투자 철학과 원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에셋플러스 스토리관’을 만들었다.

강 회장은 도전을 즐기는 모험가다. 35세에 증권사를 나와 부티크를 차렸다. 외환위기 이후 폭락장에서 1억원을 갖고 1년 10개월 만에 156억원을 벌었다. 지금도 증권가에 전설처럼 회자되는 얘기다. 그는 1999년 이 자금을 종잣돈으로 에셋플러스 투자자문을 설립했고, 10년 후 자산운용사로 전환했다.

이 뿐이 아니다. 펀드 업계에선 ‘이단아’로 통했다. 국내 최초로 증권사나 은행을 거치지 않고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직판을 단행했다.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투자 철학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였다. SNS 등 마케팅 환경이 바뀌면서 간접 판매로도 가능하다는 확신이 선 지난해 말까지 무려 5년 동안 직판을 고수했다.

하지만 그는 고집스런 투자 철학과 원칙이 틀리지 않았음을 수익률로 보여줬다. 지난 3월 중순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 1000억원 이상인 31개 운용사 가운데 에셋플러스가 지난 5년간 누적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누적수익률은 무려 144.13%에 이른다.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률은 낸 곳도 에셋플러스다.

4월 8일 다시 에셋플러스 사옥을 찾았다. 강 회장이 서울을 떠나 판교로 둥지를 옮긴 이유를 자세히 듣기 위해서였다. 은발에 시원한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강 회장이 반갑게 맞아줬다. 그는 “15년 전부터 마음에 담아온 소망을 이뤘다”고 했다. “펀드매니저에겐 주식의 가치를 해석하고, 상상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가격만 존재하는 여의도 전광판이나 시장의 소문과 떨어진 이곳이라면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 거죠. 마음먹은 순간 바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웃음)

흥미롭게도 강 회장의 투자법은 인연을 맺은 지역과 연관이 깊다. 그 곳에서 투자 원칙을 만들고, 이론을 강화했다. 우연히도 모든 투자이론이 확립된 이후 판교에 사옥을 지었다.



전남 신안군 암태도

- 고도(孤島)캠퍼스의 교재는 라디오와 지도투자의 뿌리를 마련한 곳은 고향이다. 그는 전남 신안군 암태도라는 섬에서 자랐다. 하루에 배 한 대만 오가는 조용한 섬마을이었다. 호남 명문고인 목포고를 진학하기 위해 뭍으로 나오기까지 섬이 세상의 전부였다. 강 회장은 고향을 고도(孤島)캠퍼스라고 불렀다. 그의 투자 방식에 가장 중요한 ‘해석과 상상력’을 배웠기 때문이다. 교재는 라디오와 지도였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방과 후 부리나케 달려간 곳은 약국 앞이었다. 섬에서 유일하게 라디오가 있어서다.

TV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때다. 강 회장은 매일 약국 담벼락에 앉아 밖으로 들려오는 라디오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기회가 되면 KBS, MBC, CBS의 방송 뉴스를 번갈아가며 하루 종일 들었다. 강 회장은 “아나운서 얘기를 따라가며 상상하는 게 즐거웠다”고 했다. “당시 라디오 뉴스의 단골 메뉴는 월남전이었습니다. 우리 군인이 칼과 탱크로 베트공을 물리쳤다는 소식을 들으면 칼의 모양, 탱크의 규모, 싸우는 장면까지 모든 것을 머릿속에 그렸지요.”

집에 돌아와선 지도부터 챙겼다. 뉴스에 등장했던 나라나 지역을 찾기 위해서다. 당시 사회과부도 같은 지도책은 섬에서 귀했다. 그는 친척 형에게 어렵사리 얻은 세계 지도 낱장을 벽에 붙여놓고 들여다보며 또 상상했다. “지도는 세부지역을 확장할 수도, 반대로 모든 것을 한 페이지로 압축시킬 수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현미경적인 치밀한 시각과, 망원경적인 원대한 사고관을 키울 수 있었지요.”

그의 상상력은 투자에 많은 영향을 줬다. 하나의 현상을 접하면 좀 더 멀리본다. 강 회장의 연상투자법이다. 예컨대 아파트 건설 붐이 일면 수많은 투자자는 건설주를 사들인다. 그는 아파트 건설로 폭발적인 수요가 늘어날 도시가스업체를 유망하게 봤다. 세탁기가 중국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는 뉴스를 접하면 가전업체보다 세제 수출업체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실제 1999년 홈쇼핑이 인기를 끌때 택배업체를 좋게 보고, 한진 주식을 대거 매입해 100여억원을 벌었다.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 - 자전거 타며 인프라 중요성 깨닫다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에 살던 강회장은 본사 이전에 앞서 2012년 말 서판교 운중동의 아펠바움으로 이사를 갔다. “청계산 자락에 있어 충분히 자연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타워팰리스엔 2004년 말부터 8년 가까이 살았다.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왔지만 답답함을 느꼈다. 강 회장은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자연이 좋다”고 했다. 그러다 발견한 게 아파트 근처의 양재천이다.

특히 양재천을 따라 잘 조성된 자전거 도로가 눈에 띄었다. 이 길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다음날 30만원대의 생활형 자전거를 샀다. 자전거 도로에서 강 회장은 두 가지를 얻었다. 평생 취미 생활과 산업 지속가능성의 판단 기준이다. 강 회장은 자전가 마니아가 됐다.

그는 “자전거는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소통 도구”라고 했다. 자전거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계절 따라 변하는 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엔 산악자전거(MTB)에 빠져 걸어 다니기에도 벅찬 산길을 오르며 짜릿한 스릴을 즐긴다. 자연스럽게 자전거 산업을 투자의 시각으로 살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2000년 초반부터 그는 가치투자의 분석 틀을 토대로 종목을 고르는 에셋플러스만의 절차를 만들었다. 이른바 ‘에셋플러스의 기업 분석 5단계’다. 간단히 설명하면 산업의 지속 가능성, 성장 잠재력과 경쟁 구도, 기업의 주당순이익, 주가수익비율, 기대수익 순으로 따져서 좋은 종목을 찾는다.

이 중 1단계인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3가지 잣대를 찾았다. “기업을 분석할 때 산업이 계속 존재할 지를 따집니다. 그동안은 이 산업이 꾸준히 소비자에게 효용을 제공할 지와 효용에 맞는 가격인지를 분석했어요. 직접 자전거를 타보니 자전거 도로, 즉 인프라가 중요하더군요. 꽉 막힌 빌딩 속에 사는 현대인에겐 웰빙 운동이 되겠다 싶었지요. 이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따질 때 인프라도 챙겼습니다. ”

그는 자전거 도로가 전국으로 연결되면 자전거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06년 무렵 삼천리자전거에 투자했다. 2008년 자산운용사로 전환하면서 주식은 팔아서 펀드에 넣었다. 강 회장은 큰 수익을 못 봤지만 삼천리자전거는 2009년 5월 ‘자전거 테마’ 열풍으로 급등했다.



제주도 서귀포 리조트 -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이 기업 경쟁력제주도도 강 회장과 인연이 깊다. 1999년 강 회장은 투자자문사를 차릴 때 제주도에 땅을 샀다. 판교에 사옥을 지은 이유와 똑같다. 갇혀진 시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하고 해석할 곳으로 제주도를 고려했다.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 다른 기회를 찾았다. 자산을 운용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중국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어디로 돈이 몰릴 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여러 방안 중 여행산업이 확실했다. 가깝고 여행하기 좋은 제주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다. 2008년 강 회장은 잠시 잊고 있던 제주도에 리조트를 지었고, 2년 후 문을 열었다. 경영은 아내가 맡았다. 쉽지 않았다. 강 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예상대로 제주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은 늘었지만 그만큼 리조트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더 이상 매출이 늘지 않더군요. 돈을 굴리기엔 주식처럼 매력적인 수단은 없는 거 같아요. 주식 투자로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고, 수많은 명품 그룹을 살 수있습니다. 반면 사업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습니다. 그동안은 일등 기업에 투자하라고만 했어요. 여기에 한 가지를 보완했습니다. 시장에서 검증된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일등기업을 소유해야 합니다.”



판교 에셋플러스자산운용 - 손자에게 물려줄 100년 펀드 키운다강 회장은 운용사를 이름난 맛집에 비교한다. “뛰어난 운용사는 좋은 식당과 같습니다. 이름난 식당을 가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주방장이 바뀌지 않고 한결같은 맛을 냅니다. 메뉴도 많지 않아요. 가장 자신있는 음식 몇 가지만 합니다. 펀드 운용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도 운용하는 펀드가 4개 뿐이에요. 펀드 개수를 늘리면 펀드매니저가 신경을 덜 쓸수 밖에 없어요. 앞으로도 소수 펀드 원칙은 끝까지 지킬겁니다.”

그가 “이보다 더 좋은 식당이 뭔 줄 아냐”고 물었다. “훌륭한 주방장이 떠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 곳입니다. 즉 훌륭한 운용철학만 있다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강 회장의 요즘 관심사는 100년 펀드다. 그는 “에셋플러스 리치투게더 펀드를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주는 펀드로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상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엔 그의 풍부한 상상력이 일을 냈다. 절차 까다롭기로 유명한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취득했다. 특허명은 ‘디지털네트워크를 활용한 자산운용시스템’이다. 자산운용에 뛰어난 소질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 고객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운용으로 재미난 삶을 사는 그가 남들도 숨겨진 운용의 끼를 찾도록 방법을 고심하다 나온 아이디어다. 그의 풍부한 상상은 곧잘 현실로 이어진다. 투자 철학 덕분이다. ‘사실에서 출발하고, 남과 달리 해석하고, 남보다 빨리 판단해 과감하게 행동해라.’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성남선일로타리클럽, 대만화련현 지안향공소에 지진 피해복구 지원금 전달

2 한은, 기준금리 3.5% 동결…올해 성장률 전망은 2.1%→2.5%

3아이오페, 임영웅 콘서트 지원사격…‘레티놀 히어로’ 부스 운영

4전세사기피해자 1600여명 추가…총 1만7000명 넘었다

5피크닉 계절 맞아 칵테일 스프리츠 대명사 ‘아페롤 1L’ 화제

6아르떼케이, YG플러스 아트레이블 피시스 전속 작가 백하나 개인전 공동 개최

7‘부동산’ 대출에 집중한 기업들...韓 경제 뇌관되나

8"세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9‘틱톡 유행’ 차도에서 춤추고 요가…베트남 ‘골치’

실시간 뉴스

1성남선일로타리클럽, 대만화련현 지안향공소에 지진 피해복구 지원금 전달

2 한은, 기준금리 3.5% 동결…올해 성장률 전망은 2.1%→2.5%

3아이오페, 임영웅 콘서트 지원사격…‘레티놀 히어로’ 부스 운영

4전세사기피해자 1600여명 추가…총 1만7000명 넘었다

5피크닉 계절 맞아 칵테일 스프리츠 대명사 ‘아페롤 1L’ 화제